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숙케치]

지금도 한여름의 뜨거운 열기에 숨이 막힐 때면 처음 아랍에미리트 두바이(Dubai)에 도착했을 때가 생각난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비행기를 타고 도착한 지구 반대편의 그곳은 한국과 많이 달랐다. 이국적인 냄새와 12월임에도 숨을 쉬기 힘든 습한 열기는 그렇게 필자의 집이 됐다.

아버지의 일로 갑작스럽게 가게 된 두바이는 한국과 모든 것이 다른 세상이었다. 살면서 외국인이라곤 TV에서만 봤던 필자에게 두바이는 평온하기만 했던 삶을 송두리째 흔들어 버린 모래바람과 같았다. 중동의 거대한 모래바람을 버티는 건 힘들었다. 전혀 다른 사람들과 문화에 적응하는 과정은 처음 걸음마를 떼는 아이와 같았다. 넘어지기도 하고 울기도 하면서 갑작스럽게 삶이 변한 것을 원망하기도 했다. 그땐 하루하루를 버티느라 힘들었고 주변을 돌아볼 여유가 없었다.

하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결코 그때의 시간과 경험이 헛된 모래바람이 아니었단 걸 안다. 그땐 하루하루를 버틴다고 생각했지만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고, 온 세상에 혼자 남겨진 것 같다 생각했지만 주변에 필자를 지켜준 사람들이 있었다. 한국에만 있었다면 몰랐을 많은 것들도 경험할 수 있었다. 무더운 달을 뜻하는 ‘라마단’ 기간을 중동에서 보냈으며, 일년에 한번 오는 중동의 비를 맞아 봤다. 한 번은 사막에서 쏟아지는 별을 보기도 했고 바다 한가운데서 수영도 했다.

이런 값진 경험들은 두바이에 가길 포기했다면 경험하지 못했을 것들이다. 물론 우린 매 순간 선택의 순간에 살기에 포기한 것들이 얼마나 가치가 있는지 모르고, 어느 선택이 옳은지 또한 모른다. 하지만 살아있단 건 매 순간 내가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것을 찾고, 만들고, 느끼는 과정이다. 그러니 선택의 순간에서 겁먹지 말고 최선을 다해 그 순간을 즐겼으면 좋겠다. 인생은 길기에 당장은 힘들고 포기하고 싶은 일도 우리의 삶을 어떻게 변화시킬지 모른다. 언젠간 웃으면서 ‘그땐 그랬지’라고 말할 수 있는 그날이 올 때까지 당신의 선택과 도전을 응원한다.

경영 20 설윤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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