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인 이금희(정치외교 88졸) 동문 인터뷰


인터뷰가 있던 지난 6일은 이번 학기 이금희 씨의 첫 강의(매스미디어와 사회)가 있는 날이었다. 한 사람씩 자기소개를 하다 보니 예상보다 수업이 늦게 끝났다며 연신 사과를 했다. 그를 기다리다 저녁을 먹지 못한 기자에게 얼마나 배가 고프냐며 밥부터 먹자는 그의 첫 마디가 친근했다. 어느새 인터뷰 전의 긴장감과 어색함은 선ㆍ후배간의 편안함으로 바뀌었다. 



 내겐 너무 특별한 학교

이금희 씨는 현재 <인간극장> 내레이션 더빙과 매일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아침마당>의 MC, 라디오 <이금희의 가요산책>의 DJ로 활동 중 이다. 또한 우리 학교 강의까지 소화하느라 평일에는 눈코 뜰 새가 없다. (인터뷰가 있던 그날도 라디오 생방송이 끝나자마자 강의가 있어 저녁 식사도 못했다고 했다.) 그 밖에도 ‘S.NOW’ 활동, 멘토 프로그램의 멘토, 동문 모임의 사회까지 맡고 있다. 학교 일이라면 발 벗고 나서는 그에게 무슨 특별한 사연이라도 있나 싶을 정도다.

“총장님께 ‘숙명에서 받은 것이 너무 많아서 받은 만큼 돌려주고 싶다.’는 말씀을 들은 적이 있어요. 저도 우리 학교에서 아나운서의 꿈을 키웠고 교육방송국 활동을 통해 조직생활, 대중 앞에 서는 법 등을 배웠어요. 제가 받은 만큼 학교에 돌려주고 싶습니다.”

그의 학교 사랑에 감탄하는 기자에게 그는 “저 뿐만 아니라 학교를 위해 자신의 소중한 시간과 열정을 학교를 위해 쓰고 싶어 하는 동문들이 생각보다 많아요. 후배들이 그런 점을 든든하게 생각했으면 좋겠어요.”라며 선ㆍ후배에게 공을 돌리는 것을 잊지 않는다.

사람’이 좋은 평범한 사람

스무 살 대학생 이금희 씨는 내성적이고 조용한 학생이었다. “정말 평범 그 자체였어요. 아마 친구들은 저를 ‘방송국 활동하던 친구’로만 기억할걸요?” 20여 년 전 청파골의 그 평범한 여대생은 자신이 국민 아나운서가 될 것이라는 것을 알았을까. “앞집 누나, 사촌 언니 등 누군가와 닮았다는 얘기를 많이 들어요. 처음에는 개성이 없다는 말인 것 같아 싫었는데 나이가 들면서 참 고마운 말이라는 것을 깨달았죠. 튀지 않으면서 편안한 모습이 사람들로부터 친근함을 느끼게 하는 것 같아요.”

이러한 친근함 덕분인지 <인간극장> 뿐만 아니라 <아침마당> 등 그가 진행하는 프로그램에는 사람 냄새가 가득하다. “제가 ‘사람’을 좋아해요. 오래 전부터 인터뷰 기사 읽는 것이 취미였을 정도니까요. ‘사람은 하나의 소우주’라는 말처럼 한 명 한 명 안의 우주를 발견하는 게 정말 재미있어요.”

이금희 씨가 맡은 프로그램들의 특성상 그는 매일 여러 사연들에 얽힌 다양한 사람들을 만난다. 그렇다면 그간 만났던 많은 사람들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사람은 누구일까. 의외로 ‘없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누구 한 사람이 ‘가장’ 기억에 남기 보다는 모든 사람이 기억에 남아요. 매일 만나는 모든 분들의 메시지가 저를 조금씩 변화시키기 때문이에요. 지금은 지난 주 인간극장의 주인공과 어제 오후 라디오 생방송에서 만났던 사람, 오늘 내가 읽은 사연의 주인공이 기억나네요.”

진솔한 이야기를 이끄는 목소리

이금희 씨는 여러 가지 프로그램들을 진행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이금희 브랜드’가 가장 뚜렷한 프로그램으로 <인간극장>을 꼽을 것이다. 가지각색 사연들의 주인공들을 따라 차분하게 혹은 장난스럽게 흘러나오는 이금희 씨의 내레이션은 <인간극장> 속 또 하나의 주인공이다.

