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숙케치]

작년, 번아웃으로 신청한 1년의 휴학 기간이 거의 마무리되던 시점이었다. 당시 필자는 무료하고 불안한 마음을 달래고자 해외여행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그때, 한 나라를 발견하고 멈칫했다. 노르웨이(Norway). 몇 번 들어보지 못한 나라에, 여행 상품은 이제 막 기획됐는지 후기도 없었다. 필자는 며칠 지나지 않아 여권을 새로 발급받았다. 오로라가 어떤 현상인지, 연어가 얼마나 맛있을지, 그곳의 크리스마스 마켓이 어떻고 북극권의 겨울은 어떤지에 대해선 찾아보지 않았다. 그저 잠시라도 현실에서 눈 돌리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기대와 상상 없이 도착한 헬싱키 공항은 온통 낯설었다. 키가 필자의 두 배쯤 되는 사람들과 모르는 언어로 들리는 대화만 가득했다. 일행은 가이드를 따라 스웨덴(Sweden)에 먼저 도착해 하루를 보내고, 북극행 열차를 타고 노르웨이로 이동하기로 했다. 꼭두새벽에 일어나 버스로 한참 달려 노르웨이의 스카그산덴(Skagsanden) 해변에 도착했다. 그곳은 필자가 아는 바다와 달랐다. 바다를 가득 담은 웅장한 설산과 그보다 넓은 하늘이 모두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잡초를 밟고 신발에 바닷물을 적시며 사진 몇 장을 남겼다. 전체적으로 촌스러운 나라였다. 그래서 더 좋았다. 텅 빈 해변엔 사진사 몇 명과 작은 빨간 집들이 줄지어 늘어서 있었다. 세련된 명소나 도시적인 사람들은 없었지만, 가게는 동물을 환영했고 아이가 거리에서 목 놓아 울어도 흘겨보는 사람이 없었다. 낡아빠진 식당의 철제 바닥도, 느릿한 노인의 소품 가게도 배리어 프리(Barrier free)였다. 그 풍경이 좋으면서도 한국에 돌아가면 이런 모습을 보지 못한다는 사실이 가끔은 너무 슬펐다.

그날 밤은 오로라를 보러 갔다. 혼자 심드렁하게 주머니 속 핫팩을 매만지며 하늘을 멍하니 쳐다봤다. 그렇게 한 시간이 지났을까, 하늘에서 청록빛이 흔들거렸다. 설산 끝자락에 그 빛이 맴돌았다. 이상하고 낯설단 생각도 잠시, 설렘으로 환호하는 일행을 보며 다시 하늘을 봤다. 시선 아래쪽에 빛이 걸렸다. 오로라가 호수의 물안개에 반사돼 보였다. 누군가 신비한 가루를 뿌린 듯한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며, 필자의 마음도 점차 소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

법 20 김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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