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을 살리기 위해 시작한 채식이었다. 채식을 직접 하고 나니 많은 이들이 채식을 하는 다른 이유도 궁금해졌다. 국내 채식주의가 확산된 계기는 무엇일까. 채식 열풍이 우리 삶에 미친 변화까지 한 눈에 살펴봤다.


고기 없는 식탁을 선택한 이유
동물권 논의가 활발해지며 채식이 확산되기 시작했다. 채식은 1800년대 후반 영국과 미국을 중심으로 동물권에 대한 관심이 커지며 처음 등장했다. 1944년 영국에선 동물권을 보호하잔 목소리가 커지며 채식주의자 협회가 최초로 설립됐다. 현재 채식주의자들은 공장식 축산업에 반대하며 동물을 도살하지 말라고 주장한다. 공장식 축산은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좁은 공간에 최대한 많은 동물을 집어넣는 형태다. 채식 정보 플랫폼을 운영 중인 박상진 비욘드넥스트 대표는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 수가 증가한 것도 하나의 요인이다”며 “ 반려동물을 키우다 소, 돼지, 닭에게 친밀한 감정을 느껴 육류 섭취를 줄이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건강을 이유로 채식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한국식품위생안전성연구소에 따르면 채식을 실천하고 있는 한국인 중 건강을 이유로 채식을 실천하는 비율은 약 62.4퍼센트로 가장 높았다. 국내에선 건강하게 사는 ‘웰빙(Well-being)’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며 2012년부터 채식주의가 대중화됐다. 2021년 성인 17만7723명을 대상으로 한 유럽비만학회 연구에 따르면 채식주의자들은 일반식을 먹는 성인에 비해 콜레스테롤 수치, 간 손상 관련 수치 등 13개 지표가 낮게 나타났다. 주기적으로 채식을 실천하는 이보람(교육 20) 학우는 “육류와 같은 기름진 음식 위주로 식사하다 보니 위장에 문제가 생겨 채식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30년째 채식을 실천 중인 이원복 한국채식연합 대표는 “채식을 하기 전 두통, 감기 등 각종 질환을 앓았다”며 “채식 위주 식습관으로 바꾼 후엔 더 이상 질병으로 고생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사람들은 육류 소비가 기후 위기를 악화한단 경각심을 느껴 채식을 하기도 한다. 음식을 생산하고 소비하는 과정에서 필수적으로 온실가스가 배출된다. 특히 육류 위주 식사를 하는 과정에서 많은 양이 나온다. 과학저널 ‘네이처 기후변화(Nature Climate Change)’에서 94가지 식품에서 나온 온실가스 총량을 비교한 결과 가축, 유제품, 쌀이 순서대로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그중에서도 가축이 음식물을 소화하고 그 분뇨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온실가스가 33퍼센트로 가장 높았다. 온실가스 배출량이 현재 수준을 유지한다면 21세기 말까지 지구 온도가 최소 1도 상승한다. 육류 위주 식사를 채식으로 바꾸면 온실가스 배출량이 적어진다. 환경부 「음식물의 에너지 소모량 및 온실가스 배출량 산정 연구」에 따르면 한 사람이 한 끼를 채식으로 전환했을 시 온실가스 약 3.25킬로그램이 감축된다. 김지아 학우(미디어 20)는 “육식으로 인한 공장식 축산이 어떻게 삶을 파괴하는지 담은 책을 읽고 채식을 시작했다”며 “집에서 요리를 해 먹는 편이라 장을 볼 때 육류를 줄이는 방식으로 채식을 실천한다” 말했다.

먹거리로 선도하는 건강한 변화
채식하는 20대가 증가함에 따라 대학교 학식당에서도 채식 메뉴가 활발히 도입되고 있다. 한국식품연구원이 2019년에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20대 채식주의자 비율은 전체의 14.1퍼센트로 2018년 8.6퍼센트와 비교해 크게 늘었다. 한국채식연합에 따르면 2021년 국내 채식 인구 약 250만 명의 60퍼센트(150만 명)는 2030세대다. 이 대표는 “과거엔 건강상 이유로 4050세대가 채식을 했지만 현재는 윤리적 소비를 위해 2030세대가 채식을 이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본교 명신관 식당에서도 눈에 띄는 변화를 찾아볼 수 있다. 두부, 콩나물, 상추 등을 사용한 ‘비건 컵밥’이 이번 학기부터 메뉴에 추가됐다. 박유진(정치외교 22) 학우는 “다양성에 대해 고민하며 채식 실천을 한 번쯤 생각해보는 계기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대학 내 학식에서도 채식 메뉴를 만나볼 수 있다. 서울대 한식당은 씨앗 두부 강정, 콩고기 갈비찜 등을 제공하는 채식 뷔페를 2018년에 도입했다. 성균관대도 지난해 5월 12일(목)부터 6월 2일(목)까지 매주 목요일 점심에 동물성 재료를 완전히 제외한 식단과 일반 식단을 함께 제공하는 방식으로 채식 식단을 시범 운영했다.

채식 식품 시장 또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식물성 대체육의 세계 시장 규모는 2021년 54억 달러에서 2025년 약 71억 달러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한국채식연합에 따르면 한국 편의점 비건 상품 매출은 지난해 대비 18배가량 증가했다. 식품업계는 해당 흐름을 반영해 채식 식품 개발에 힘쓰고 있다. 신세계푸드는 2021년 대체육 브랜드 ‘베러미트’를 출시했다. 풀무원은 식물성 대체육을 활용한 주먹밥을 출시하고 강남구 코엑스몰에 비건 레스토랑을 열었다. 박 대표는 “최근 많은 기업이 가성비 있는 비건 제품을 만들어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며 “시장이 점점 성장하면서 채식인을 위한 여러 선택지가 생길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채식은 식습관을 바꾸는 아주 작은 일이지만 실제론 그 이상의 변화를 가져온다. 작은 노력만으로 나와 지구를 위한 선택에 동참할 수 있다. 완전히 채소만을 섭취하기가 어렵다면 고기류도 함께 먹을 수 있는 플렉시베지테리언(Flexitarian) 단계부터 시작해 서서히 육류를 줄여나갈 수 있다. 채식에 도전하고 싶다면 일주일에 한 끼, 하루 한 끼부터 바꿔 나가보는 건 어떨까.

참고문헌
김상수 외. (2022). 일반소비자의 식품소비가치에 따른 채식기반식품과 채식식당에 대한 인식. 한국식품조리과학회지

저작권자 © 숙대신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