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접을 경험해봤다면 누구나 면접 순서가 결정됐을 때의 긴장감을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본교 입시 면접에서 1번 순서를 받았던 하예은(중어중문 23) 학우는 “1번을 배정받았을 때 머리가 새하얘졌다”면서도 “앞 순서 참가자의 영향을 받지 않고 평가받을 수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실제로 면접 순서는 평가 결과에 영향을 미칠까? 정답은 ‘그렇다’다. 순서에 따라 대상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는 심리 현상을 ‘순서 효과’라고 한다. 순서 효과는 어떤 원리로 발생하는 것일까. 순서에 숨겨진 비밀은 우리의 ‘인지 편향’과 관련이 있다.

두 갈래 편향, 과거 판단이 기준점
인간의 뇌는 직전 상황을 기준으로 새로운 정보를 받아들인다. 이 경우 우린 정보를 직전 상태와 유사하게 평가하거나 상반되게 평가한다. 예를 들어 오늘 날씨가 매우 더웠다면, 사람들은 내일 갑자기 추워질 것이라고 예상하지 않는다. 환경이 급격히 변하지 않기에 내일 날씨도 유사할 거라고 결론 내린다. 반대로 어제보다 기온이 조금이라도 낮아졌다면, 사람들은 훨씬 선선하다고 느낀다. 기온 변화를 더 잘 감지하기 위해 차이를 실제보다 극대화하는 것이다. 이처럼 인간은 서로 다른 방향으로 편향된 두 방식을 모두 활용해 세상을 판단한다.

▲인간이 가진 두 가지 인지 편향을 나타낸 그림이다.
▲인간이 가진 두 가지 인지 편향을 나타낸 그림이다.

서로 다른 방향의 인지 편향이 공존한단 사실은 최근 실험으로도 증명됐다. 이전까진 직전과 유사하단 판단을 내리는 편향과 차이를 극대화해 판단하는 편향이 독립적으로 작용하는지, 혹은 공존하는지 실험으로 증명된 적 없었다. 지난해 11월 국제 생명과학 학술지 ‘BMC Biology’엔 권오상 울산과학기술연구원 바이오메디컬공학과 교수 연구팀의 관련 실험 결과가 게재됐다. 실험에서 참가자들은 한쪽 방향으로 흩날리는 화면 속의 점을 본 뒤 이동 방향을 말했다. 이후 연구팀은 두 종류의 자료를 분석했다. 하나는 참가자들의 응답을, 나머지 하나는 점의 실제 이동 양상을 시간순으로 기록한 자료였다. 그 결과 실험을 반복할수록 참가자들의 응답은 자신의 직전 응답과 유사해졌지만, 점의 실제 이동 양상과는 조금씩 멀어졌다. 참가자들은 자신들의 이전 응답에 심리적 영향을 받아 전과 유사한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동시에 달라지는 점 이동 방향의 차이를 극대화해 대답했다.

이전과 유사한 판단을 내리는 인지 방식의 영향력이 더 크단 점도 밝혀졌다. 실험 결과 이전과 현재가 유사하다고 판단하는 편향과 이전과의 차이를 극대화해 판단하는 편향 중, 전자가 심리적으로 더 우세했다. 권 교수는 “두 종류의 자료를 서로 구분하지 않고 분석했을 땐 주로 점의 이동 방향이 이전과 유사하단 응답만 발견했다”며 “그러나 자료를 분리했을 땐 이전과 상반된 평가를 내리는 인지 방식도 함께 존재한단 점을 알아냈다”고 설명했다. 즉 실험은 인간의 뇌는 정보를 인지할 때 직전 상황을 기준으로 삼으며, 그 과정에서 두 방향의 인지 편향이 모두 나타난단 사실을 입증한 것이다.

추론으로 도달한 ‘최적의 선택’
뇌가 직전 상태를 바탕으로 판단을 내리는 과정은 ‘베이즈 추론’과 유사하다. 베이즈 추론은 영국 수학자 토머스 베이즈(Thomas Bayes)의 ‘베이즈 정리’를 기초로 한다. 베이즈 정리에선 이전의 경험과 현재의 증거를 토대로 사건의 확률을 계산한다. 이때 사건 A가 일어날 확률을 P(A), 사건 B가 일어날 확률을 P(B)로 표현한다. P(A)가 이전 경험, P(B)가 새로운 증거다. 사건 B가 발생할 때 A의 확률인 P(AlB)은 사건 A가 발생할 때 B의 확률인 P(BlA)에 P(A)를 곱한 값을 P(B)로 나눠 계산할 수 있다. 따라서 베이즈 정리를 활용하면 새로운 정보가 추가했을 때 고정 확률이 어떻게 변하는지 *확률분포 형태로 추론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야구 선수의 투구 속도를 추측해본다고 하자. 선수가 시간당 130킬로미터 내외의 속도로 공을 던진단 사실을 미리 알고 있다면 사전 확률분포는 해당 수치 근처에서 형성된다. 이후 선수가 공을 던졌을 때, 우린 사전 지식을 활용해 속도를 120킬로미터에서 150킬로미터 사이로 추측할 수 있다. 그 결과 뇌가 최종적으로 인지하는 속도의 확률분포는 사전 지식과 실제 속도 사이에 위치하게 된다. 

