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문화]

‘읽는 사람’이 점점 줄어든다. 같은 책을 읽고 함께 감상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을 찾기 어려운 시대다. 독자들의 이런 마음을 알았는지 민음사에서 ‘읽는 사람’이란 인터뷰집이 출간됐다. 책엔 문학잡지 ‘릿터’에서 허윤선 작가와 배우, 영화감독, 가수 등이 독서에 대해 나눈 대화가 엮여 있다. ‘읽는 사람’이란 제목은 평범하면서 특별하게 느껴진다. 이젠 읽는 사람이 일반적이지 않은 특별한 사람이 됐기 때문이다. 이 특별함은 권위적인 특별함과는 거리가 멀다. 책엔 읽는 사람이 줄어드는 시대에 여전히 읽는 사람으로 존재하는 이들을 위한 이야기가 담겼다. 그리고 읽는 사람이 다시 많아졌으면 좋겠단 바람과 함께 ‘나는 이래서 좋았는데 당신도 한 번 읽어보시겠어요?’라며 다정하게 들려주는 이야기도 있다.

좋아하는 책 얘기를 하다 보면 자신을 들키는 기분이 든다. 유튜브(Youtube) 시청목록을 남들에게 공개하기 낯부끄럽듯 읽은 책 목록도 같다. 그도 그럴 것이 어떤 책을 좋아하는지, 왜 좋아하는지, 어떤 부분이 좋았고 어떤 부분이 싫었는지 얘기하다 보면 자신의 성격과 가치관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책장은 한 사람의 세계이기도 하다.

인터뷰 내용을 읽다 보면 인터뷰한 사람의 세계가 뚜렷하게 보인다. 완전하진 않아도 다음 장의 인물 인터뷰를 읽기 시작하면 이전 인물과는 다른 색채를 느낄 수 있다. 서로 읽은 책 목록을 보는 것도 마찬가지다. 서로 다른 인터뷰이들이 같은 작가나 책을 언급하는 경우도 있다. 같은 책이라도 각각의 인터뷰이가 말하는 맥락 속에서 모두 다른 의미를 갖는다. 작가와 책에 대한 내용엔 개인적인 경험이 녹아 있기 때문이다. 허윤선 작가의 글은 이러한 사실을 잘 보여준다.

“‘읽는 당신’들은 세상이 궁금한 이야기가 아닌 자신이 말하고 싶은 것을 말했습니다. 한 번도 말하지 않은 마음, 자기 자신조차 잊고 있던 기억과 우연한 깨달음을 나눴습니다. 책이 만들어 준 시간과 공간 안에서 조우한 우리는 더없이 자유로웠습니다. 무슨 말이든 해도 좋았고, 하고 싶은 건 무엇도 하지 않았죠.”

‘읽는 사람’은 책이란 매개체로 개인이 사는 이야기를 담아낸 책이다. 책은 대화체로 쓰여 읽기 쉽다. 각 아티스트에게 어울리는 질문과 이에 대한 개성 넘치는 대답도 드러난다. 자신이 사는 게 어리둥절해질 때나 다른 사람은 어떻게 사는지 궁금할 때 이 책을 들춰보면 어떨까. 다른 사람들이 어떤 책과 함께했는지 보면 타인의 세계로부터 작은 위로와 책 한 권을 얻어 가게 될지도 모른다.

임규리(한국어문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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