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숙케치]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간 삼악산에선 춘천의 풍경이 한 눈에 보인다.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간 삼악산에선 춘천의 풍경이 한 눈에 보인다.

중학교 친구 유민이와 오래전부터 기차 여행을 가자고 약속했다. 얼마 전 친구와 급작스럽게 여행을 계획해 나흘 뒤 떠났다. 추석 덕분에 넉넉해진 주머니 속 용돈을 기왕이면 필자에게 의미 있는 일에 쓰고 싶었다. 경험과 우정을 쌓고 시야도 넓힐 수 있는 여행이 바로 ‘의미 있는 일’이었다. 학기 중이라 시간이 넉넉지 않아 우리의 목적지는 비교적 가깝고 교통이 편리한 강원도 춘천이었다.

누군가의 인솔 없이 가는 여행은 어색했다. 기차를 제대로 타는 것부터 난관이었다. ITX 청춘 열차를 예매했지만 열차 번호를 보고도 도무지 타는 곳을 찾을 수 없었다. 지나가는 행인을 붙잡고 여쭤보고 나서야 간신히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자리에 앉은 후에도 옳은 방향으로 가는지 의심스러워 내내 지도를 확인했다. 다행히 기차는 우리의 목적지 쪽으로 움직였고 그제야 안심이 됐다. 도착지인 남춘천역은 생각보다 추웠다. 우린 역 근처 호텔에 들어가 새벽 두 시까지 먹고 떠들며 웃음 속에서 잠들었다.

다음날 꼭두새벽부터 호텔을 나섰다. 생선구이 식당 ‘강릉집’에 가기 위해서다. 둘 다 생선을 좋아해 간 것뿐인데 운 좋게도 아침부터 줄을 서는 유명 맛집이었다. 기다림 끝에 마주한 식사는 임금님 밥상처럼 훌륭했다. 배를 든든히 채운 후엔 레일바이크를 타기 위해 김유정역으로 서둘러 이동했다. 역에 간신히 도착해 레일바이크 앞에 섰을 땐 정말 신나고 기대됐다. 코스모스가 우릴 반겨주고, 햇살이 내리쬈다. 이 순간을 위해 춘천에 온 것만 같았다.

레일바이크 노선은 페달을 밟지 않아도 움직일 정도로 시원한 내리막길을 지나 논밭을 가로지르고, 비눗방울이 나오는 터널도 지났다. 삼악산에서 케이블카를 타고 카페에 들러 감자빵을 먹은 후 춘천역까지 한 시간가량 걸었다. 저녁으론 춘천에서 먹지 않으면 섭섭한 닭갈비를 먹었다. 친구가 검색한 치즈 닭갈비집 가게에 도착하니 처음엔 사람이 없어 제대로 온 것이 맞는지 걱정됐다. 그러나 걱정이 무색하게 닭갈비는 입에서 살살 녹을 정도로 맛있었다. 식사를 마치고 나설 즘 가게는 손님으로 붐볐다. 그때의 닭갈비 맛이 생각나 최근에 다른 식당에 가봤지만 춘천의 맛을 따라가지 못했다.

기숙사 책상엔 친구와 삼악산 케이블카에서 찍은 사진이 붙어있다. 필자는 매일 습관처럼 사진을 본다. 설렘이 드러난 그때 얼굴을 여러 가지 일에 지친 현재 필자의 모습과 대조해 본다. 아득하게 오래전처럼 느껴지기도 하지만 여행을 생각하면 다시 힘이 나는 것 같기도 하다. 친구와 언젠가 다시 여행을 떠날 수 있을 것만 같다.

조은수(작곡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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