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문화]

스스로 촌스럽고 초라하다고 생각해 차마 바라보고 싶지 않은 마음이 존재한다. 이를테면 누군가가 나를 좋아한단 사실에 기뻐하는 마음, 내가 해내지 못한 것을 친한 친구가 해낼 때 드는 묘한 질투심, 싫어하는 사람이 문득 안쓰러워 보이는 마음이다. 의도적으로 피하려고 해도 이런 마음이 존재한단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이 마음은 대개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이지 않고 타인을 의식하면서 생겨난다. 타인과 함께 살아가는 사회 속에서 그들을 의식하는 것이 무조건 나쁘다고만 할 순 없다. 하지만 나를 지워가며 타인을 의식한단 점은 필자를 아프게 하는 지점이었다. 김화진 작가의 소설 「나주에 대하여」는 필자가 지워낸 마음을 하나씩 불러내 나에게 보여주는 것만 같았다. 앞으론 너무 많은 마음을 지워내지 않겠다고 다짐하며 마지막 페이지를 덮었다.

소설 「나주에 대하여」는 단편 소설집이다. 총 8개의 단편이 들어있으며 모든 소설이 ‘사람, 사랑, 상처’란 키워드로 묶인다. 이상적인 소망을 이뤄주는 사랑 이야기가 아닌, 사랑하며 최악이 됐던 순간의 이야기는 읽기 쉽지 않았다. 자신이 생각하는 못난 순간을 다시 복기하며 그 마음을 고고학자처럼 파헤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적어도 필자는 그런 사람이 아니다. 하지만 필자는 고고학자처럼 극 중 인물들의 다양한 마음과 상처를 파헤치는 작가를 통해 위로받았다. 필자도 작가처럼 해볼 필요가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린 자신의 마음 하나 자세히 관찰하고 발굴해내기조차 사치스러운 사회에 살고 있다. 사회가 좇는 가치에 부합하지 않더라도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건 너무 중요한 일이 아닐까? 

“선배, 저는요…… 사실 사람들이 좋아요. 제가 좋아하는 사람들이, 그리고 그 사람들이 저를 좋아한다는 게 좋아요. 이런 걸 좋아한다는 사실이 너무 촌스럽고 의존적이고 속이 빈 것 같다는 걸 알면서도. 그래서 그 사실을 들키지 않으려고 애쓰면서도 가끔 이렇게 털어놓고 싶어져요. 저는 누군가를 좋아하고 누군가가 저를 좋아하는 일이, 몹시 중요해요.”

이 책은 다양한 마음을 파헤칠 뿐 아니라 다양한 사회의 단면을 담아내고 있다. 우리 곁에서 자주 발생할 수 있지만 쉽게 마주하기 힘든 일을 다루고 있다. 작가는 소설을 통해 우리가 일상처럼 마주하지만 숨기고 싶은 마음과 이 사회의 단면을 잘 풀어냈다. 책을 읽으며 필자의 안과 밖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작용에 대해 고찰해보게 됐다. 극 중 등장하는 본교 또는 청파동 인근 동네의 묘사 등 동문 출신 작가에서 느낄 수 있는 매력도 있었다.

김연서(경제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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