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왜 본지에 입사했냐 묻는다면 명확히 대답할 수 있다. 무료한 일상을 벗어나고 싶었다. 왜 본지에 남아있냐 묻는다면 선뜻 답이 나오지 않는다. 바이라인을 수놓던 동료 기자의 이름이 차례로 사라지는 동안 필자는 여기 남아있다. 가끔은 그저 고여있는 것만 같다. 관성처럼 취재하고 습관처럼 글을 쓴다. 대단한 열정도 없고 기자로서의 자질도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필자는 여전히 남아있다. 그 이유를 곰곰이 생각했다.

지난 겨울 방학엔 고민이 많았다. 본지 활동을 이어갈 수 있을지 매일 걱정했다. 필자는 졸업요건을 충족하기 위해 300시간의 아르바이트를 해야 한다. 뒤늦게 아르바이트를 구하려 했으나 본지 활동과 병행할 수 있는 시간대를 찾기 어려웠다. 학과 동기들이 차근차근 졸업요건을 채워가는 동안 키보드만 두드리는 현실이 불안했다. 활동을 그만 두기로 마음 먹다가도 인력 부족에 시달릴 동료 기자들이 눈에 밟혀 말도 꺼내지 못했다. 손바닥 뒤집듯 마음이 바뀔 때마다 본지가 없는 일상을 상상했다. 밤샘 마감 없이 편히 잠들고 인터뷰이 연락에 전전긍긍하지 않는 평범한 일주일을 떠올렸다. 취재 활동이 없는 삶이 꽤 달콤해 보였다. 졸업을 위한 아르바이트를 찾기도 쉬울 터였다. 필자의 일상에서 본지가 사라지면 모든 고민이 해결될 듯 보였다.

그럴 때면 본지에 들어온 이유가 자꾸 떠올랐다. 본지는 필자의 도피처였다. 입사 당시 필자는 평안하다 못해 무료한 일상에 질려있었다. 전공이 적성에 맞지 않아 괴로웠고 성인이 된 딸에게도 엄한 집안은 숨 막혔다. 그때 수습기자를 모집하는 게시물을 발견했다. 학생 기자의 삶이 바쁘단 건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바쁜 본지 활동이 캠퍼스를 홀로 방황하는 필자를 도와줄거라 생각했다. 외박도 해본 적 없는 필자에겐 ‘밤샘 마감’이란 경고조차 낭만적이었다. 

도망친 곳에 낙원은 없단 말을 실감한다. 도피처로 찾은 본지는 낙원보단 끊임없이 맷돌을 돌리는 ‘나태지옥’에 가까웠다. 그러나 다시 도망치고 싶진 않다. 이미 필자의 삶을 절반쯤 차지한 본지가 사라지면 마음이 텅 빌 것 같다. 본지를 떠나도 필자를 기다리는 건 무료한 일상뿐이다. 항상 똑같은 하루를 견딜 바엔 괴로워도 매일이 새로운 삶을 택하겠다. 모든 선택엔 책임이 따른다. 그러니 더는 도망가지 않는다. 필자의 마지막 도피처는 ‘숙대신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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