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 사이비 포교 실태 下]

서울권대학언론연합회 소속 동국대⋅숙명여대⋅한양대 연합취재팀은 지난 8일(월) 대학가 사이비 포교 실태를 밝힌 바 있다(지난 1426호 숙대신보 기사 ‘[대학가 사이비 포교 실태 上] 당신도 예외는 아니다, 대학생 노리는 사이비 종교’ 참고). 사이비 종교는 길거리에서, 소모임과 동아리에서, 학교 강의실에서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대학생들에게 접근했다. 그렇다면 사이비 종교는 왜 대학생을 노릴까. 취재 결과 사이비 종교는 대학생이 지닌 순수함과 열정, 관계를 향한 갈망, 타지 생활의 두려움을 포교에 이용하고 있었다.


젊음 탐하는 사이비, 그 이유는
사이비 종교가 대학생에게 주목하는 이유는 이들이 다른 연령대에 비해 순수하고 열정적이기 때문이다. 대학생은 타 연령대에 비해 활용할 수 있는 시간이 비교적 많고 의미 있는 일에 열정을 쏟고자 하는 의지도 강하다. 사이비 종교는 더 많은 신도를 끌어들이기 위해 대학생과 같이 활동력이 강한 이들을 원한다. 교리를 믿는 사람이 많을수록 종교의 영향력이 커지기 때문이다. 이단 종교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는 탁지원 현대종교 소장은 “청년은 아주 적은 돈만 받고 포교활동에 투입되거나 성폭력에 노출되는 등 사이비 종교를 위한 도구로 활용된다”며 “동시에 그들의 행동이 공동체를 위한 것이라는 왜곡된 믿음에 취하게 된다”고 말했다. 1980년대 기독교복음선도회(이하 JMS) 신도였던 정이신 목사는 “기업은 고용인에게 급료를 줘야 하지만 사회 진출의 토대를 만드는 시기인 대학생에겐 급료가 필요 없다”며 “사이비 종교는 청년에게 ‘젊음을 투자해 나중에 큰 몫으로 되받아 가라’는 가짜 환상을 심을 수 있다”고 말했다. 

사이비 종교는 새로운 관계를 맺고자 하는 청년의 욕구 또한 교묘하게 이용한다. 신천지나 JMS는 멘토링, 춤, 미술 교실 등 깊은 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모임으로 유인해 포교를 시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각 대학 교내 커뮤니티엔 소속을 뚜렷이 밝히지 않고 독서 모임, 친목 모임을 가장해 부원을 모집하는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최옥찬 심리상담사는 “사이비 종교에서 탈출한 청년들은 ‘활동하면서 재밌었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며 “새로운 관계를 맺으며 경험한 즐거움은 사이비 종교에 머무르는 요인이 된다”고 설명했다. 

청년기가 아직 자아 정체감이 형성되지 않은 불안정한 시기란 점도 한몫한다. 자아 정체감이란 성격, 취향, 가치관, 신념 등 스스로에 대한 총체적인 이해를 의미한다. 독일의 심리학자 에릭슨(Erik Homburger Erikson)의 심리·사회적 발달이론에 따르면 우리나라 대학 신입생 나이에 해당하는 청소년기(만17~19세)는 일종의 ‘심리적 유예기’로, 스스로가 누구이며 어디에 속해 있고 어디로 향하는지에 대한 개념이 모호한 상태다. 따라서 해당 시기엔 자기 자신에 대해 탐색하고자 하는 욕구가 강하다. 사이비 종교는 이를 이용해 심리 검사, 퍼스널 컬러 진단, MBTI 진단 등을 명목으로 포교를 시도한다. 정 목사는 “우리나라 입시 제도는 청년이 자아 정체감을 형성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과 기회를 제공하지 못한 채 대학 신입생이 되게 한다”며 “사이비 종교는 이러한 모순점을 파고들어 이들을 포교 대상으로 낙점한다”고 말했다. 

사이비 종교는 청년기에 쉽게 느낄 수 있는 심리적 고립감을 이용하기도 한다. 대학에 입학해 가족과 떨어져 사는 경우가 많아 타인의 친절을 쉽게 수용할 수 있고, 낯선 대학 생활에서 누군가의 도움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특히 신입생은 친절하게 다가오는 사이비 신도들에게 취약하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과기대 A씨는 “사이비 종교에 빠지는 사람은 순진하고 무언가를 쉽게 믿는 경향이 있다는 건 편견이다”며 “스스로 약해지고 고민이 많아질 때 포교를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단 종교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는 조믿음 바른미디어 대표는 “사이비 종교는 친절한 인간관계로 위장해 다가오는 경우가 많다”며 “인간관계에 결핍이 있다면 활동에 쉽게 몰입하게 된다”고 말했다. 최 상담사는 “청년은 신도들과 끈끈한 관계를 맺으며 자신이 거대한 존재가 되었다 느낀다”며 “심리적 결핍을 채워주는 사이비 종교에서 스스로 빠져나오는 건 어려운 일이다”고 설명했다. 

사회가 불안정할수록 청년은 사이비 종교에 쉽게 빠질 수 있다. 열심히 노력했음에도 취업, 결혼 등 일생의 과업을 성취하기 힘들다는 걸 깨달은 청년은 좌절감을 경험한다. 이에 따라 사이비 종교를 일종의 ‘대안’처럼 받아들일 수 있다. 지난 2021년 시장조사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실시한 청년세대 관련 인식 조사에 따르면, 89.6%의 청년이 ‘요즘 청년세대는 살기 어려운 시대에 있다’고 평가했다. 바이블백신센터 원장을 맡고 있는 양형주 목사는 “많은 청년이 사회적, 경제적 요소로 인해 심리적 불안을 안고 산다”며 “사이비 종교는 이러한 청년에게 접근해 삶의 이유와 의미를 제공하면서 그들의 마음을 얻으려 시도한다”고 말했다.