이날 이금희 씨는 <인간극장> 더빙에 관한 작은 일화를 들려줬다. 지난 겨울 어느 날, 이금희 씨는 인간극장 내레이션 더빙을 위해 이른 새벽에 집을 나서야 했다. “잠이 덜 깬 새벽이라 목이 잠겨 힘들어하던 중에 ‘30대의 환경미화원 주부’의 사연을 만났어요. 세 딸을 키우기 위해 새벽 3시에 일어나 칼바람을 맞으며 청소를 하는 그 분의 사연을 통해 반성했죠. ‘이렇게 고단한 일을 하면서 열심히 사는 분도 있는데 나는 새벽 5시에 일어나는 게 뭐 그렇게 힘들다고 투정을 부렸을까’ 하고요.”

그가 사람에게서 진솔한 이야기를 이끌어내는 데 특별한 자질이 있다는 것은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톱스타들이 그의 라디오에 출연해 눈물을 보이는 일이 종종 있는 것만 봐도 그렇다. 그만의 남다른 비법이 있는 것일까?

“비법이랄 것은 없지만, 거의 본능적으로 그 사람의 이면을 생각해보게 돼요. ‘이 사람은 톱스타지만 어떤 마음고생을 했을까, 정상의 자리에 있지만 잃어버린 것은 무엇일까’하는 생각들이요. 스타들을 인터뷰 하면서 ‘빛이 강한 만큼 그늘도 짙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느끼는데, 이렇게 화려한 모습 뒤에 감춰진 이면에 관심을 가진 것이 도움이 됐다고 생각해요.”

마음을 치유하는 방송인

본능적으로 상대방의 상처를 헤아리는 그의 따뜻한 마음씨가 그를 지금의 국민 진행자의 자리로 이끈 것 같다. 그렇다면 지금 정상의 위치에서 그가 생각하는 ‘앞으로의 삶’은 어떤 모습일까. “요즘 ‘치유’에 관심이 많아요. 사회가 각박하고 현실이 냉혹하다보니 누구나 치유를 필요로 하는 것 같아요. 제가 하는 방송이 그분들이 쓰리거나 시린 마음을 달랠 수 있다면 내 인생 최고의 보람이겠죠.” ‘방송’을 통해 사람의 마음을 치유하고 싶다는 그에게서 인간극장의 내레이션이 그토록 마음에 와 닿는 이유를 찾았다.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냐는 질문에, 그는 자신의 대학생활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대학에서 평생 친구들을 얻었고, 많은 것을 배웠지만 너무 시야가 좁았던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고 한다. “대학생 때 교육방송국 활동과 학과 활동밖에 몰랐어요. 다시 대학생으로 돌아간다면 연합 동아리나 영화 동아리에서 다양한 활동을 해 보고 싶어요.”

이어 그는 자신의 과거 이야기를 들려주며 후배들에게 조언을 전했다. “리포터와 비서 일을 잠시 한 적이 있었는데 적성에도 맞지 않는 것 같고 몸도 고단해 매일 물 먹은 솜처럼 집에 들어갔어요. 하지만 나중에 그 경험들은 큰 도움이 되더라고요. 또 제가 아나운서 시험에서 재수를 하지 않았다면 방송에서 재수생의 마음을 진심으로 위로하기 힘들었을 거예요.”

“대학 생활은 점을 찍는 작업이라고 생각하세요. 점이 이어져 선이 되고, 선이 이어지면 글도 쓰고 그림도 그릴 수 있는 면이 되죠. 언제 어떤 점들이 이어져 선이 될지 모르니 다양한 점들을 찍었으면 좋겠어요.”

카페를 나서며 ‘돈을 벌어서 좋은 것이 있다면 이렇게 후배들에게 밥을 사줄 수 있는 것’이라며 웃는 그에게서 마음 깊은 곳에서 나오는 후배 사랑, 학교 사랑을 다시 한 번 실감했다. 그는 인터뷰 내내 자신이 평범한 사람임을 얘기했지만, 그 속의 가득한 따뜻한 에너지는 그를 빛나게 하기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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