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부의 R&D(연구개발) 예산안 축소를 둘러싼 논란이 한창이다. 기초연구 예산이 삭감돼 과학기술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으며 신진연구자에 대한 연구비 지원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경제성장의 둔화와 인플레이션(Inflation), 고금리 우려 등으로 세계 경제는 불확실하며 고용불안이 심화되고 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으로 에너지 위기가 커지고 있으며 이스라엘과 하마스(Hamas)의 전쟁으로 국제 정세도 불안하다. 기후변화와 에너지 위기는 미래 사회를 위협하는 상수가 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주요 선진국은 새로운 비전과 국가전략을 세워 미래 사회를 대비하고 있다. 전략 없는 국가에게 미래는 없다. 세계 각국은 기후변화와 에너지 위기, 디지털 전환, 생성형 인공지능의 부상 등과 같은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유럽연합(이하 EU)은 탄소중립과 디지털 전환을 목표로 설정하고 세부 과제를 체계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EU의 새 산업전략은 국제경쟁력 강화와 혁신‧경쟁 및 강력한 단일시장 구축이다. 또한 ‘차세대 유럽연합’ 프로젝트를 진행해 클린테크(Clean Tech) 강국을 표방하며 친환경적 기술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독일 정부는 ‘첨단기술전략 2025’를, 프랑스 정부는 ‘프랑스 2030’을 야심차게 준비하고 있다. 또한 주요 선진국은 미래 사회에 대비하기 위한 R&D 분야 투자도 확대하고 있다. EU는 대표적인 연구·혁신 지원 프로그램인 ‘호라이즌 유럽(Horizon Europe)’에 약 955억유로를 지원하고 있다. 일본에선 제4차 산업혁명에 대비하기 위한 ‘문샷(moonshot)’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 정부도 국가경쟁력을 높이고 초(超)일류 국가로 도약하기 위해 ‘신(新)성장 4.0 전략’을 발표했다. 신기술·신일상·신시장을 의미하는 3대 분야에서 15대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지만 그 내용이 포괄적이고 산만하다. 기후변화 대응,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 이후의 보건과 안전, 미래 식량 등을 깊이 있게 통찰하지 않는다. R&D 분야의 예산 낭비를 줄이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대학과 연구기관의 지원을 축소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효율적인 연구지원을 위한 선택과 집중이 중요하다. 대학은 미래 사회를 비추는 희망의 등불이다. 미래에 대비하기 위해 정부는 연구·혁신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우수한 후속세대 연구 인력을 확보해야 한다. 현재 정부의 전향적인 자세가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저작권자 © 숙대신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