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9월 개최되는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최초로 정식 채택된 종목이 있다. 바로 ‘e스포츠’다. 현재 우리나라 e스포츠 산업 규모는 지난 2021년 기준 약 1048억원에 달한다. e스포츠의 인기에 문화체육관광부는 ‘2022 e스포츠 대학리그’를 개최하기도 했다.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고 있는 e스포츠, 이렇게 주목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게임에서 피어난 e스포츠
e스포츠는 ‘전자의(electronic)’와 ‘스포츠(sports)’의 합성어로 컴퓨터, 핸드폰 등의 전자장비를 이용해 승부를 겨루는 경기를 말한다. 모든 게임이 e스포츠에 해당하진 않는다. 게임이 e스포츠가 되기 위해선 기록으로 우열을 가릴 수 있어야 한다. 현재 국내 ‘이스포츠(전자스포츠) 진흥에 관한 법률’에선 e스포츠를 ‘게임으로 기록 또는 승부를 겨루는 경기 및 단체활동’으로 정의하고 있다. 닌텐도(Nintendo) 게임인 ‘놀러오세요, 동물의 숲’은 한 명의 플레이어가 주어진 미션을 수행해 e스포츠가 될 수 없다. 국내 리그 e스포츠 종목은 매년 한국e스포츠협회(KESPA)가 결정한다. 해당 기관은 종목별 심의규정을 고려해 e스포츠의 종목을 선정한다. 프로 선수가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의 유무, 게임사의 투자 계획 등에 기반해 e스포츠의 발전 가능성을 평가한다. 현재 국내에 등록된 e스포츠 종목은 리그오브레전드(League of Legends), 배틀그라운드(BATTLEGROUNDS), 서든어택(SUDDEN ATTACK)을 포함한 총 16개다. 

e스포츠는 1990년대 말부터 현재까지 단시간에 성장했다. 1990년대 말 PC방의 성행과 스타크래프트(STARCRAFT)의 등장은 e스포츠 발전의 시초가 됐다. 작은 규모로 열리던 게임 대회는 구 단위, 시 단위에서 전국으로 점차 발전했다. 지난 2000년엔 정규 리그 운영을 주도하는 한국e스포츠협회가 설립되며 선수 관리와 대회 방식이 체계화됐다. 게임만 다루는 케이블 방송 채널이 등장하고 삼성, SKT 등 대기업이 프로게임단을 후원하기 시작했다. 2004년 부산 광안리에서 열린 스타크래프트 결승전은 우리나라 e스포츠의 잠재력을 전 세계에 알린 계기였다. 당시 경기장엔 10만 명이 넘는 관중이 모였다.

우리나라는 e스포츠 강국으로 뛰어난 성적을 거뒀다. e스포츠 올림픽이라 불리는 ‘월드사이버게임스(World Cyber Games)’에서 우리나라는 스타크래프트 부문에서 13년 연속 우승을 차지했다. ‘리그오브레전드 월드챔피언십(League of Legends World Championship)(이하 롤드컵)’에서도 5년 연속 우승을 달성했다. 4월 개최된 ‘2023 LOL 챔피언스 코리아’ 결승전은 예매 시작 20분 만에 모두 팔려 인기를 증명했다. e스포츠가 각광받으며 관련 교육 과정도 신설되고 있다. 오산대는 지난해부터, 신구대는 올해부터 e스포츠과 신입생을 모집하고 있다. 단국대 대학원은 2021년 국내 대학원 최초로 e스포츠학과를 개설했다. 김형섭 은평메디텍고등학교 e스포츠과 교사는 “e스포츠에서의 윤리, 실습 등 체계적인 교육 과정을 마련하고 있다”며 “해당 교육이 산업 발전까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인기의 실마리를 찾아서
게임 관전 문화는 e스포츠 흥행 요인 중 하나다. 플레이어 경험에서 비롯한 게임에 대한 높은 이해는 e스포츠의 또 다른 재미 요소다. 송은서(경영 22) 학우는 “전문 선수들은 경기 중 고난도 기술을 사용한다”며 “직접 게임 할 때와는 다른 쾌감을 준다”고 말했다. 미국 게임 개발 회사 라이엇 게임스(Riot Games)에 따르면 2021년 롤드컵 결승전의 분당 평균 시청자 수는 3060만 명, 최고 동시 시청자 수는 7386만 명을 기록했다. 유튜브(Youtube), 트위치(Twitch) 등 다양한 중계 매체의 등장 또한 게임 관전 문화 확산에 기여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2022 e스포츠 실태조사’를 실시했다. 남녀 1106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해당 조사에선 ‘e스포츠 시청 시 이용하는 플랫폼’에 대해 유튜브가 65.6(약 725명)%, 트위치가 16.6(약 184명)%라고 답했다. 

