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이맘때 연극을 원작으로 한 한국영화가 1,230만 명 관객동원이라는 우리나라 흥행대박을 터뜨리더니, 곧 뮤지컬로 각색돼 관객을 다시 찾았다. 각기 다른 세 가지 장르를 넘나든 이 작품은 연극 <이(爾)>와 영화 <왕의 남자>, 뮤지컬 <이(爾)>다. 숙대신보 문화부에서는 이처럼 최근 예술계에서 불고 있는 장르간의 리메이크 현상에 대해 알아봤다.


지금 공연계는 리메이크가 대세!

 

 

<댄서의 순정> <싱글즈> <신부수업> <내 마음의 풍금>은 더 이상 영화 제목이 아니다. 스크린에서 뛰쳐나와 무대에서 춤추고 노래할 뮤지컬 제목들이다. 영화 <댄서의 순정>은 오는 29일부터 삼성동 백암아트홀에서, 영화 <싱글즈>는 8월 8일부터 대학로 동숭아트센터에서 뮤지컬로 선보인다. 영화 <신부수업>과 영화 <내 마음의 풍금>도 조만간 뮤지컬로 각색돼 관객에게 선보일 예정이다.

 


<광수생각> <위대한 캣츠비> <달려라 하니>도 더 이상 만화 제목이 아니다. 지난 9일부터 박광수 씨의 단편만화 <광수생각>은 대학로 신연아트홀에서, 강도하의 인터넷 만화 <위대한 캣츠비>는 사다리아트센터에서 뮤지컬로 각색돼 공연 중이다. 또한 만화 <달려라 하니>는 4월 28일부터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뮤지컬로 공연된다. 특히 <위대한 캣츠비>는 뮤지컬에 이어 드라마, 소설, 영화로 리메이크될 예정으로 ‘원 소스 멀티 유즈(one source multi use)’의 성공 사례로 꼽히고 있다.


이처럼 우리나라에서 예술 장르간의 리메이크가 이뤄진 것은 2004년 동명 영화를 원작으로 한 뮤지컬 <와이키키 브라더스>가 그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후에 영화 <살인의 추억>의 원작인 연극 <날 보러와요>가 연극이 영화화된 성공 사례로 꼽히면서 영상예술과 공연예술의 리메이크가 두드러지기 시작했다. 작품성이 뛰어난 작품을 타 장르로 전환함으로써 기존의 작품이 가지고 있던 한계를 극복하고 성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예술 장르간의 리메이크는 <토요일 밤의 열기> <라이언 킹>에서 알 수 있듯 우리나라뿐만이 아니라 미국 브로드웨이와 영국 웨스턴우드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세계적인 추세다.


동명 영화를 원작으로 한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는 영화의 마지막 장면(성인이 된 빌리가 매튜 본의 ‘백조의 호수’를 추는 장면) 대신 어린 빌리가 발레리노가 된 자신을 상상하며 와이어의 몸을 맡긴 채 미래의 자신과 2인무를 추는 장면으로 끝난다. 며칠 전 영국 런던에서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를 관람했다는 직장인 K씨는 “영화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뮤지컬이라 내용은 영화와 거의 비슷하다. 그러나 무대와 영화를 구분한 빼어난 연출력으로 ‘클로즈업 뮤지컬’을 경험했고 영화와는 색다른 감동을 느꼈다.”고 전했다.


무비+뮤지컬=‘무비컬’


그러나 요즘 우리나라 예술계의 리메이크 현상은 장르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함보다는 이미 대중성을 검증 받은 작품을 선택해 리메이크함으로써 흥행 실패의 부담을 줄이려는 상업적인 측면이 강하다. 특히 이러한 상업적인 성격의 리메이크 현상은 ‘무비컬(영화와 만화를 원작으로 한 뮤지컬)’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무비컬의 부상은 새로운 콘텐츠를 찾는 뮤지컬계와 공연 시장에 매력을 느낀 영화 투자자본의 욕구가 맞아 떨어진 결과로 풀이된다. 이미 대중들에게 익숙한 영화의 매력과 지명도가 초기 홍보 마케팅 비용을 절감시킨다는 점과 극장에서 한 차례 시험대를 거쳐 흥행 실패의 부담이 적다는 점이 무비컬 제작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

그러나 요즘 우리나라 예술계의 리메이크 현상은 장르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함보다는 이미 대중성을 검증 받은 작품을 선택해 리메이크함으로써 흥행 실패의 부담을 줄이려는 상업적인 측면이 강하다. 특히 이러한 상업적인 성격의 리메이크 현상은 ‘무비컬(영화와 만화를 원작으로 한 뮤지컬)’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무비컬의 부상은 새로운 콘텐츠를 찾는 뮤지컬계와 공연 시장에 매력을 느낀 영화 투자자본의 욕구가 맞아 떨어진 결과로 풀이된다. 이미 대중들에게 익숙한 영화의 매력과 지명도가 초기 홍보 마케팅 비용을 절감시킨다는 점과 극장에서 한 차례 시험대를 거쳐 흥행 실패의 부담이 적다는 점이 무비컬 제작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


그렇다면 왜 영화를 원작으로 한 ‘뮤지컬’일까? 현재 공연 중이거나 공연을 앞두고 있는 리메이크 작품들을 살펴보면 연극보다 뮤지컬이 많다. 이는 뮤지컬의 흥행가능성, 거대자본의 유입, 뮤지컬 제작의 활성화에 의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현재 우리 학교에서 ‘연극영화의 이해’ 과목을 강의하고 있는 정윤경 강사는 “뮤지컬은 연극보다 상업성이 높아서 흥행할 경우 더욱 큰 이익이 창출된다. 이러한 점에서 ‘CJ’와 ‘사계’ 등 거대기업들이 흥행성 있는 작품을 직접 리메이크 제작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연극보다 뮤지컬을 선호하는 관객들의 성향도 이러한 현상의 원인으로 작용한다고 덧붙였다.


흥행 영화를 뮤지컬로 리메이크하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이기는 하지만 모든 리메이크 작품들이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큰 성공을 거둔 연극 <이>와 영화 <왕의 남자>와는 달리 흥행부진을 겪은 뮤지컬 <이>가 그 대표적인 사례다. 원작의 흥행을 이어가고자 급속도로 뮤지컬화 되면서 음악작업에 소홀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처럼 원작의 흥행만을 좇는 성급한 리메이크 결정은 아쉬운 결과를 남길 수 있다.


우리 학교 김세준(문화관광학부) 교수는 “예술 장르간의 리메이크는 문화예술과정에서 꾸준히 있어왔다. 그러나 ‘창작’이 아닌 ‘편집’에 가까운 최근의 리메이크 추세는 뮤지컬 전문 대본작가나 공연 전문 음악가 등의 창작자들이 새로운 작업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줄어들게 해 공연 전문 인력의 감소를 가져올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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