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칼럼]

필자는 좋아하는 행위 자체가 즐겁다. 좋아하는 것을 좋아하길 멈출 수 없다. ‘좋아하기를 좋아하기’는 필자가 가끔 글을 올리는 블로그(Blog) 이름이기도 하다. 한때 모 프랜차이즈 카페의 슬로건도 ‘좋아하는 것을 좋아해’였다. 요즘처럼 팍팍한 세상살이에 좋아하는 게 있다는 건 가뭄 속 단비와도 같다.

취미가 많은 사람으로 사는 일은 쉽지 않다. 필자의 취미를 열거해 보자면 다음과 같다. 연극이나 뮤지컬 보기, 영화 감상, 사진 찍기, 독서, ‘나’만의 공간 꾸미기, 피아노 연주하기, 글쓰기, 독립서점 가기, 소품샵 방문, 머리 염색 색상 생각하기 등이다. 4학년에게 닥친 ‘갓생 살기’에 수많은 취미까지 얹어지면 하루하루가 바쁘다. 즐거운 일이 많아 다행이기도 하다. 가끔은 좋아하는 대상이 많단 게 어떤 의미를 갖는지 생각해 보기도 한다. 취미와 취향이란 무엇인가. 이것들을 언제까지 이렇게 좋아할 수 있을까. 그렇다면 좋아한단 건 무엇인가.

지난 여름방학 여행 중 좋아하는 책에 관한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필자는 고민 없이 에세이 ‘아무튼 시리즈’를 말했다. ‘아무튼, 피아노’ ‘아무튼, 언니’처럼 각 작가는 ‘아무튼’으로 시작하는 자신만의 이야기를 풀어낸다. 필자는 독립서점에 자주 방문하던 때 이 시리즈를 알게 됐다. 생판 모르는 남의 이야기임에도 한 가지 주제로 늘어놓은 말들이 재밌었다. ‘아무튼’ 뒤에 붙는 것은 전문 분야나 열심히 임하고 있는 취미, 주변 사람이 될 수도 있다. 다양한 대상은 저자들이 그것을 좋아하고 몰두하고 있단 공통점을 갖고 있었다. 몰두와 몰입은 알면 알수록 신기하다. 어떤 대상에 몰입한 필자는 전혀 다른 사람으로 변한다. 좋아하고 몰입한 대상에 대해 열심히 얘기하는 사람의 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필자는 평소에 ‘이거 좋아!’하고 생각해 오던 가벼운 것에 조금 더 몰입해 빠져 보고 싶었다. 그 대상은 사소해도 괜찮다. 별거 아닌 것에 애정 어린 마음으로 몰입하면 그 순간이 소중하게 느껴진다.

'무언가를 좋아하기’란 사소한 것에도 애정을 가지고 몰입하는 것이다. 좋아하는 대상은 사람이나 물건, 동물, 장소가 될 수 있다. 무엇이든 상관없다. 한 가지에 푹 빠지면 더 재밌는 삶을 만들 수 있다. 좋아하는 대상은 삶의 원동력이 된다. 좋아하는 게 없다면 매일이 지루할 것이다. 힘들 때 생각나는 것이나 즐겁고 싶을 때 찾는 것이 늘 있으면 좋겠다. 그렇게 우리 삶을 ‘아주 별로’에서 ‘약간 별로’로, ‘좋아’에서 ‘아주 좋아’로 조금은 덜 딱딱하게, 한층 더 부드럽게 만들어 주는 게 ‘좋아하기’인 것이다. 필자는 몇 가지의 취미를 즐기며 조금은 재밌게 지내고 있다. 독자에게도 묻고 싶다. 당신은 무엇을 좋아하는가, 무엇을 좋아하고 싶은가.
 

문화관광 20 정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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