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미국의 언론인 아만다 리플리(Amanda Ripley)의 책 「극한 갈등」은 갈등을 ‘극한 갈등’과 ‘선한 갈등’으로 구분한다. 극한 갈등은 정치적인 대립과 집단적인 복수로 이어지는 극단적인 갈등에 해당한다. 반면 선한 갈등은 삶을 살아가며 발생하는 의견의 대립이다. ‘선한 갈등’은 상대에게 정답을 강요하거나 상대를 비하하지 않고 서로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현재 정부와 의사의 갈등이 국민의 건강권을 위협하고 있다. 정부는 선진적인 의료서비스 체계를 구축하도록 의료 정책을 펼쳐왔다. 양질의 의료인력은 정부와 함께 국민들에게 높은 수준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해왔다. 그러나 정부와 의사는 현재 초고령사회에 대비한 의료인력 수급에 대한 의견 대립으로 ‘극한 갈등’을 겪고있다.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 인구 천명당 의사 수는 전국 평균 2.13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3.6명에 못 미친다. 의료환경이 가장 좋은 서울도 평균 3.37명으로 낮다. 지방에 거주하는 국민도 수도권 의료기관의 의료서비스를 기대한다. 수도권 의료기관에만 집중된 관심은 지방 의료서비스 체계에 중대한 위협이 되고 있다. 해결이 필요한 문제는 의료인력의 절대적인 숫자만이 아니다. 의료 정책에 대한 전반적인 점검이 필요하다. 또한 체계적인 전문 의료인력을 수급할 수 있도록 계획을 세워야 한다. 이 모든 것들이 조화를 이룰 때 ‘양질의 의료서비스의 확장’이란 공동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대의를 잊고 이익만을 따르면 사회와 국가를 망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이익을 보자 의로움을 잊는다는 의미를 가진 사자성어 ‘견리망의(見利忘義)’에 얽힌 역기(酈寄)의 고사에서도 알 수 있다. 역기는 친구를 배신하고 이익을 좇았다. 그러므로 이익을 접해도 의(義)를 먼저 생각하는 ‘견리사의(見利思義) 정신을 통해 성인(成人)이 되어야 한다.

정부와 의사의 갈등을 ‘선한 갈등’으로 전환해야 한다. 극한 갈등을 선한 갈등으로 전환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덕목은 경청이다. 일방적인 주장은 상대에게 보이지 않는 폭력이 되고 그 피해의 화살은 온전히 국민에게 향하기 때문이다.

정부와 의사는 ‘방휼지세(蚌鷸之勢)’에 해당하는 ‘극한 갈등’을 이어가고 있다. 방휼지세란 도요새가 조개를 쪼아먹으려 부리를 넣는 순간 조개가 입을 닫고 놓지 않아 대치하는 상황을 뜻한다. 정부와 의사는 자신의 주장을 위해 이치에 맞지 않는 논리를 펼치는 ‘견강부회(牽强附會)’를 그만 두어야 한다. 정부는 서로를 존중하는 경청의 기술을 갖춰 국민을 위하는 정부가 돼야 한다. 의사 또한 사람을 살리는 명의다운 처방을 내려야 한다. 곧 정부와 의사가 합의점을 찾을 수 있으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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