▲확률분포 그래프 형태로 나타낸 베이즈 추론 과정이다.
▲확률분포 그래프 형태로 나타낸 베이즈 추론 과정이다.

뇌는 추론 과정에서 사전 지식으로 정보를 해석한다. 뇌가 정보를 저장할 땐 ‘표상’과 ‘해석’을 거쳐야 한다. 새로운 정보를 접한 뇌는 표상을 통해 정보를 받아들인다. 표상은 뇌를 구성하는 신경세포 뉴런이 화학적 신호로 다른 세포들에게 정보를 전달하는 과정이다(지난 숙대신보 제1401호 ‘뉴런 속 정보의 흔적, ‘뇌과학’으로 그 안을 살피다’ 기사 참고). 이후 뇌는 사전 지식을 바탕으로 표상된 정보를 추론한다. 이 과정이 해석이다. 인간의 경험은 해석 과정에서 활용된다. 정보를 판단하는 기준이 주관적 경험이기 때문에 추론 결과는 그 방향으로 치우칠 수밖에 없다. 

경험을 활용하면 가장 합리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다. 우리 몸엔 속도를 정확히 감지하거나 기온을 측정할 수 있는 감각기관이 없다. 새로 만나는 사람에 대한 정보도 정확히 알지 못한다. 권 교수는 “이미 알고 있는 지식을 바탕으로 새로운 정보를 추측하는 게 뇌에겐 가장 효율적인 방식이다”고 말했다. 본교 최지연 사회심리학과 교수도 “인간의 정보처리 능력은 한정적이다”며 “그 결과 판단 과정에서 경험과 주관적 신념이 개입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면접 속 편향은 모두가 영향권
경험을 바탕으로 이전과 유사한 판단을 내리는 인지 편향은 면접 상황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면접관들은 이전 지원자의 정보를 근거로 다음 지원자를 평가한다. 따라서 이전 참가자의 점수가 좋다면, 다음 참가자 역시 영향을 받아 실제보다 더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 반대로 이전 참가자의 점수가 나쁘다면, 다음 참가자도 더 낮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이전의 모든 지원자가 현재 지원자에게 영향을 끼치는 것은 아니다. 권 교수는 “순서 효과의 영향은 일정하다”며 “일반적으로 앞 지원자 4명 정도에게 영향을 받을 수 있으며 이전의 모든 면접 결과가 자신에게 영향을 주는 건 아니다”고 설명했다. 

사전 정보의 영향이 없는 1번 참가자가 유리한 건 아니다. 면접관의 입장에서 첫 번째 참가자의 점수는 다음 참가자를 판단하는 사전 지식이다. 이에 면접관들은 더욱 신중하게 1번 참가자의 점수를 책정할 가능성이 있다. 만약 참고할 만한 사전 지식이 직전에 형성된 상태라면 면접관은 그를 토대로 점수를 매길 것이다. 최 교수는 “모든 참가자가 인지 편향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며 “순서의 측면에서 특별히 이익을 얻는 참가자는 따로 없으니 오히려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순서에 따른 편향을 제어할 수 없다면 면접관에게 깊은 인상을 남길 다른 방법을 고민해볼 수 있다. ‘초두 효과’와 ‘최신 효과’는 인간이 최근 접한 정보를 더 오래 기억하기에 나타나는 인지 편향이다. 초두효과는 먼저 제시된 정보가 나중에 제시된 정보보다 더 큰 영향력을 갖는 현상이다. 이와 유사한 최신 효과는 가장 최근에 입력된 정보가 더 큰 영향력을 얻는 심리 현상이다. 두 심리 현상을 이용해 중요한 정보를 적절한 타이밍에 강조한다면 면접관에게 좋은 인상을 줄 수 있다. 최 교수는 “면접관이 자신을 평가할 때 꼭 고려했으면 하는 정보가 있다면 그를 강조해 전달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력한 첫인상을 남길 수 있는 방법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실제 지난 2020년 잡코리아가 중소기업 채용 면접관 88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86.2%가 ‘첫인상이 면접에서 높은 영향력을 갖는다’고 답했다. 

현재 보고 있는 대상을 평가할 때, 우리 뇌는 바로 직전에 본 대상을 함께 떠올린다. 이는 뇌 인지 처리 때문에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현상이다. 1번으로 면접을 치른 뒤 본교에 합격한 김선민(법 23) 학우는 “가장 중요한 건 지원자의 마음가짐이다”며 “어떤 순서를 배정받더라도 자신 있게 대답할 용기와 자세만 있다면 좋은 결과를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면접관의 사전 경험을 넘어선 우수한 모습을 보여준다면, 인지 편향의 영향력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확률분포: 확률변수가 특정한 값을 가질 확률을 나타내는 함수임.

참고 문헌
사사키 준, 「Do it! 첫 통계 with 베이즈」, 이지스퍼블리싱, 2021.
손기형(2019). 대중매체에 나타난 최신 효과에 관한 연구. 대한경영학회지, 32(5), 919-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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