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문화]

지난 여름 영국에서 개최된 ‘포켓몬 월드 챔피언십 2022’가 성공적으로 막을 내렸다. 올해로 26주년을 맞은 게임 ‘포켓몬스터(Pokémonster)’는 아직도 뜨거운 인기를 자랑하고 있다. 얼마 전 대한민국을 다시 한번 강타한 포켓몬빵 신드롬(Syndrome)으로도 그 인기를 실감할 수 있다.

대한민국이 배출한 최고의 포켓몬 스타는 누굴까. ‘포켓몬 월드 챔피언십 2014’ 마스터(Master) 부문의 우승자인 박세준 선수가 그 주인공이다. 포켓몬스터를 좋아하는 팬들 사이에서 그는 ‘국뽕’이란 말에 잘 어울리는 인물이다. 박세준 선수가 우승한 지 벌써 8년이나 지났다. 하지만 박세준 선수의 우승은 이번 포켓몬 월드 챔피언십 2022 공식 오프닝 영상에서 회자할 만큼 전 세계적으로 큰 충격을 안겼다.

‘세상에 약한 포켓몬은 없다’ 이 문장은 박세준 선수를 가장 잘 나타낸다. 포켓몬스터 게임엔 포켓몬의 성능을 지표화한 ‘종족값’이란 개념이 있다. 실전 대결에선 종족값이 높은 포켓몬들이 주로 사용된다. 박세준 선수가 우승을 차지한 지난 2014년엔 종족값 600의 포켓몬 ‘마기라스’ ‘보만다’ ‘한카리아스’가 대결의 판도를 꽉 쥐고 있었다. 그러나 박세준 선수를 우승의 길로 이끈 포켓몬은 바로 종족값 405의 전기쥐 포켓몬 ‘파치리스’였다.

월드 챔피언십에 출전한 선수가 파치리스를 쓸 거라는 예상은 그 누구도 하지 못했다. 파치리스가 월드 챔피언십 출전 선수의 전략에 포함된 것만으로도 경악 그 자체였다. 귀여움만을 위해 만들어진 약한 포켓몬, 그것이 파치리스의 입지였다. 당시 초등학생이던 필자는 파치리스가 내심 반가우면서도 그의 출전이 대체 어떤 전략인지 가늠하지 못했다. 많은 포켓몬스터 팬들과 상대 선수들 역시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그러나 박세준 선수는 파치리스와 함께 결승에 진출했다.

박세준 선수가 우승을 거머쥔 포켓몬 월드 챔피언십 2014의 마스터 부문 결승전 2차전은 명경기로 손꼽힌다. 경기에선 박세준 선수의 포켓몬 ‘한카리아스’가 저격당했다. 그때 파치리스가 공격기술 ‘날따름’을 사용해 이를 견디고 *HP를 회복했다. 해당 장면은 박세준 선수의 우승을 확정 지으며 포켓몬 업계의 최고의 순간으로 회자된다. 파치리스의 출전을 예상한 자가 없었듯 파치리스의 선전 역시 예상한 자가 없었다. 지켜보던 사람들의 숱한 의심 속에서도 파치리스와 박세준 선수는 챔피언이 됐다. 최약체 취급을 받던 파치리스는 챔피언의 에이스 포켓몬이 됐다.

개그맨 김민경 씨가 사격 국가대표로 발탁됐단 얘기가 연일 화제다. 필자는 고등학교에서 순수문학을 전공했지만 지금은 완전히 다른 과에 들어와 포켓몬과 관련된 글을 쓰고 있다. 우리 나이에 할 수 없는 건 키즈 모델이란 말이 있다. 세상에 약한 포켓몬은 없다. 그리고 세상에 안될 일이란 것 역시 없다.

*HP: 게임에서 캐릭터가 피해를 버틸 수 있는 능력을 수치로 표현한 것임

미디어 22 이지우

저작권자 © 숙대신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