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젊음(Young)과 알츠하이머(Alzheimer)를 합친 ‘영츠하이머’란 합성어가 젊은 층 사이에서 사용된다. 젊은 나이에 겪는 건망증을 뜻하는 해당 단어는 알츠하이머의 초기 증상이 될 수 있다. 주로 노인에게만 해당하던 질병은 청년들의 건강까지 위협한다. 지난 2015년 노스웨스턴(Northwestern University) 의대 교수팀은 20대 청년의 뇌에서 알츠하이머병(Alzheimer’s Disease)을 유발하는 성분을 발견했다. 2021년 6월 최초의 알츠하이머 치료제인 아두카누맙(Aducanumab)이 미국식품의약처 FDA(Food and Drug Administration)의 승인을 받았다. 알츠하이머병이 완전히 치료되는 시대가 우리 앞에 펼쳐질 수 있을까.

뇌 질환, 알츠하이머를 파헤치다
알츠하이머병은 뇌 인지능력의 점진적 퇴행이 나타나는 질환이다. 해당 병은 치매의 한 종류로 치매 환자 중 약 75%가 알츠하이머성 치매를 앓고 있다. 나이, 유전 그리고 성별에 따라 알츠하이머병의 발병 비율이 다르다. 해당 질병으로 기억력과 언어 기능에 장애가 생길 수 있다. 일상적인 판단력과 방향 감각도 상실된다. 인지기능 저하뿐만 아니라 망상, 우울, 불안, 초조 등 심리적 문제도 동반된다. 우리나라의 알츠하이머병 환자는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대한치매학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65세 이상 알츠하이머 치매 환자 수는 2021년에는 67만 명을 돌파해 현재는 254만 명을 넘었다.

알츠하이머병의 주요 원인은 아밀로이드 베타(Amyloid-ß) 단백질과 타우(Tau) 단백질이다. ‘아밀로이드 베타 가설’을 통해 알츠하이머병의 발병 원인을 설명할 수 있다.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은 신경세포 표면에, 타우 단백질은 신경세포 내부에 쌓인다. 이 단백질들이 세포 내에서 엉겨서 ‘플라크(Plaque)’란 찌꺼기 덩어리가 만들어져 뇌신경 세포를 파괴한다. 이 가설에 따라 알츠하이머병 치료제는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이 만들어지지 않도록 막거나 플라크 제거를 목표로 한다. 일각에선 플라크가 절대적인 발병 원인이 아니란 의견도 있다. 지난해 월간 과학 잡지 뉴턴(Newton)에선 다량의 플라크가 존재해도 정상인 뇌세포와 플라크를 뇌에서 제거해도 알츠하이머 증상이 개선되지 않는 사례를 소개했다.

특정 유전자는 알츠하이머병을 유발하지만 유전적 영향이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서울대학교병원 건강 칼럼에 따르면 직계가족에게 알츠하이머병이 있으면 해당 질환 발병률이 10%에서 30% 정도다. 본교 방준석 약학대학 교수는 “알츠하이머병의 90% 이상은 유전과 직접적 관련이 없으며 나머지 10%는 유전 확률이 높은 가족성 알츠하이머다”고 설명했다. 21번 염색체에 이상이 있는 ‘다운 증후군’은 중년기가 되면 높은 확률로 알츠하이머병이 나타난다. 미국 위스콘신대(Wisconsin University)에 따르면 55세 이상 다운증후군 환자의 치매 발병률은 61%에 달했다. 이외에도 14번 염색체에 있는 PS1 유전자의 돌연변이와 1번 염색체에 있는 PS2 유전자의 돌연변이도 가족성 알츠하이머병을 유발한다.

여성은 남성보다 알츠하이머병에 취약하다. 2021년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알츠하이머성 치매 환자 59만 3270명 중 71.4%(42만 4117명)가 여자다. 여성 발병률이 높은 이유는 다양하다. APOE4 유전자가 성별에 따라 다르게 작용해 여성 알츠하이머병의 발병 비율이 높다. 2020년 MIT 연구진에 따르면 알츠하이머의 발병 원인인 APOE4 유전자는 알츠하이머의 발병 시기를 앞당기고 발병률을 최대 12배까지 높인다. 2014년 스탠포드대(Stanford University) 연구진은 APOE4 유전자가 노년 여성의 뇌 기능을 저하시키지만 남성의 뇌엔 별다른 영향을 끼치지 않는 걸 밝혀냈다. 에스트로젠(Estrogen)의 감소도 또 하나의 원인이다. 에스트로젠 호르몬은 일산화질소를 제거해 세포의 신호전달을 돕는다. 그러나 폐경기에 접어든 여성은 에스트로젠의 양이 줄어들어 신경세포가 파괴돼 신호전달에 문제가 발생한다.

