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채식연합에 따르면 지난 2008년 15만 명이었던 채식 인구는 13년 만에 16배 넘게 증가해 2022년 250만 명을 달성했다. 사람들은 환경부터 개인 건강까지 다양한 이유로 채식을 실천한다. 본지 기자단은 채식 확산 흐름에 동참하고자 13일(월)부터 17일(금)까지 5일간 채식에 도전했다. 본지 기자가 체험한 채식 일주일을 함께 따라가 보자.


체험에 앞서 채식의 개념과 단계를 알아봤다. 채식은 식물성 음식을 주식으로 하는 생활 양식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표현인 비건(Vegan)은 채식의 7단계 중 곡식, 채소, 과일, 견과, 씨앗류만을 섭취하는 단계다. 채식이 처음인 기자는 점차 강도를 높여 7단계 중 비건, 오보 베지테리언(Ovo vegetarian, 이하 오보), 페스코 베지테리언(Pesco vegetarian, 이하 페스코) 3개를 체험했다. 오보는 비건 단계 음식에 더해 달걀을 먹을 수 있다. 페스코는 오보 단계 음식에 유제품과 생선을 추가로 섭취할 수 있다. 본격적인 채식을 위해 단계별로 먹을 수 있는 음식을 계획표에 적어 내려갔다. 신체에 꼭 필요한 성분인 단백질을 충분히 챙길 수 있도록 영양 균형에 신경 썼다. 체험기를 읽은 학우들도 한 번쯤 채식을 따라 해볼 수 있도록 본교 인근 식당으로만 메뉴를 구성했다.

3월 13일 월요일: 오보 베지테리언
13일(월) 학교 앞 김밥집 ‘소소한 한 끼 밥때’에서 오보 단계의 채식인부터 섭취할 수 있는 ‘톳 샐러드 김밥’을 구매했다. 김밥을 씹자마자 톳의 터지는 식감을 느낄 수 있었다. 처음엔 시중에 파는 김밥보다 싱겁게 느껴졌지만 먹다 보니 질리지 않는 맛이 깔끔했다. 식당 벽에 붙은 원재료명 표기를 통해 김밥에 톳, 달걀, 무, 당근, 상추가 포함된 걸 확인할 수 있었다.

3월 14일 화요일: 페스코 베지테리언
14일(화)엔 학교 앞 중식집 ‘정’에 방문해 ‘고추짬뽕’을 주문했다. 사장님께 어떤 재료로 국물을 내는지, 고기가 들어가는지 등을 질문했다. 홍합과 오징어 등 해산물을 사용했단 대답을 듣고 나서야 숟가락을 들 수 있었다. 해당 음식은 국물과 건더기 모두 해산물과 채소로 이뤄져 페스코 단계부터 채식을 시작하는 이들에게 추천한다. 고기 육수를 사용하지 않았지만 국물에서 깊은 향이 느껴졌다. 후식으론 식물 단백질 섭취를 위해 학교 앞 카페 ‘브루다’에서 두유라테를 마셨다. 해당 카페뿐만 아니라 ‘투썸플레이스’ ‘스타벅스’ ‘풀바셋’ 등 일부 카페에선 이미 우유를 두유로 변경할 수 있는 대안이 마련돼 있다.

3월 15일 수요일: 비건 
15일(수)엔 비건을 실천하고자 숙대입구역 앞 채식 전문 식당 ‘카페 시바(Cafe SIVA)’에 들렀다. 카페 시바는 모든 음식이 채소로 만들어져 비건부터 플렉시테리언까지 모든 채식인이 즐길 수 있다. ‘들깨 크림 현미 아란치니’는 감자를 으깨 튀긴 감자카츠와 현미밥 위에 들깨 크림이 올려진 메뉴다.

‘슈프림 양념 프라이드’는 버섯 튀김과 슈프림 양념을 곁들인 요리다. 평소 채식을 실천하는 지인의 추천을 받아 선택했다. 닭 대신 버섯을 튀겨 쫄깃한 식감이 일품이었다. 평소 먹던 치킨과 비교해도 손색없었다. 이날 맛본 음식 모두 채식을 하지 않더라도 다시 먹고 싶을 정도로 맛이 좋았다. 채식이 어렵단 인식도 바뀌었다.

3월 16일 목요일: 비건
16일(목)에도 비건식을 먹었다. 용산역에 있는 채식 전문 식당 ‘플랜튜드’에서 ‘두부카츠 채소 덮밥’이 포함된 2인 세트를 선택했다. 덮밥엔 두부, 현미밥, 버섯, 무, 브로콜리 등 다양한 채소가 들어갔다. 고기 대신 두부를 튀겨 만든 카츠와 각종 나물도 함께 섭취했다. 카페 시바와 플랜튜드는 모두 버섯과 두부를 고기 대체재로 사용한다. 처음엔 고기가 아닌 두부를 먹는 게 어색하게 느껴졌지만 먹다 보니 부드러운 식감이 좋았다. 고기를 먹었을 때와 다르게 속이 더부룩하지 않았다.

식사 후 비건 간식을 구매하기 위해 대형마트에 갔다. 콩으로 만든 발효식품인 낫토의 원재료를 파악하기까진 오랜 시간이 걸렸다. 당연히 비건 식품일 거란 생각에 ‘풀무원’ 낫토를 구매하려던 찰나 뒤늦게 왼쪽 하단에 적힌 ‘쇠고기 함유’를 확인할 수 있었다. 영국, 독일, 미국 등의 일부 해외 국가에선 각 식품을 비건, 락토, 페스코 등 채식 단계로 분류해 성분을 표기한다. 하지만 현재 한국에선 영양성분 및 알레르기 표시에 대두, 밀, 쇠고기, 게, 새우, 우유, 바지락 함유 등의 정보만 매우 작게 적혀 있다.

3월 17일 금요일: 비건
17일(금)엔 학교 앞 커리 전문점 ‘베나레스’에 방문했다. 해당 가게엔 고기가 들어간 커리 이외에도 채식인들을 위한 메뉴가 준비돼 있었다. 싱싱한 토마토와 렌틸콩으로 만든 커리인 ‘달 프라이’를 주문했다. 채식을 하지 않는 지인과 식사할 때 방문하면 좋을 것 같았다.


채식 주간이 빠르게 지나갔다. 고기 없이 생활할 수 없을 거란 예상과 달리 채식을 하면서도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었다. 나중엔 직접 요리를 시도해보고 싶을 정도로 채식에 감명받았다. 불편했던 위장이 체험 후 깨끗하게 비워진 느낌도 들었다. 채식 체험이 끝났지만 기자는 지금까지도 의식적으로 고기 섭취를 줄이기 위해 노력 중이다. 멀게만 느껴졌던 채식과 가까워질 수 있었던 일주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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