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목)부터 환경부가 ‘일회용품 줄이기 확대’ 규정을 시행하고 있다. 해당 규정으로 인해 유상으로 제공되던 비닐봉지 판매가 금지됐고 종이컵이나 빨대도 식당과 카페에서 사용할 수 없다. 당연하고 편하게 이용해온 일회용품은 어떤 이유로 금지된 걸까. 이는 쓰레기를 만들지 않는 삶의 방식인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와 관련이 있다. 본지 기자단이 제로 웨이스트가 무엇인지, 어떻게 실천할 수 있는지 직접 알아봤다. 


필必환경 시대에 등장하다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는 재활용, 재사용을 넘어 폐기물 생성 자체를 줄이자는 사회적 움직임을 의미한다. 2000년대 초 미국의 비 존슨(Bea Johnson)은 일회용 플라스틱 없는 삶을 실천하며 제로 웨이스트 운동의 시초가 됐다. 그는 지난 2013년 실천 사례를 바탕으로 한 책 「나는 쓰레기 없이 살기로 했다」를 출판하며 ‘5R 운동’의 원칙을 제시했다. 5R 운동은 거절하기(Refuse), 줄이기(Reduce), 재사용하기(Reuse), 재활용하기(Recycle), 썩히기(Rot)를 의미한다. 해당 원칙에 따라 ▶불필요한 물건 거절하기 ▶필요한 물건만 구입해 소비 줄이기 ▶이미 소비한 물건은 최대한 재사용하기 ▶다 쓴 물건 재활용하기 ▶자연에서 분해될 수 있는 물건 선택하기를 실천할 수 있다. 해당 저서는 28개 언어로 번역돼 전 세계인에게 영향을 미쳤다.

우리나라에서도 환경 보호를 위한 노력이 꾸준히 존재했다. 지난 1998년 외환위기 시기 정부는 서로 물건을 나누고 다시 쓰는 ‘아나바다’ 운동을 주도했다. 해당 운동의 결과로 소비를 줄여야 한단 인식이 확산됐다. 지난 2011년엔 일본으로부터 ‘미니멀리즘(Minimalism)’이란 개념이 전해졌다. 일본 국민은 많은 물건을 두는 생활 방식이 지진 대피 중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 간소한 삶을 추구하기 시작했다. 작가 사사키 후미오가 지난 2016년 출간한 「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는 우리나라 1인 가구의 미니멀리즘 확산에 불을 지폈다. 이후 미니멀리즘은 필수적인 물건만 남기고 주변을 비워 환경을 보호하는 삶의 방식으로 발전했다.

제로 웨이스트 운동은 코로나19로 인한 생활 폐기물의 증가와 환경에 대한 관심을 발판 삼아 널리 알려졌다. 코로나19로 배달 서비스가 이전보다 활발해지면서 플라스틱 사용량이 늘어났다. 환경부에 따르면 코로나19가 확산된 지난 2020년 상반기 플라스틱 폐기물량은 하루 평균 848톤으로 코로나19 이전에 비해 15.6% 증가했다. 쓰레기 문제가 대두되자 대중은 친환경 소비문화의 필요성을 체감하고 있다. 지난 2020년 자원순환사회연대와 한국피앤지가 4000명을 대상으로 ‘국내 소비자들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인식과 실천 행태’를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82.2%가 ‘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한 생활용품을 구매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필요한 것만 사고 팔아요
개인이 시도할 수 있는 대표적인 제로 웨이스트 실천법엔 ‘용기내 챌린지’와 ‘리필스테이션(Refill Station)’이 있다. 지난 2020년 국제 환경보호단체 그린피스(Greenpeace)는 다회용기로 식음료를 포장하는 용기내 챌린지를 제안해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고자 했다. 그린피스에 따르면 다회용기에 음식을 포장할 경우 1년에 약 4kg의 플라스틱을 감량할 수 있다. 본교 학우들도 용기내 챌린지를 실천한 바 있다. 본교 환경 리더십그룹 SEM은 2022 청파제 ‘눈송마을’에서 ‘트래쉬버스터즈’와 협업해 식음료 구매 시 다회용기를 대여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했다. 한세영(법 20) SEM 부회장은 “학우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97%의 다회용기 수거율을 달성했다”고 설명했다. 공산품을 구매할 때 동봉되는 플라스틱 용기를 줄이고 싶다면 리필스테이션을 이용하면 된다. 리필스테이션은 생활에 필요한 각종 세제나 화장품 등을 포장 용기 없이 내용물만 판매하는 상점이다. 리필스테이션을 이용한 경험이 있는 남채린(경영 21) 학우는 “비건 향수, 디퓨저 등을 판매하는 리필스테이션 소품샵을 방문한 적이 있다”며 “해당 가게가 모든 제품을 소분해 판매하고 포장재로 사탕수수를 활용해 인상 깊었다”고 말했다. 
 

▲‘알맹상점 리필스테이션(Refill Station)’에서 구매할 수 있는 화장품과 세제다.
▲‘알맹상점 리필스테이션(Refill Station)’에서 구매할 수 있는 화장품과 세제다.

친환경 소비를 독려하는 가게도 활발히 운영되고 있다. 본지는 서울역 옥상공원에 위치한 우리나라 최초의 리필스테이션인 ‘알맹상점’을 방문했다. 매장에 들어서자 대나무 칫솔, 고체 치약, 재활용 머리끈 등 다양한 친환경 제품이 눈에 띄었다. 알맹상점에선 개인이 지참한 용기나 다른 이용자가 기부한 용기로만 내용물을 살 수 있다. 이용자는 샴푸, 섬유유연제, 세제, 로션 등을 필요한 만큼만 담아 그램 단위로 구매한다. 이주은 알맹상점 대표는 “해외에서만 운영되던 리필스테이션을 우리나라에도 도입해 공산품 쓰레기를 줄이고자 했다”고 말했다. 
 

