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문화]

⯅ 책 「슬픈 세상의 기쁜 말」 , 정혜윤 지음 (사진출처=교보문고)
⯅ 책 「슬픈 세상의 기쁜 말」 , 정혜윤 지음 (사진출처=교보문고)

“아침에 눈을 뜨는 나의 의무 사항 중 하나는 하루의 슬픔을 감당할 기쁨을 찾는 것이다.”

요즘 ‘슬픔 가득한 세상에서 필자는 무엇에 기대어 살아야 할까’란 고민을 자주 한다. 슬픔이란 감정을 구체적으로 그려내면 그 속엔 ‘무력감’ ‘죄책감’ ‘분노’ 등이 있다. 원인은 각자 다르겠지만 대체로 사회 문제로 인해 자연스럽게 느끼는 감정일 것이다. 일상에서 마주하는 모든 감정에 허덕이며 하루의 균형을 잘 잡아내기란 참 벅차다. 차라리 사회를 외면하는 게 나을 것 같단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필자는 사회를 향한 관심을 거두지 않는다. 그것이 필자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몫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슬픈 세상이 벅차게 느껴질 때마다 정혜윤 PD의 「슬픈 세상의 기쁜 말」이란 책을 펼쳐본다. 그는 라디오 PD로 지내며 다양한 세상과 사람들의 이야기를 수집했다. 이 책은 남도 외딴 항구의 어부, 뒤늦게 글자를 깨우친 할머니, 9·11테러 생존자나 콜럼바인 총기 사건 희생자와같이 평범하지만 평범하지 않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묶어내고 있다. 책에 실린 모든 이야기는 주위에서 보기 어려우면서도 충분히 존재할 법하다. 그런 지점을 잘 포착해 그려냈기에 이 책을 읽고 나면 주변 사람들이 행인 1명이 아닌 이야기 1개로 보이기 시작한다.

책을 읽자마자 세상이 아름다워 보이는 건 아니다. 슬픈 세상을 견딜 수 있는 기쁜 말을 수두룩하게 알게 되는 것도 아니다. 이 책은 독자가 선택해야 하는 영역을 남겨둔다. 책을 책으로만 읽을 것인지, 이야기로 읽을 것인지. 실제이지만 허구가 아닐까, 생각하게 될 정도로 믿기 어려운 이야기가 담겨있다. 각 인물에게 닥친 개인적이기도, 사회적이기도 한 슬픔을 이겨내는 모습을 엿보는 필자의 마음이 숭고해진다.

작가가 자신의 부모와 나눈 대화가 여러 이야기 중 가장 인상 깊다. 그의 아버지는 집에 있는 나무를 뽑아 어느 초등학교 운동장에 심어주려 했다. 작가가 이유를 묻자 아버지는 ‘아무리 서러워도 기댈 곳이 있으면 눈물은 그치게 돼 있다’고 답했다. 책을 덮은 후 책이 내게 안겨 준 여러 질문에 답하기 위해 잠시 생각에 빠졌다. ‘나는 어느 곳에 기대어 눈물을 흘렸더라’ ‘누가 내 눈물을 닦아줬더라’. 이런 생각 덕분에 슬픈 세상에서도 기쁜 마음을 가질 수 있었다. 모두가 슬픈 세상 속에서 마음을 기댈 기쁜 말을 찾길 바란다.

경제 20 김연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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