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리어 우먼(Career Woman)’은 직업을 가진 여성을 지칭한다. 커리어 우먼은 여성이 직업을 가지기 시작한 1970년대에 등장한 단어다. 당시 직업을 가진 여성이 드물었기 때문이다. 오늘날 여성의 활발한 사회 진출에도 불구하고 ‘커리어 우먼’이란 표현이 여전히 사라지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나라 여성 근로자의 현황부터 노동 환경까지 살펴봤다.


내실 없는 성장
여성 근로자는 약 50년간 증가하며 전문적인 지식을 갖춘 여성도 함께 늘었다. 통계청에서 매년 진행되는 경제활동인구조사에 따르면 여성 근로자의 비율은 지난 1963년 24.1%에서 2017년 43.9%로 증가했다. 또한 의료, 법조계 등 전문직 분야의 여성 근로자도 늘고 있는 추세다. 2019년 통계청이 발표한 ‘2019 통계로 보는 여성의 삶’에 따르면 법조인 여성은 2008년 10.4%에서 2018년 18.3%로 7.9% 늘었다. 의료 분야에서도 긍정적인 수치를 보였다. 의료계에 종사하는 여성은 2008년 21.6%에서 2018년 26%로 증가했다.

여성은 근무환경에서 평등하게 대우받지 못한다. 지난해 ‘국가지표체계’에서 발표된 ‘비정규직 근로자 비율’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21년까지 우리나라 여성 근로자 중 여성 비정규직 근로자 비율은 46.12%에 달했다. 해당 기간 남성 비정규직 근로자는 약 30%를 차지했다. 정규직 전환율도 여성이 남성에 비해 낮다. 한국사회복지단체협의회가 조사한 ‘2021년 만 19~29세 청년층 정규직 전환 성별 차이’에선 남성의 정규직 전환율은 45.9%, 여성은 36.4%로 나타났다. 고위직군에서도 같은 양상을 보였다. 여성가족부가 지난해 국무회의에 보고한 내용에 따르면 우리나라 정부의 고위직 여성 비율은 전체 1600명 중 160명이다. 해당 비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37.1%에 한참 못 미친다. 

끊이지 않는 직장 내 성차별
여성의 구직 과정은 시작부터 순탄치 않다. 올해 우리나라 여성 고용률은 OECD 38개국 중 30위로 하위권이다. 지난해 취업사이트 ‘사람인’이 721개 기업의 인사담당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 73.6%(530명)가 ‘채용 시 남성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2018년엔 KB국민은행이 2015년~2017년 신입 행원 채용 과정에서 여성의 서류 평가 결과를 하향 조정했다. 그러나 재판 결과 임직원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KB국민은행 법인에 벌금 500만 원의 솜방망이 처벌만 부과됐다.

남성을 기준으로 한 현 사회 구조는 여성의 고위직 진출을 막는다. ‘유리천장’은 여성이 일정 서열 이상으로 오르지 못하게 하는 ‘보이지 않는 장벽’을 의미한다. 유리천장지수는 남녀 고등교육 격차, 여성 경제활동 참여 비율, 성별 임금 격차, 고위직 여성 비율, 의회 내 여성 비율 등 10개 세부 지표를 종합해 환산한다. 우리나라는 2013년부터 현재까지 11년 연속 유리천장지수 최하위다. 유재경 국민대 경영학 겸임교수는 “현재 기업 문화 대부분은 남성을 기준으로 만들어졌다”며 “여성이 기업 문화에 적응하기 위해선 남성의 기준을 맞춰가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여성에게 강요되는 돌봄 책임은 여성의 사회활동을 방해한다. 우리나라에서 육아와 가사는 여전히 여성의 몫으로 인식되고 있다. 지난해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2021 양성평등 실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8.9%가 ‘가사와 돌봄은 주로 아내가 한다’고 밝혔다. 배진경 한국여성노동자회 대표는 “사회는 여성을 돌봄 전담자로 정한다”며 “여성이 언젠간 아이를 낳고 회사에 헌신하지 못할 존재라고 인식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해 취업사이트 사람인이 721개 기업의 인사담당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채용 시 남성을 선호하는 이유로 18.2%의 인사담당자가 ‘육아휴직 등으로 인한 업무 단절이 없어서’를 꼽았다. 

성차별 타파하기
정부는 여성의 사회진출을 돕고 근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성할당제’를 시행했다. 여성할당제는 각 분야에서 고용, 승진 등에서 일정 비율을 여성에게 할당하는 제도다. 해당 제도는 자산 2조 원 이상의 대기업이 여성 이사를 최소 1명 이상 두게 한다. 지난해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이 개정되며 국내 기업에도 여성임원할당제가 도입됐다. 시행 후 국내 자산 기준 상위 30대 기업을 조사한 결과 여성 임원이 없는 기업은 2018년 70%에서 올해 32%로 줄었다. 

기업은 여성 근로자를 위한 제도를 마련하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맘토링(Momtoring)’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해당 프로그램은 육아휴직 후 복직한 직원의 원활한 회사 생활을 돕는다. 2018년부터 신한은행은 금융기업 최초로 여성 인재 육성에 나섰다. ‘신한 쉬어로즈’는 기업 내 여성 임직원 리더십 강화를 위해 개인별 맞춤 교육을 제공한다. 해당 프로그램 시행 후 신한금융그룹은 블룸버그(Bloomberg) 양성평등 지수(GEI)에 5년 연속 선정됐다.


오늘날 여성에게 보장되는 최소한의 권리는 지난날의 불평등에 대항한 결과다. 아이슬란드 여성들은 지난 1975년부터 여성의 권리를 위해 투쟁했다. 그 결과 현재 아이슬란드는 세계 경제포럼의 ‘성평등 지수’에서 14년 연속 1위를 지켜오고 있다. 여성이 더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선 지속해서 여성의 권리에 관심을 갖고 연대해야 한다. 


참고문헌
고영우. (2021). 여성의 경력단절 원인과 재취업 결정요인 분석. 2021년 한국노동패널 학술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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