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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민음사)

정체 모를 바이러스로 세계가 초토화됐다. 책에선 바이러스의 근원을 설명하는 대신 재난 속 인간의 행동에 주목한다. 바이러스를 피해 러시아를 떠도는 류 가족은 종말 앞에서야 사랑을 마주한다. 바쁜 일상을 이유로 사랑을 미뤄왔지만 재난 상황에선 내일이 없다. 우연히 만난 도리와 지나는 인간성을 잃은 세상에서 서로를 보며 위안을 얻는다. 긴 시간 동안 헤어져 온갖 풍파를 겪을 때도 서로의 미소를 떠올리며 견딘다. 사랑하는 여동생 미소는 도리의 삶의 이유가 된다. 담담한 문체로 만나는 극적인 사랑이 아름답다. 

때론 세상이 디스토피아처럼 느껴지곤 한다. 그럴 땐 한 자락 남은 애정을 끌어모아 사랑할 줄 알아야 한다. 전염성을 가진 사랑이 사회와 개인이 겪는 무력감을 덜어낼 유일한 방법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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