알츠하이머병, 해결책 그리고 난제   
현재 알츠하이머병 치료엔 네 가지 약물이 주로 사용된다. FDA가 승인한 네 가지 약 ▶타크린(Tacrine) ▶도네페질(Donepezil) ▶리바스티그민(Rivastigmine) ▶갈란타민(Galantamine)은 증상을 완화하고 병의 진전 속도를 늦춘다. 해당 약물들은 ‘콜린성 가설’을 따른다. 해당 가설은 알츠하이머병에 걸리면 아세틸콜린(Acetylcholine)의 분비가 감소한단 사실을 기반으로 한다. 아세틸콜린은 뇌가 기억하고 기능을 수행하는 데 중요한 신경전달 물질이다. 네 가지 약물은 부족해진 아세틸콜린의 작용을 높이기 위해 개발됐다. 해당 약물 치료 시 짧겐 6개월에서 길겐 2년 정도 치매의 증상과 진행을 늦출 수 있다. 질환 발생 초기부터 해당 약물로 치료를 시작하면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환자의 잔존기능을 보존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해당 약물치료로 알츠하이머에 따라오는 우울증, 불면증, 초조감 등의 행동도 감소시킬 수 있다.

▶인지 훈련 ▶인지 재활 ▶운동 요법 ▶음악치료 등 비약물적 치료 방법도 활발하게 활용되고 있다. 비약물적 치료는 약물 치료와 달리 환자와 가족이 함께 노력한다. 방 교수는 “알츠하이머병을 치료하기 위해선 약물 치료뿐 아니라 비약물 치료도 활발히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인지 훈련은 환자의 주의 집중력, 기억력, 문제 해결 능력을 향상하는 훈련이다. 해당 훈련에선 낱말 카드, 주의력 게임, 속도 게임 등으로 환자의 인지 기능을 향상한다. 인지 재활은 장애가 심한 영역만을 집중적으로 자극하고 훈련해 상태가 호전되도록 유도하는 방법이다. 해당 치료법은 주로 중증 인지장애 환자에게 효과적이다. 꾸준한 운동이나 음악 치료로 심리적 안정을 제공해 알츠하이머 증상을 개선하기도 한다.

현재 알츠하이머병을 완치하는 의약품은 없다. 현재 사용되는 약물은 한계가 있어 근본적 원인 치료가 아닌 증상을 완화하는 역할만을 수행한다. 치료제 개발 당시 특정 성분을 조절해 알츠하이머병을 치료할 수 있을 거란 기대가 있었다. 그러나 개발된 치료제는 증상을 완화할 뿐 치료엔 큰 효과가 없었다. 약물치료와 비약물 치료를 동원해도 완치율은 매우 낮다. 전남대학교병원에 따르면 발병 초기에 발견할 경우 전체 환자 중 10~15%만이 완치됐다. 방 교수는 “알츠하이머병의 정확한 원인과 체제가 아직 규명되지 않았다”며 “여러 원인이 복합적으로 상호작용한다”고 설명했다.

미래를 밝히는 새로운 치료법
알츠하이머 치료의 판도를 바꿀 첫 치료제가 등장했다. 지난해 새로운 알츠하이머 치료제 레카네맙(Lacanemab)이 개발돼 FDA의 승인을 받았다. 기존 치료제는 뇌 안에서 아세틸콜린의 양을 증가시키는 원리를 사용했다. 반면 새로 도입된 레카네맙은 아세틸콜린이 아닌 아밀로이드 베타 플라크를 제거하기 위해 만들어진 약물이다. 해당 약물은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선발주자인 아두카누맙이 개량된 형태다. 레카네맙은 아두카누맙에 비해 부작용이 적고 효과가 좋다. 개발 과정의 임상 시험에선 레카네맙이 알츠하이머의 증상을 27%까지 억제하는 것을 확인했다. 본교 장민선 생명시스템학부 교수는 “레카네맙은 지난해 임상에 성공해 현재 의약계에서 기대 중인 의약품이다”고 말했다.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 가설이 아닌 새로운 가설이 등장했다. 지난해 6월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에서 이주현 뉴욕대(New York University) 연구팀은 ‘아밀로이드 베타 가설’과 다른 관점을 제시했다. 기존 가설에서 뇌세포는 플라크가 축적돼 손상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연구팀에 따르면 플라크 축적보다 뇌세포 파괴가 먼저 일어난다. 또한 연구팀은 알츠하이머병으로 세포 내 소기관인 리소좀(Lysosome)의 산성 활성(Acid Activity)이 감소하는 것을 발견했다. 결과적으로 산성 활성이 낮아진 리소좀이 세포소기관인 액포와 결합해 세포에 돌출되며 플라크가 쌓이게 된다. 해당 연구로 알츠하이머 치료의 관점이 베타 아밀로이드에서 리소좀으로 옮겨갔다. 해당 연구로 새로운 시각에서 더 나은 의약품을 만들 기회가 열렸다.


알츠하이머병 치료제는 점차 근본적인 원인에 접근하고 있다. 레카네맙과 같은 더 효과적인 치료제가 국내 알츠하이머병 환자 약 254만 명에게 희망을 전하고 있다. 기억을 잃는단 두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는 시대가 하루빨리 열리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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