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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순은 계절풍이다. 동시에 거세게 내리는 비다. 희곡 속 인물들에게 몬순은 각각 다른 모습으로 나타난다. 살갗이 찢기는 듯한 고통을 주기도, ‘내가 지금 이곳에 있다’는 걸 깨닫게 해주기도 한다. 전쟁이 다른 단어로 환원될 수 없는 그냥 전쟁이듯, 몬순도 그저 몬순이다. 각 인물은 전쟁의 안과 밖, 그리고 옆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한다. 교차하고 중첩되는 대사와 무대는 인물 사이를 휘감는 바람과도 같다. 작가는 전 지구적 전쟁과 폭력 속에서 우리가 어디에 있는지 질문한다. 사려 깊은 물음들은 모두가 전쟁과 무관하지 않다고 이야기한다. 그럼에도 질문을 멈추지 않고, 다음을 향해 다시 출발하는 것이 도망치지 않는 방법이라고도.
이원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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