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파동에서 꽃피는 그녀들의 예술 열정

‘베토벤 바이러스’ ‘바람의 화원’과 같이 예술을 소재로 한 드라마가 흥행을 하고, 미술 전시와 클래식 공연의 관람률이 예년에 비해 큰 폭으로 증가했다. 이처럼 2008년은 유난히도 예술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이 늘어났던 해였다. 그러나 정작 이러한 예술을 가장 많이 향유하고 발전시켜 나가야할 책임이 있는 대학생들에게 예술은 외면 받고 있다.

요즘 날씨만큼이나 쌀쌀한 경제 한파로 취업률은 매년 최고 하락치를 기록하고 있으며, 이에 대학생들은 대학 생활의 낭만보다 보장된 미래 준비를 택했다. 취업 동아리와 금융 동아리의 인기는 이러한 현실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이다. 이들 동아리는 매년 높은 지원율을 보여 면접까지 치루며 인원을 선발하고 있다. 이처럼 동아리를 가장한 ‘스터디그룹’들이 큰 인기를 얻으면서 7,80년대 축제의 대미를 장식하던 공연 및 예술 동아리는 과거의 화려했던 영광을 뒤로한 채 스러지는 것이 현실이다. 우리 학교도 이러한 사회적 흐름을 피해갈 수 없었을 터.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기에 오늘도 열심히 전시와 공연을 준비하며 젊은 예술혼을 불태우는 이들이 있다.

지난 21일(금)까지 행정관 다목적홀에서 열린 '설미'의 64번째 전시회 모습이다.

1975년 설립된 ‘설미’는 순수 아마추어 미술동아리로 봄, 가을 일 년에 두 차례의 정기미술전시회와 아마추어대학미술동아리와 연합전시회를 열고 있다. 학년, 학과에 제한을 두지 않고 회원을 선발하는 설미는 현재 60명 정도의 회원이 있으나 실제 활동하는 회원은 전체 회원의 1/3 정도이다. 설미는 회화를 배우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어 학기와 방학 중 주1회 2시간씩 강사를 초빙해 미술 수업을 받는다. 그 외에도 회원들끼리 단체 미술관 관람을 가거나 교류 차원에서 타대 미술전시회를 관람하는 등 다양한 활동들을 한다.
설미 회장 김하윤(가정아동복지 07) 학우는 “전시회를 열 때마다 설우회(설미 졸업생 모임) 선배님들이 오셔서 격려와 조언을 해주고 가신다”며 설미의 33년 전통과 두터운 친목을 자랑했다. 그는 “미대 학생들과 달리 청파갤러리와 같은 전시 공간을 빌릴 때 사비를 내야하기 때문에 이번 64번째 전시회는 행정관 다목적홀에서 열었다”며 “문화예술 동아리에 대한 학교 측의 지원이 더욱 확대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이어 김 학우는 “사회 흐름도 흐름이지만 특히 여대에서는 타대와 연합이 아닌 문화동아리들은 재정이나 참여도 면에서 침체기를 겪고 있다. 이미 캠퍼스에서 사라진지 오래인 공동체의식을 강화하고 취미로써 예술을 발전시켜 나가는 동아리의 풍경을 다시 한 번 보고 싶다”며 예술동아리가 줄어들고 있는 요즘 대학문화 현실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지난 9월 용산구민회관에서 열린 '소피아'의 정기연주회 공연 모습이다.

‘소피아’는 1994년 처음 만들어진 오케스트라연주 동아리이며 올해로 창단 14년을 맞는다. 매년 3월 신입생환영연주회와 9월 정기연주회, 총 두 번의 연주회를 갖는 소피아는 현재 15기까지 있으며 회원 수는 100명 정도이나 실제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인원은 그의 절반인 50명 정도이다. 소피아의 회원은 학과에 관계없이 선발하므로 인문학부, 법학부, 자연과학부 등 음대 학생 외에도 다양한 학과의 학생들로 구성돼 있다. 소피아는 방학 중에도 학교에 나와 일주일에 총 15시간씩의 연습 시간을 갖는다.
그러나 음악에 대한 열정만으로는 동아리를 지켜나가는 일이 역부족일 때가 많다. 소피아 회장 이수현(정보과학 07) 학우는 “방학에는 연습할 곳이 마땅치 않아 명신관의 큰 강의실을 빌려 쓴다. 그러나 무거운 악기, 악보지지대를 옮기는 일이 쉽지 않다”며 “동아리 특성 상 비용도 타동아리에 비해 많이 들어가므로 학교에서 지원하는 재정만으로는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부족한 재정을 충당하기 위해 결혼식 오브리나, 각종 행사에서 공연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화예술 감상동아리 ‘예술만감’의 회장 배민혜(문화관광 05) 학우는 “예술은 삭막한 도시 곳곳에 존재하는 산, 강처럼 우리네 삶의 풍경을 아름답게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예술에 대한 정의를 내렸다. 이어 배 학우는 “대학 내 문화예술 동아리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예술의 수요자이자 공급자기도 한 대학생들의 자발적인 관심이 필요하다”며 “학점과 취업대비도 중요하지만 다양한 예술 장르들에 관심을 갖고 예술에 대한 기본적 소양과 안목을 기르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예술만감에서는 이번 학기부터 동아리방 내에 음악감상실을 설치했다. 예술만감은 학우들이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감상할 수 있도록 했고, 직접 녹음한 음악 방송을 숙명인게시판에 올려 학우들이 들을 수 있도록 했다. 이처럼 학생들에게 예술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려는 노력이 계속될 때 대학 내 문화 예술 발전은 가능할 것이다.

예술은 늘 가까이에서 우리의 삶을 풍부하게 만든다. 그러나 멀리한다면 그것은 아무 쓸모없는 낙서나 시끄러운 소음에 불과할 것이다. 먹고 사는 문제가 아무리 다급할지라도 예술은 소홀히 다뤄서는 안 된다. 특히 새로운 문화를 창조해 나가야할 우리 대학생들에게는 더욱 그렇다. 예술을 향유하고 발전시켜나가려는 우리들의 노력이 있을 때 대학 사회, 더 나아가 우리나라의 문화 발전은 가능하다.
전시회를 감상하러온 설우회 선배가 설미의 전성기를 회고하던 한마디가 떠오른다. “예전에 우리 전시회 한 인기 했었지…….” 언젠가는 다시 부흥할 우리네 예술 동아리의 르네상스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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