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분간의 연애 - He&She를 보고

4년 전, 이소라가 진행하던 라디오 프로그램에 ‘그 남자 그 여자’라는 코너가 있었다. 주어진 상황을 각자 다르게 해석하는 남녀의 속마음을 말해주는 코너였는데, 그 코너를 청취하게 될 때면 괜스레 마음이 아리곤 했었다. 이성을 이해 한다는 건 어째서 그렇게 어려운 걸까? 희대의 미스터리인 남녀관계에 대한 궁금증 품은 채, 15년 동안 엇갈려온 남녀의 이야기를 다룬 연극 ‘70분간의 연애-He&She’를 보았다.


▶Synopsis
메시지가 적힌 포스트잇이 벽 가득히 붙어있는 작고 아담한 석봉의 카페 안. 15년 동안 친구사이로 지내온 단짝친구 준식(He)과 지수(She)는 이 카페의 단골손님이다. 두 사람은 어젯밤 ‘사건’ 때문에 테이블에 마주앉아 과실 책임에 대해 언쟁을 벌인다. 계속되는 언쟁 속에서 내부공사로 인해 포스트잇들 속에 숨겨져 있던 두 사람의 비밀이 밝혀진다.


▶Sensation
공연장에 들어서면 맛집에서나 볼 수 있는 풍경이 펼쳐져있다. 무수한 하트모양, 별모양, 일반 포스트잇들이 사방을 메꾸고 있기 때문이다. 포스트잇에는 He&She를 포함한 사람들의 솔직한 메시지들이 담겨져 있다. ‘그 애는 정말 알 수가 없어’ 이성을 만나면서 한번쯤은 입에서 나오는 말이다. 반어법의 달인이자 얼음공주인 여변호사 지수와 수동적이고 소심한 작가 준식.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는 He와 She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공연은 진행되고, We라는 대명사로 막을 내린다. 지수와 준식의 유치한 말다툼과 석봉의 재치들로 공연을 보는 70분간은 아무 생각 없이 웃을 수 있다. 그리고 연극이 끝난 뒤에는 남자와 여자가 연인이 되기 위한 필수요소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된다.

이 연극이 말하는 필수요소는 바로 ‘솔직함’이다.  사람은 누구나 아무에게도 들키고 싶지 않은 비밀들을 지니고 있는다. 하지만 남녀관계에 있어서 ‘비밀’을 간직한다는 것은 ‘불신’의 근원이 될 뿐이다. 보통 상대가 무언가 숨기는게 있다면 한쪽은 상대의 비밀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캐내고 싶어한다. 덤덤하게 넘겨버리는 경우도 있지만, 비밀을 알고 싶어하는 사람은 점차 상대를 의심하기 마련이고, 이것이 결국 두사람간의 ‘불신’을 만들어 낸다.

 연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모습은 ‘오래된 친구 같은 연인’이라고 한다. 우리는 언제나 진정한 친구에게 솔직하게 모든 것을 털어 놓는다. 그렇기에 우리가 바라는 연인상을 이루기 위해선 상대에 대한 서로의 마음을 확인시키는 ‘솔직함’이 필요한 것이다. 70분간의 연애는 남녀의 얽힌 단순한 스토리지만 보는 동안은 한없는 웃음을, 후에는 오묘한 달콤함을 선사하는, 그야말로 봄날을 위한 공연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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