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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꽃'과 '십자가'로 나뉜 대한민국
강미경 기자  |  smpkmk73@s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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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08.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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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27일, 시청 앞 서울광장에는 촛불대신 연꽃이 피어올랐다. ‘이명박 정부 규탄 범불교도대회’가 열린 것이다. 이명박 정부의 종교편향에 맞서 27개 불교 종단 및 단체가 주최한 이 행사는 전국의 승려와 불교 신도 등 6만 여명(경찰 추산, 주최 측 추산 20만 명)이 참석했다. 천주교, 기독교, 불교, 유교 등 다종교가 공존함에도 종교 분쟁이 일어나지 않았던 대한민국을 무엇이 이렇게 만든 것일까.

중립을 잊어버린 국가

현 정부가 들어선 후 정치계에 종교가 떠오르기 시작한 여러 사건이 있었다. 청와대 정무직 공무원 종교 조사를 하고 국토해양부 교통정보시스템(‘알고가’)에는 교회만 포함하고 사찰은 제외됐다. 또 ‘제 4회 전국 경찰 복음화 금식대성회’ 광고 포스터에 어청수 경찰청장의 사진이 게재됐고, 청와대 경호처 주대준 차장은 ‘모든 정부 부처 복음화가 나의 꿈’이라는 발언을 하는 등 여러모로 불교계의 심기를 건드렸다.

그러던 중 7월 29일 결정적 사건이 벌어졌다. 총무원장인 지관 스님이 탄 승용차가 조계사 앞에서 경찰의 수색을 받은 것이다. 경찰 측은 조계사에 머무는 촛불수배자를 검거하기 위해 총무원장 차량임을 알면서도 검문검색을 강행할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조계사 측은 총무원장 차량이라는 것을 누차 통보했음에도 안하무인적인 태도로 검문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여기에 삼보 스님이 지난 달 30일 조계사 앞에서 할복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범불교대회를 연 다음날, 청와대가 뉴라이트 계열의 목사들과 만찬행사를 연 것에 대해 격분한 것이다.

이런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일부 기독교계 우파 인사들은 불교계를 도발하는 칼럼, 발언 등으로 말 그대로 ‘불 난 집에 부채질’을 하고 있다. 여기에 장경동 목사는 ‘불교 믿는 나라는 다 가난하다’며 ‘스님들은 회개하고 예수 믿어야 한다’고 말해 불교계의 심사를 건드린 것이다. 또 연세대 김동길 명예교수는 칼럼을 통해 불교 집단 시위의 배후세력을 밝혀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공직자의 종교편향문제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역대 권력자들은 정권유지를 위해 종교계와 적절한 관계를 유지하려 애썼지만 ‘팔이 안으로 굽는 것’은 피할 수 없었다. 경무대(옛 청와대)에서 기도모임을 여는 등 기독교 색채를 가장 강하게 드러낸 이승만 전 대통령은 1954년에 대처승(결혼한 승려) 축출에 나서며 불교계와 갈등을 빚었었다. 또 청와대의 기독교 모임을 만든 김영삼 전 대통령은 종교적 발언은 자제했지만, 1994년 성수대교 붕괴와 충주호 유람선 화재 등이 잇따르자 ‘장로 대통령이 청와대 경내 불상을 없애버려서’라는 괴소문에 시달렸었다. 그래서 불교계와의 거리를 좁히기 위해 청와대 불자 모임인 ‘청불회’를 만들기도 했었다. 또한 무교인 박정희 전 대통령은 불교신자인 부인 육영수씨의 영향을 받아 친불교적 행보를 했다.

한편 자신의 종교에 비우호적인 경우도 있었다. 불교신자인 전두환 전 대통령은 1980년 ‘10.27 법난’으로 불리는 대규모 불교탄압을 자행해 전국 5731개 사찰과 암자를 수색하고 불교계 인사 153명을 연행해 폭력과 고문을 가했던 전적도 있다. 당시 조계종 월주 총무원장이 신군부에 비협조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10.27 법난 당시 합동수사본부장을 맡았었던 노태우 전 대통령은 그 전력을 만회하고자 대통령이 되고나서 불교계와 손잡으려 애썼다.

공직자와 종교독립성

불교계는 현재 이명박 정부의 종교편향적 행위들에 대해 어 청장의 해임과, 대통령의 사과를 계속해서 요구하고 있다. 정부는 뿔난 불심을 달래기 위해 불교계의 요구를 받아들이는 대신 여러 가지 대안을 내놓고 있다. 그래서 문화재 보수 예산 증대 및 템플스테이 사업비 증액 등을 불교계에 제안했지만, 불교계는 오히려 미봉책만으로는 소용없다고 일축했다. 그러나 정부는 대통령이 유감표현을 한 만큼 더 이상의 조치는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또한 어 청장 사퇴문제에 대해서는 불교계를 방문해 유감을 표명하고 다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논란이 되고 있는 공직자 종교편향문제에 대한 ‘공무원의 종교 편향 활동 금지’ 조항(국가공무원 복무규정 제 4조 2항)을 신설하고, 공무원에 직무상 종교차별행위를 신고할 수 있는 ‘공직자종교차별신고센터’를 운행하기로 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운영하는 이 센터는 오는 10월 1일부터 운영되며, 앞으로 공무원이 국민전체에 대한 봉사자로서 직무상 종교차별 행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제반 대책을 강구해 시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이러한 상황을 바라보는 국민의 반응은 어떨까. 누리꾼들은 이번 종교편향 논란에 대해 청와대를 비난하는 의견과 불교의 극단적인 방법론에 대해 비판하는 의견으로 크게 나눠졌다. 그러나 일반적인 국민들의 시선은 싸늘했다. 헤럴드 경제신문의 설문조사에 의하면 국민의 75%이상이 ‘이명박 정부, 편파적이다’는 의견을 밝힌 것이다. 대체로 많은 국민들이 진정한 기독교인이라면 장로대통령이 아닌 국민대통령으로서 국민을 섬겨야 한다는 의견에 뜻을 같이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어청수 경찰청장의 경질에 대해서도 의견이 갈린다. 경질에 찬성하는 측은 종교편향 문제 해결을 위한 상징적 조치라는 차원에서, 반대하는 측은 경찰청장의 사퇴가 해결책이 아니며 다만 청장의 진심 어린 사과가 있으면 좋겠다는 주장이다. 이에 숙명불교학생회(숙불회) 회장 이진아(정보과학 07) 학우는 “정부는 이번 종교편향논란에 대해 문제는 있지만 잘못한 것은 없다고만 한다”며 “헌법에 공무원은 정치적으로 중립(제 7조 2항)이며, 종교와 정치는 분리된다(제 20조 2항)는 조항이 있다. 경찰청장이라는 고위직 공무원이 헌법의 기본조차 지키지 않는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해임사유가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종교는 이념과 신념이 다르지만 예수가 가르친 ‘사랑’도 사랑이고, 부처가 가르친 ‘자비’도 사랑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성인들이 가르친 진리는 바로 ‘사랑’이라는 것을 상기해야 할 때다. 서로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종교의 벽을 넘어 안그래도 팍팍한 세상을 함께 살아나가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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