사이비 종교에 몰두한 청년은 이전의 삶으로 돌아가기 어려워 더욱 위험하다. 사이비 종교에 깊게 빠지면 학업을 포기하거나 일반적인 인간관계를 형성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정 목사는 “사이비 종교에 심취한 대학생들은 사회인이 되기 위한 준비를 소홀히 하게 된다”며 “이에 따라 사회에 진출할 때 불리한 처지에 놓인다”고 말했다. 「나는 신천지에서 20대, 5년을 보냈다」의 저자 김동규 씨는 3월 조선비즈와의 인터뷰에서 ‘장년부에 속한 중년은 이미 사회적 기반을 쌓고 입교해 인생에 큰 피해를 보지 않는다’면서 ‘청년은 진로를 미뤄두고 종교에 심취해 모든 걸 바쳐 인생을 다 망친다’고 언급했다. 


청춘의 시간을 지키려면 
그러나 대학가에 스며든 사이비 종교를 제재할 수단은 마땅치 않다. 서울권대학언론연합회 소속 동국대⋅숙명여대⋅한양대 연합취재팀이 서울권 대학(건국대, 고려대, 광운대, 동국대, 서울대, 성신여대, 숙명여대, 세종대, 연세대, 이화여대, 중앙대, 한국외대, 한양대) 동아리연합회 13곳에 동아리로 위장한 사이비 단체에 어떻게 대응하는지 물었으나 4곳에서만 의미 있는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 서울대, 한국외대, 한양대 동아리연합회는 “조사 결과 사이비 종교단체로 추정되는 동아리가 없어 따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성신여대 동아리연합회는 3개월에 걸친 조사 끝에 지난해 11월 동아리로 위장한 사이비 종교 단체를 제명했다. 성신여대 동아리연합회는 “동아리로 위장한 사이비 종교 단체가 더 이상 생기지 않도록 동아리 회칙 개정을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학 본부에선 관련 민원이 있을 때 사후 대처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있었다. 한양대 ERICA캠퍼스 학생지원팀은 캠퍼스 내 사이비 포교가 발생했단 민원이 발생하면 보안팀이 현장으로 출동한다. 본교 학생지원센터는 “재학생 대상으로 이뤄지는 학회나 동아리의 홍보 활동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이비 포교 피해를 막기 위한 첫걸음은 스스로 사이비 종교에 경각심을 느끼고 살펴보는 것이다. 사이비 종교는 다양한 방식으로 위장해 접근해 올 수 있기 때문에 옳고 그름을 따질 수 있는 분별력과 능동성을 길러야 한다. 정 목사는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고 자신의 삶을 인문학적으로 성찰하려는 연습이 도움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최 심리상담사는 “스스로 사고하고 판단할 수 있는 건강한 자아 정체감을 형성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여러 사람을 만나 다양한 경험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이비 포교 피해를 예방하고 피해 학생을 돕는 대학 본부의 노력도 필요하다. 일례로 숭실대는 2015년부터 캠퍼스 내 사이비 포교 피해를 막고자 종교 동아리에 '전도 허가증'을 부여하고 있다. 이단 종교전문가 탁지일 부산장신대 교수는 “대학 본부는 대학 내 사이비 포교에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며 “캠퍼스 내 상담센터와 신고센터를 운영하는 것도 방법이다”고 말했다. 본교 이연수(컴퓨터과학 23) 학우는 "대학 차원에서 사이비 동아리의 특징 혹은 대처방안을 학우들에게 공지하면 좋겠다"고 의견을 제안했다.

이미 피해를 봤다면 기독교이단상담소 협회 또는 사설 이단상담센터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해당 단체는 피해자에게 심리상담과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해 건강하게 사회에 복귀할 수 있도록 돕는다. 한국기독교이단상담소협회 본부상담소의 팀장을 맡고 있는 김충일 목사는 "지난 25년간 사이비 종교 피해자 2000명 이상의 회복을 도왔다"며 "개인 상담뿐 아니라 사이비 단체의 실체를 알리는 활동도 지속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양 목사는 “피해자들은 지난 삶에 대한 트라우마에 빠지기 쉽다”며 “피해가 발생했을 시 상담소를 방문해 적절한 도움을 받길 바란다”고 말했다.

최근엔 사이비 포교 규제 법안을 마련해야 한단 목소리도 일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엔 사이비 종교 문제를 명시적으로 처벌할 수 있는 법이 없다. 이에 3월 22일(수) 이단·사이비 피해자와 전문가들이 모인 유사종교피해대책범국민연대는 ‘반사회적 사이비종교 규제법 제정을 위한 대국민 서명운동 촉구 성명서’를 발표했다. 성명서엔 사이비종교 단체가 자신들의 정체를 숨기고 포교하는 이른바 ‘모략 전도’를 금지하는 방안이 담겼다. 


지난 2018년, 사이비 종교에서 받은 정신적⋅물질적 피해를 보상해 달란 '청춘반환소송'이 진행됐다. 소송을 제기한 사이비 종교 탈퇴자들은 신분을 속이고 접근하는 신천지의 ‘모략전도’가 헌법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1, 2심 지방법원은 소속을 밝히지 않은 채 접근하는 전도가 종교의 자유를 넘어 헌법에 위배된다며 이들의 손을 들어줬다. 승소와 패소를 떠나 사이비 종교로 인해 잃어버린 청춘의 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사이비 종교로부터 청년을 보호할 사회적 안전망과 규제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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