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파동 사진관]

끝을 모르고 치솟은 삼나무 사이에 서서 사람이 모두 지나가기만을 기다린다. 이내 주변이 잦아들고 공기는 습기를 가득 머금은 채 무겁게 가라앉는다. 곳곳에 쌓인 크고 작은 돌탑만이 오롯이, 비로소 초록의 성역(聖域)이다. 초록의 사려니다. 편백나무와 산수국, 고사리, 그리고 이름 모를 풀들이 지천이다. 녹음의 호위를 받으며 나는 다시 전진한다. 등줄기에 기분 좋은 땀이 흐른다.

법 22 이채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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