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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숙, 이제는 말할 수 있다
류이제 기자  |  smpryj76@s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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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09.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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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학기가 시작됐다. 이맘때가 되면 학교가 학생들로 붐비듯이 근처 하숙집도 학생들로 붐빈다. 비록 넓지 않은 방이지만 지방에서 진학한 학생들에게는 휴식처가 될 소중한 공간이다. 그러나 많은 학생들이 하숙집 문제로 고민하고 있다. 금전적, 그리고 인간적인 문제로 집에서조차 마음 편히 쉬지 못하는 학생들. 우리 학교 주위의 하숙집은 어느 정도의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는지, 식사는 어떻게 제공되는지, 안전 상태는 어떤지, 사생활은 지켜지고 있는지 등 그 실태를 점검해봤다.


1년 치 하숙비를 한번에?
청파동을 비롯한 우리 학교 주위의 하숙비는 2006년 겨울, 교내 기숙사 재건축이 시작되면서 폭등했다. 그 후 계속 상승하던 하숙비는 2009년 2월 현재, 최대 월 50만원까지 치솟았다. 자취는 전기, 가스, 수도 요금 등을 추가로 지불해야 하지만 하숙은 하숙비만 지불하면 된다는 점에서 경제적으로 부담이 적다. 무엇보다도 자취와 하숙의 가장 큰 차이는 보증금의 유무이다. 자취는 월세와는 별도로 보증금을 내야 하지만, 우리 학교 앞 하숙집은 보증금을 거의 받지 않고 있다.


그러나 최근 하숙 역시 6개월에서 1년 치 하숙비를 선납하도록 요구하는 곳이 많다. 이에 대해서는 학생들 사이에서도 찬성과 반대의견이 나뉜다. 등록금을 내야 하는 시기에 별도로 목돈을 준비해야 하는 것이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갑자기 방을 옮겨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을 때 주인과 갈등이 생길 수도 있다. 반면 제 날짜에 하숙비를 지불할 경우 하숙비가 연체되기 쉬워 주인과의 마찰이 생기기 쉽다. 김고은(영어영문 08)학우는 “하숙비 몇 개월분을 한꺼번에 지불하면 주인집에서 몇 만원씩이라도 할인해 주기 때문에 오히려 이익이다”라고 말했다.


주말 식사는 알아서?
소득이 없는 학생들은 하숙집에서 제공되는 식사 의존도가 높은데, 식사는 일반적으로 하루에 두 번, 아침과 저녁에 제공된다. 하숙집의 식사시간은 정해져 있는 만큼 때를 놓치면 제대로 된 식사를 하기 힘들다. 김소현(경영 07) 학우는 “늦잠을 자거나 바빠서 식사 시간을 놓치면 직접 상을 차리고 설거지도 해야 하기 때문에 밖에서 사먹거나 거르게 된다”고 말했다.


또 어떤 하숙집은 영양을 생각하지 않는 식단으로 하숙생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숙명인게시판에는 “고기반찬은 고사하고 매 끼 라면, 잔치국수 등 영양가 없는 음식만 나오기도 한다”며 불만을 토로하는 학생들의 글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더군다나 하숙집들이 점차 일요일에는 식사를 제공하지 않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학우는 “주인집 아주머니가 ‘주변 하숙집에서 말이 많으니 일요일 식사는 알아서 해결하라’고 말씀하셨다. 하숙비는 그대로 받으면서 계약 조건을 바꾸는 건 불합리하다”고 말했다. 이처럼 우리 하교 하숙집 일대는 다른 대학가보다 주인간의 결속이 강해 대부분 비슷한 규정으로 운영된다.


