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전 세계의 콘텐츠를 집에 앉아서도 언제든 접할 수 있는 시대다. 그중에서도 우리나라 콘텐츠는 국적을 가리지 않고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으며 ‘K컬처 열풍’을 불러오고 있다. 특히 동남아시아 시장은 ‘K-콘텐츠’의 주무대다. 케이팝부터 웹툰, 드라마와 영화까지 진출하지 않은 분야가 없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지난 2월 12일(월) 발행한 ‘2023 K-콘텐츠 해외 진출 현황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웹툰이 태국 만화 시장의 47%를 차지하고 있었다. 1월 5일(금) OTT 서비스 넷플릭스(Netflix)에 공개된 드라마 ‘경성크리처’ 또한 베트남, 태국, 대만, 인도네시아 등의 국가에서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그러나 우리나라 콘텐츠엔 차별에 대한 인식이 부재하다. 지난해 11월부터 방송을 재개한 KBS 예능 프로그램 ‘개그콘서트’에선 개그우먼 김지영이 필리핀 결혼이주여성 캐릭터 ‘니퉁’을 연기하며 불쾌감을 자아냈다. 이후 김지영은 ‘먹방’ 유투버 ‘쯔양’과 함께 진행한 방송에서 거센 질타를 받았다. 니퉁이란 이름은 필리핀에서 사용되는 이름도 아닐뿐더러 필리핀 사람이 아닌 한국인 김지영이 자신을 필리핀 여성이라고 소개하며 방송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쯔양 채널의 필리핀 시청자는 명백한 인종차별이라며 불쾌감을 표했다. 

서툰 말투로 화려한 언변을 구사하는 니퉁의 행동은 개그 소재로 쓰일 수 없다. 니퉁이란 캐릭터가 가진 ‘웃음 포인트’가 있다면 그건 현실과 유사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기에 더욱 유해하고 위험하다. 2022년 기준 우리나라엔 16만9천명의 결혼이주여성이 거주하고 있다. 우리 주변에도 존재할 수 있는 이들의 일상을 개그 소재로 사용하는 건 명백한 희화화다. 

서툰 우리말을 구사하는 외국인을 개그 소재로 사용한 건 최근뿐만이 아니다. 지난해부터 많은 인기를 끈 ‘다나카’ 캐릭터도 마찬가지다. 개그맨 김경욱은 ‘부캐’인 다나카를 표현하기 위해 서툰 한국말을 구사하는 일본인을 연기한다. 다나카 역시 우리나라와 문화적으로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일본인이 느낄 불쾌감을 고려하지 않았다. 이윽고 다수의 공중파 예능과 유튜브(Youtube) 콘텐츠에 출연했고, 광고에도 등장했다. 

인종차별 이슈는 단순 ‘논란’이 아니다. 현재 우리나라 콘텐츠는 우리나라에서만 소비되지 않는다. 전 세계인이 쉽게 접할 수 있음을 인지하고 모두의 인권을 존중하는 콘텐츠가 제작돼야 한다. 외국인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자. 누군가 서툴게 말하는 자신의 말을 따라 하며 웃는다면 어떨까. 그 나라에 정착하고, 문화에 적응하고 싶은 마음도 사라질 것이다. 우리나라가 이를 배우기 전까지 ‘K컬처’가 꾸준히 사랑받긴 어려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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