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고등과학원(KIAS) 물리학부 고병원 교수의 특강이 열렸다. 우리 학교 물리학전공에서 주최한 이번 특강은 지난 10일, 인류 최초의 빅뱅 실험을 위해 가동된 거대 강입자 가속기(LHC: Large Hadron Collider)의 개관과 미니 블랙홀에 대한 것이었다. LHC는 둘레가 27km정도 되는 거대한 도너츠 모양의 구조물이며, 그 안에서 서로 반대 반향으로 돌며 가속된 양성자가 충돌을 일으켜 새로운 입자를 만든다.

고 교수는 “언론이나 입소문으로 LHC가 작동되면 블랙홀이 생겨 지구를 잡아먹는다는 이야기를 들어봤을 것이다”며 “그러나 LHC는 블랙홀 만들려는 게 아니라 질량의 기원이라 추정되는 *힉스 입자를 발견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라고 말했다. 고 교수는 이번 실험의 주목적이 힉스 입자를 찾는 것이지만 힉스 입자 외에도 여러 가지 새로운 종류의 입자가 발견될 것이라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후 고 교수는 “LHC 건설 과정에서 가속기 터널의 양 쪽 구조물이 각각 제네바 호수 아래와 쥬라 산맥을 거쳐 완공돼 만났을 때 양쪽 끝은 1cm 이하의 미미한 오차밖에 나지 않았다”며 만리장성이나 피라미드 건설과 같은 놀라운 성공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 날 강연에서는 실험에 대한 대중의 반응에 대해서도 다뤄졌다. 고 교수는 “일반인들이 LHC 실험을 통해 블랙홀이 생길 것을 걱정해 법원에 실험 중단 소송을 내는 등의 일이 있었다”며 “블랙홀이 생성될 가능성은 희박하나 혹여 미니 블랙홀이 생긴다 해도 빠르게 붕괴해 다른 입자가 되기 때문에 지구를 잡아먹을 일은 없다”라고 말했다.

강연 중 “양성자의 충돌은 어떻게 조절 하냐”는 참석자의 질문에 고 교수는 “광속에 가까운 속도로 발사된 두 개의 양성자가 강력한 초전도 자석들에 의해 구부러져 두 궤도의 교차지점에서 충돌 하게 된다”며 이는 “가속기 물리학자들이 참여해 조절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고 교수는 “LHC를 통해 질량의 기원과 시공간의 새로운 차원에 대한 이해를 얻어 물리학의 새로운 혁명 시대가 열리길 기대한다”고 말하며 이날 강연을 마쳤다.

*힉스 입자란 표준모형의 페르미온(E.페르미와 P.A.M.디랙이 제안한 페르미 통계를 따르는 넘원자 입자 또는 양자장)들에 질량을 주는 가상 기본입자이다.
김현주 기자 smpkhj75@s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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