▲카페 ‘얼스어스(Earth us)’에서 다회용기에 케이크를 포장한 모습이다.
▲카페 ‘얼스어스(Earth us)’에서 다회용기에 케이크를 포장한 모습이다.

카페에서 발생하는 일회용품을 절감하기 위한 움직임도 있다. 매일경제의 지난 2020년 조사에 따르면 국내 플라스틱 빨대 폐기량은 연간 100억 개 이상이다. 본교 인근의 제로 웨이스트 카페 ‘얼스어스(Earth us)’는 일회용품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 휴지 대신 손수건을, 빨대 대신 숟가락을 제공해 쓰레기를 최소화한다. 주방에선 비닐 랩 대신 실리콘 랩을 사용하고 액체 세제 대신 친환경 고체 세제를 사용하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해당 매장에서 식음료를 포장하려면 다회용기를 지참해야 한다.


지구를 지키는 외롭지 않은 길
제로 웨이스트가 성행하며 사회 전반에서 환경 보호를 위한 변화가 이어지고 있다. 대기업도 환경 문제를 인식해 쓰레기를 줄이는 친환경 경영 방식을 도입하고 있다. 지난해 환경운동연합은 식품 회사 해태, 롯데, 농심, 동원에 불필요한 플라스틱 포장을 제거할 것을 3개월에 걸쳐 요구했다. 그 결과 해당 기업들은 플라스틱 포장을 종이 박스로 대체하거나 이중 비닐 포장을 스티커로 대신해 제품 포장 상태를 개선하고 있다. ‘브리타 어택(BRITA Attack)’ 캠페인을 벌인 알맹상점은 정수기 필터를 회수해 재활용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데 앞장섰다. 이 대표는 “정수기 업체인 브리타에 약 1500개의 폐필터와 1만4546명의 서명을 전달했다”며 “아시아 최초로 우리나라에 필터 재활용 센터를 구축할 수 있어 보람찼다”고 말했다. 
 

▲‘제로 서울 체험관’에 위치한 다회용기 반납기다.
▲‘제로 서울 체험관’에 위치한 다회용기 반납기다.

제로 웨이스트 시장은 더욱 활성화될 전망이다. 현재 서울시는 친환경 도시로 거듭나고 있다. 서울시 기후환경본부는 지속 가능한 탄소 중립 도시를 지향한단 의미를 담아 폐기물을 감축하는 ‘제로 웨이스트 서울’ 프로젝트를 전개하고 있다. 해당 프로젝트의 일환인 ‘제로카페’는 서울 도심의 커피 전문점 투썸플레이스(A TWOSOME PLACE), 스타벅스(Starbucks), 엔제리너스(Angelinus) 등과 협업해 다회용컵 사용을 독려한다. 서울광장에 위치한 ‘제로서울 체험관’엔 다회용컵 반납기가 있어 컵을 반납하면 보증금 1000원을 돌려받을 수 있다. 지난해엔 다회용컵 반납률 80%를 달성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서울시는 ‘스마트서울맵’에 97곳의 제로 웨이스트 상점을 표기해 시민들의 방문을 돕고 있다.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하는 과정에선 ‘가짜’ 친환경 제품에 현혹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하고자 사용한 종이빨대, 생분해 플라스틱 등의 제품이 실제로 재활용되는지 확인해야 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5월 친환경 빨대로 알려진 종이 빨대를 재활용할 수 없단 사실을 알렸다. 해당 빨대를 제조할 때 내구성을 높이고자 코팅액이 첨가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녹색연합이 발간한 ‘플라스틱 이슈리포트-생분해 플라스틱의 오해와 진실’에 따르면 일회용품 사용을 자제하기 위해 만들어진 생분해 플라스틱도 일회용품의 대체재가 될 수 없다. 생분해 플라스틱은 분해 기간이 정확히 밝혀지지 않아 일반쓰레기와 함께 매립해야 한다. 본교 이홍주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소비자는 제품을 구매할 때 재활용에서 더 나아가 자연에서 분해될 수 있는 제품인지 고려해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폐기물을 아예 배출하지 말아야 한단 부담에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를 실천하려는 시도조차 망설이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작은 노력도 큰 변화를 이끌 수 있다. 신예원 알맹상점 매니저는 “변화는 개인의 사소한 노력이 모이고 모여 시작된다”며 환경을 위한 움직임에 동참할 것을 독려했다. 한세영(법 20) 본교 환경 리더십그룹 SEM 부회장은 “첫 시도가 어렵다면 일상 속 실천법을 하나씩 골라 도전할 수 있는 ‘제로 웨이스트 빙고’를 참고해보길 추천한다”고 제안했다. 오늘은 일회용컵 대신 텀블러를 들고 쓰레기 없는 하루를 만들어보면 어떨까. 지구를 위한 작은 불편함이 습관이 된다면 환경 보호에 큰 발자취를 남길 수 있을 것이다. 


참고문헌
고금숙 외, 「알맹이만 팔아요, 알맹상점」, 위즈덤하우스, 2022.
홍수열 외, 「지금 우리 곁의 쓰레기」, 도서출판 슬로비,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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