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숙명여고문학상
수필 매화상
숙대신보  |  shinbosa@sm.ac.kr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08.06.02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네이버 구글 msn
 

 흔적

은혜고등학교 정 주 희

 정확한 명칭이 생각나지 않는다. ‘영혼 도서관’이었던가....... 얼마 전, 신문에 이 도서관에 관한 기사가 짧게 실렸다. 자신이 직접 죽기 전이나, 가족들이 죽은 이의 자서전을 쓰면 그것을 보관 해 주는 도서관이다. 그 기사를 보고나서, 엄마가 퇴근하시자마자 엄마에게 신문을 들고 가 우리도 이거 하자며 좋아했던 기억이 생각난다.

  얼마나 좋을까....... 빈 손으로 왔다가 다시 빈 손으로 돌아가는 인생이라지만, 이 세상 사람들 모두가 살아있는 동안은 각자의 특별한 삶을 살 것이 아닌가. 하지만, 개인의 특별한 삶은 그저 훗날 잊혀질 먼지와 같은 것이 아니겠는가. 아무리 힘들게 살아와도, 매일 매일 피 터지게 싸우며 열심히 살아와도, 결국은 죽고, 그 언젠가는 누구도 기억하지 않는, 누구도 기억해 주지 않을 삶이라면 가슴 한 켠이 공허해질 만큼 허무하다. 그런데 내가 여지껏 살아왔던 길을 내 손으로, 혹은 누군가가 기억해주고 글로 그 흔적을 남긴다면 혹은 누군가가 기억해주고 글로 그 흔적을 남긴다면, 얼마나 좋을까....... 비록 육신은 이미 세상에서 사라졌을 지라도, 내 삶은 그 도서관에 남아있는 것이다. 훗날, 내가 없더라도 그 글을 읽는 누군가는 나와 함께 삶을 산 것이고, 나의 일생과 내가 했던 생각들을 공유하게 될 것이다. 물론, 그렇게 평범하게 살아 그저 그 평범했던 삶을 남기고 가는 것이 무슨 큰 의미이겠냐고 할 지도 모른다. 차라리 유명한 사람이 되고, 세계적으로 성공한 사람, 다른 이에게 존경받는 사람이 되어 널리 자신을 기억하게 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 할 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나는 그리 유명한 삶, 남들이 말하는 성공하는 삶을 살고 싶지 않다. 내 꿈은 수필가이다. 그러나, 보시다시피 글을 아주 잘 쓰는 것은 아니다. 내 나이 18살, ‘돈’이라는 것 때문에 너무 힘들고, 공부한다는 것도 간혹 무의미해지는 것과 같은 생각이 들 때도 있지만, 그렇다고 돈을 많이 벌고 싶은 생각도 없고 그저 부와 명예, 권력으로써 평가되는 성공을 하려 돈에 얽매이는 삶을 살고 싶지 않다. 나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평생 하면서 매일 매일의 삶을 감사하고, ‘행복하다’는 생각이 드는 삶을 살게 된다면 그것이 성공이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내가 공부를 하고, 수업료도 비싸고, 입학도, 입학 후 장학금 받기도 힘든 대학을 목표로 하는 것은 내가 하고 싶은 것이 많아서이다. 수필가는 나에게 천직, 내가 평생 해야 할 직업이지만, 나는 짧은 삶, 내 육신이 쇠약해지기 전에 내 육신이 완전히 사라지기 전에 하고 싶은 일들이 참 많다. 그 일이 너무 많아 정작 글은 얼마 쓰지도 못하고, 사라지면 어떡하나 하는 생각도 든다. 그러니, 죽기 전 내 바쁘고 아름다웠던 젊은 날들을 한 번쯤 추억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어떤 이들은 아이가 너를 기억하고, 네 삶의 흔적이 될 것이라고 이야기 하지만, 안타깝게도 나는 결혼 할 생각조차 없다. 그저 두 아이 정도 입양할 계획만 가지고 있다. 나와 같은 이에게 내 삶을 남기고 가기에는 글을 쓰는 게 제격이 아닌가 싶다.

  생각할수록 참 재미있는 일인 될 것 같다. 나이가 들어, 내 머리에도 하얗게 세월의 단풍이 들었을 때, 결코 내게는 찾아오지 않을 것 같던 그 계절이 찾아 왔을 때, 나의 찬란했던 젊은 날을 추억하고, 이미 그 계절을 지나친 이들을 또 추억하고, 그러다 누군가 도서관 바닥에 쪼그리고 앉아 내 삶을 추억해 줄 것을 상상하며 글을 쓴다면 내 삶의 마지막이 되는큰 행복을 나는 가슴 가득 품고 세상을 떠날 수 있게 될 것이다.

  벌써부터 죽을 날 생각이라며 웃는 이의 미소가 보인다. 행복하다. 나는 그 이의 흔적이며 평생토록 그 이의 삶을 추억하며 살 것이다. 하나도 빼놓지 않고, 우리 가족들이 숨쉬었던 때는 모두 추억하며 눈 감는 날을 기다릴 것이다.

  혹, 시간이 좀 더 지나고 그 도서관에 자신의 삶을 남겨 놓은 사람들이 많아지면, 자주 그 도서관 바닥에 쪼그려 앉아 내 흔적을 뒤따라 와 주길 기대하듯이, 나도 누군가의 흔적을 뒤따라 가 주고 싶다. 누군가의 젊은 날을 엿본다는 것이 참으로 설렌다. 그리고 나는 또 얼마나 열심히 나의 젊은 날을 살아가게 될 지, 과연 그 자서전에 무어라 써 넣는 삶을 살게 될 지 기대된다.

숙대신보의 다른기사 보기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확인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최근인기기사
1
스포츠와 만난 여성, 위밋업스포츠
2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치료의 돌파구, 과학과 사람에게 찾다
3
입학금 반환 요구 지속··· 본교 "대안 마련하겠다"
4
동물 유튜브, 귀여움을 팝니다
5
예술로 해석한 선거, '새일꾼 1948-2020'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이메일무단수집거부
발행인 : 강정애 | 편집인 겸 주간 : 육성희 | 편집장 : 한예진 | 발행처 : 숙명여자대학교| 청소년보호책임자 : 강정애
우)140-742 서울특별시 용산구 청파로 47길 100 숙명여자대학교 숙대신보사
행정실 ☎ 710-9150 (Fax) 706-2695 / 편집실 ☎ 710-9721 / 9152
Copyright © 2020 숙대신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smnews@sookmyu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