e스포츠의 또 다른 성행 이유는 프로e스포츠 선수다. ‘2022 e스포츠 실태조사’에서 남녀 441명 중 30.8%(136명)는 e스포츠 대회 현장 관람 이유로 ‘대회 출전 프로선수를 보기위해’라고 답했다. 남수연(컴퓨터과학 19) 학우는 “경기를 보며 선수의 열정과 노력을 느낄 수 있다”며 “좋아하는 선수와 팀의 굿즈(Goods)를 구매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정헌목 인류학자의 논문 ‘스타 게이머 팬클럽을 통해 본 e-스포츠 팬덤의 형성 과정과 특성’에 따르면 e스포츠 팬덤의 가장 큰 장점은 프로 선수와의 높은 접근성이다. 팬들은 선수들과 온라인, 오프라인에서 소통하며 친근함을 느낀다. 

주 소비층이 젊은 세대란 점도 e스포츠 성행 요인이다. 현재 젊은 세대는 태어날 때부터 디지털 기기에 둘러싸여 성장한 디지털 네이티브(Digital Native)다. 해당 세대는 상대적으로 전자기기 사용에 익숙해 어린 연령대부터 일상적으로 게임을 접해왔다. 2천 명을 대상으로 한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21 e스포츠 실태조사’에 따르면 최근 1년 이내 e스포츠 방송을 시청한 경험이 있는 연령대는 20대가 74.4%(1490명)로 1위를 차지했다. e스포츠 산업은 다양한 업계의 지원으로 규모가 확장되고 있다. 기업들은 MZ세대와의 소통을 위해 e스포츠를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한다.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Nike)는 페이커 소속팀 T1과 계약을 맺어 유니폼을 후원하고 한정판 굿즈를 제작하기도 했다. 


한계 딛고 밝은 미래로
e스포츠의 흥행에도 불구하고 폭력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현재 인기 있는 게임 대다수는 상대를 공격해 죽이거나 체력을 소진시켜야 승리할 수 있다. 배틀그라운드의 승부는 총으로 경쟁자를 제거하는 방식으로 결정된다. 송 학우는 “게임 캐릭터의 모습이 인간과 유사해 더 폭력적으로 느껴진다”고 말했다. 게임사는 유해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연령별 이용 등급을 분류하고 있다. e스포츠 종목으로 채택된 배틀그라운드는 15세 이용가와 청소년 이용 불가 등급으로 나눠 ‘피’의 색을 구분한다. 15세 이용가 서버에선 피의 색깔이 빨간색이 아닌 초록색으로 표시된다. 또한 3월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올림픽 e스포츠 시리즈 2023’에서 폭력성을 띠지 않는 태권도, 양궁 등의 게임만으로 종목을 구성했다.

e스포츠가 더욱 발전하기 위해선 국가 차원의 지원과 제도 구축이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세계 최초로 게임 대회를 해외로 방송하며 e스포츠 문화를 이끌었다. 그럼에도 현재 우리나라는 e스포츠 종주국으로서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국내 e스포츠 산업 규모도 2019년 약 1400억 원 이후로 2020년 약 1200억 원, 2021년 약 1000억원으로 계속해서 감소했다. 전 세계 e스포츠 산업 규모에서 우리나라의 비중 또한 2020년 14.6%에서 2021년 9.9%로 하락했다. 송석록 경동대 체육학과 교수는 “e스포츠를 표준화하는 등 공적인 논의와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스포츠는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가진다. 우리나라는 K-e스포츠란 새로운 한류를 만들어 낼 수 있다. e스포츠의 아시안 게임 정식 종목 채택은 그 가치를 상징한다. 송석록 경동대 체육학과 교수는 “e스포츠는 후세대에 물려줄 소중한 유산이다”며 “e스포츠의 다양한 가치를 발굴해야 한다”고 말했다. e스포츠란 날갯짓이 미래에 가져올 파장에 주목해 보자. 


참고문헌
한국이스포츠아카데미, 「e스포츠 마스터플랜」, 더디퍼런스, 2019
박신영 외, 「크로스 e스포츠」, 북스타,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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