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가히 신드롬(Syndrome)이라 할 만하다. 지난해 말 미국에서 출시한 ‘챗지피티(Chat GPT, 이하 챗지피티)’가 전 세계 사용자 수 1억 명을 넘어섰다. 연일 쏟아지는 한국의 뉴스도 챗지피티를 화제로 삼긴 마찬가지다. 챗지피티는 경제, 산업, 의료, 교육까지 특정 분야에 한정되지 않고 관련 뉴스를 양산하고 있다. 그만큼 문제가 있는 사건이자 미래 사회의 변곡점이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열풍 양상은 1990년대 인터넷 확산 때와 유사하다. 이 둘은 대중의 기술 접근성 및 정보력을 향상하고 기술의 융합을 확대한단 공통점을 지닌다. 오늘날 인터넷 없는 세상을 상상할 수 없듯 AI 기술도 인간의 삶에 필수 불가결한 존재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대학 사회 역시 챗지피티를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어쩌면 가장 먼저 중대한 국면을 맞게 될지도 모른다. 다수의 교육 전문가는 AI가 기존의 표준화된 교육에 새로운 패러다임(Paradigm)을 이끌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유네스코의 오드레 아줄레(Audrey Azoulay) 사무총장조차 AI가 학습 도구와 방법, 지식 접근성, 교사 양성에서 혁명적인 변화를 일으킬 것으로 전망했다. 이런 의견을 과장으로 치부할 수 없는 이유는 챗지피티에서 선보인 AI 기술의 요약, 추론, 검색, 작문 능력 때문이다. 현실적으로 보면 대학의 보고서, 논문, 자료 조사 등 교수학습 및 평가에 이르는 핵심 활동을 AI가 대신 쉽게 해줄 수 있다. 조만간 AI 기술이 텍스트를 넘어 이미지와 영상까지 생성할 정도가 되면 대학 교육 현장은 더 큰 혼란에 직면할 것이다.

따라서 대학은 챗지피티를 둘러싼 AI 활용 범위와 기준, 윤리 등 교육적 규범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 교육 평가, 학습 윤리는 물론 활용 범위와 저작권 문제도 논의할 필요가 있다. 해외의 경우 ‘네이처(Nature)’ 등 세계적인 과학 학술지는 챗지피티를 논문 저자로 인정할 수 없단 입장이지만 홍콩과기대는 대학 구성원들에게 서한을 보내 원칙적으로 챗지피티 사용을 제한하지 않고 있다. 대신 과제 및 논문 작성 시 반드시 이를 표시하는 구체적 지침을 개발하고 있다.

챗지피티의 등장으로 인간과 기술의 융합을 실감하면서 우린 두 가지 중요한 점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먼저 AI가 인간을 어떻게 확장할지를 묻는 일에 그쳐선 안 된다. 무엇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함께 묻는 일이 중요하다. 또한 학제간 공론화 과정을 마련해야 한다. 과학 기술의 고립적 행보나 자본의 결정 이전에 여러 학문 분야가 다양한 입장을 입체적으로 검토하길 바란다. 하여 투명한 공론화 과정을 거쳐 디지털 대전환 시대로 이행하는 지혜가 모이길 기대한다. 대학의 미래 교육은 이런 전환기의 지혜 그 어디쯤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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