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칼럼]

당신은 가장 좋아하는 반찬을 먼저 먹는 편인가 나중에 먹는 편인가. 필자는 좋아하는 반찬을 무조건 마지막에 먹는다. 선호하지 않는 반찬을 먼저 먹은 후 좋아하는 반찬을 먹는 이유는 좋아하는 반찬이 싫어하는 반찬에 대한 보상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이 ‘나만의 반찬 법칙’은 일상생활에도 적용된다. 좋아하는 옷을 일부러 나중에 입는다거나, 더 싫은 과제를 먼저 한다거나, 제일 가고 싶은 장소를 여행 마지막 날로 계획하는 것을 예로 들 수 있다. 이 법칙은 매사를 끝까지 설레는 기분으로 마무리할 수 있게 만든다.

그러나 올해 가을부터 이 법칙에 의구심이 들기 시작했다. 계기는 바로 ‘옷’이다. 필자는 유독 ‘니트 볼레로 카디건’을 아낀다. 이 옷은 여름 소재의 니트가 아니라 두꺼운 겨울 실로 짜여 있지만 겨울에 입기엔 실 사이의 여백이 많아 시기를 잘 맞춰 입어야 한다. 지난해 가을 초입엔 반소매 위에 카디건을 조합해 입었다. 올해는 여름이 유독 길어 더위가 한풀 꺾이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마침내 날씨가 선선해졌다. 원래 입던 여름옷을 한 번씩 입은 후 여름의 마지막을 기념해 볼레로 카디건을 개시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 사이 날씨가 추워져 결국 카디건은 한 번밖에 입지 못했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사실 필자는 이런 경험이 많았다. 지난해엔 롱코트를 사두곤 아끼지 않는 옷들을 먼저 입다가 겨울이 다 지나버렸다. 올해 여름엔 아끼는 셔츠 입기를 미루다가 두 번밖에 입지 못한 경험도 있다. 남긴 요거트 초코링 과자를 아껴 먹으려 냉장고에 숨겨놨다가 쏟아버리는 바람에 결국 먹지 못했던 기억도 있다. 학기 중엔 재밌어 보이고 잘하고 싶던 과제를 마지막으로 미뤘다가 시간이 부족해 가장 대충 작성한 경험도 많다. ‘나만의 반찬 법칙’이 필자 일상의 무료함을 없애고 보상을 책임지는 좋은 방식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악영향을 미치는 부분도 많았단 사실을 깨달았다.

그 후 필자는 이 법칙을 재정비하는 시간을 가졌다. 결과부터 말하자면 계속 이 법칙을 고수하기로 했다. 좋아하는 것을 마지막 순서로 두는 이 법칙을 여전히 좋아하기 때문이다. 부정적인 결과를 마주하더라도 필자 성향엔 이 방식이 맞다고 판단했다.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는 필자에게 ‘좋아하는 것을 하기 위함’이란 명목이 없다면 하기 싫은 일은 아예 시작하지 못할 것이다. 힘든 일을 견디고 보상을 얻는 순간은 언제나 행복하고 좋은 동기가 된다.

단점은 생각하기 나름이다. 현재 무가치한 단점이 언젠가 자신에게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 ‘원하는 만큼의 결과가 나오기 어려운 세상에서 편히 살기 위해 이 정도 꼼수는 괜찮지 않을까’란 생각도 든다. 비록 결과물이 맘에 들지 않거나 때를 놓쳐 보상받지 못하는 순간도 종종 올 것이다. 그래도 괜찮다. 다음 보상에서 행복을 찾으면 그만이다. 단점이 있어도 자신에게 맞는 방식이라면 그게 정답이다. 스스로 행복해야 즐거운 인생이 될 수 있다.

사회심리 23 신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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