옆방의 남자목소리?
2005년 ‘이태원다람쥐’로 알려진 절도ㆍ강간범이 검거된 사건이 있었다. 창문 등을 통해 집 안으로 들어가 범행을 저지르고 도주해 붙여진 별명인데, 주 활동 지역이 우리 학교 앞이라고 알려져 숙명인들에게 충격을 주기도 했다. 여대 앞의 인적이 드문 하숙가는 성범죄자의 표적이 도기 쉽다 그래서 대부분의 하숙집이 항상 대문을 잠가두고 cctv를 설치하는 등 안전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하숙집 안에 지인이 있으면 외부인도 출입할 수 있고, 주인집에서 각 방의 열쇠를 모두 가지고 있다는 점 등은 하숙생들에게 여전히 불안 요소로 남아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학우는 “여성 전용 하숙이 아닌 이상 하숙생끼리도 경계하게 된다. 여성 전용이라고 해도 옆방에서 남자친구를 데려오는 등 생각 외로 외부인의 출입이 잦다. 또 하숙집들 간의 거리가 가까워 창문을 열어 놓으면 옆 건물에서 훤히 방이 들여다보일 정도다”고 말했다.


벌써 비누가 이만큼?
하숙은 ‘한 지붕 아래’ 모여 생활하는 개념이기 때문에 하숙생들의 사생활이 철저하게 보장되지 않는다. 특히 문제가 되는 곳은 부엌, 신발장, 욕실 등 공용으로 쓰는 공간이다. 김수진(법 08) 학우는 “화장실에 둔 세안용품을 누군가 건드린 흔적이 있고 세제나 비누의 양이 자꾸 줄어든다. 다른 사람들이 조금씩 사용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각자의 독립된 공간인 방에서도 이는 마찬가지다. 옆방과의 방음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아 작은 말소리까지 전해진다. 익명을 요구한 한 학우는 “예민한 시험 기간 때 친구를 데려와 밤새 떠드는 옆방 하숙생 때문에 서로 다툰 경험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거주자 간 교류가 없는 하숙 생활에 섭섭함을 표현하는 학생도 있었다. 김보영(영어영문 08) 학우는 “처음 하숙을 하고 ‘개인주의’라는 말을 실감했다. 다들 가족과 떨어져 생활하는 만큼 서로 인사정도는 했으면 좋겠다”라고 밝혔다.


못 참겠으면 나가라고?
주인아주머니는 계약부터 식사, 청소까지 하숙 생활의ㅏ 모든 부분을 관리하시기 때문에 하숙생들과 자주 마주친다. 그만큼 사소한 갈등이 생기기 쉽다. 실제로 하숙집을 옮기는 이유 중 주인아주머니와의 불화가 가장 흔한 경우이다. 이에 익명을 요구한 한 하숙집 주인은 “학생들이 너무 자기 생각만 하는 것 같다. 하숙은 공동 생활인만큼 기본적인 예의는 지켰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학교 앞 하숙집에서 하숙을 하고 있는 이호순(언론정보 08) 학우는 “의사소통의 기회가 조금 더 많았으면 좋겠다. 평소에 대화를 거의 하지 않기 때문에 민감한 주제의 대화를 갑자기 하다보면 서로 자기주장만 하게 되는 것이 아니겠냐”고 말했다.


시트콤 ‘남자 셋 여자 셋’을 기억하는가. 한 하숙집에서 함께 생활하는 대학생들의 에피소드를 경쾌하게 다룬 시트콤이다. 20대 청춘들의 사랑, 대학생활, 진로를 주로 다뤘던 그 방송을 보면서 많은 학생들이 대학생활과 하숙생활에 대한 꿈을 키우곤 했다. 자상하신 주인아주머니, 모두 함께 둘러앉은 화목한 식탁과 거실, 룸메이트와 잠들기 전의 수다 등 일상의 소소한 일들을 함께하는 하숙 동기들의 모습은 가족 같은 유대감이 있어 보였다. 한솥밥을 먹는 것은 마찬가지지만 시트콤과는 조금 다른 현실의 하숙생활. 많은 학생들이 처음 하숙을 하면서 외로움을 느낀다고 한다. 티비 시트콤만큼은 아니더라도 조금만 더 서로 배려하며 생활하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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