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여러 집회⋅시위로 인해 사회가 시끌벅적하다. 경찰청에 따르면 전국에 발생한 집회는 지난 2020년 7만7453건에서 지난해 8만6552건으로 1년간 1만건 가까이 증가했다. 본교에서도 지난 3월 30일(수)부터 약 6개월간 본교 청소노동자의 생활임금 보장과 노동환경 개선을 요구하는 학내 시위가 진행됐다(지난 숙대신보 제1416호 ‘본교-노조 간 갈등 6개월째, 요구안 실현 위한 결의대회 열려’ 기사 참고). 해당 시위는 지난 9월 20일(화) 마침내 합의점을 찾으며 끝을 맺었다. 윤서현(아동복지 21) 학우는 “학내 시위가 일어난 후에야 노동자분들의 근무 환경이 열악하단 사실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집회와 시위는 사회에 크고 작은 변화를 불러올 수 있다. 집회와 시위가 가진 힘을 알아보자.


민주주의 꽃피운 집회·시위
집회⋅시위는 법적으로 보장되는 시민의 권리 중 하나다. 헌법 제21조에 따르면 모든 국민은 언론⋅출판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를 가진다. 집회(集會)란 공동의 목적을 위해 여러 사람이 한 장소에 모이는 것이다. 시위는 공동의 목적을 위해 여러 사람이 도로, 광장 등을 행진하거나 불특정한 이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을 의미한다. 집회는 시위를 포괄한 개념이며 천장이 없거나 사방이 폐쇄되지 않은 장소에서 열린 옥외집회를 시위라 칭한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이하 집시법)은 집회⋅결사의 권리를 보장하면서도 위법한 시위로부터 국민을 보호한단 목적 아래 지난 1962년 제정됐다. 정우열 경운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집회의 자유는 국가권력의 간섭을 막을 수 있는 권리로 자유민주주의 사회에 없어선 안 된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의 집회⋅시위는 1960년대 권위주의 정권에 맞서며 등장했다. 일제강점기 당시 집회·시위는 일제에 의해 통제됐다. 광복 이후인 지난 1960년 4⋅19혁명을 전후로 집시법이 제정되며 집회⋅시위의 자유가 보장되기 시작했다. 당시 집시법은 정치적 목적의 집회·시위를 허용하지 않았다. 이에 1960년대, 1970년대 집회·시위는 대학생과 지식인을 주축으로 독재 정치에 대항하며 전개됐다. 집회·시위 참여자들은 최루탄과 화염병을 수반한 과격한 형태로 나아가기도 했다. 정 교수는 “1960년대 집회·시위는 군사독재를 비롯한 사회 전반의 불의에 저항하는 양상을 띠었다”며 “한국의 집회·시위는 1960년대부터 본격화됐다”고 얘기했다.

1980년대 이후 일어난 집회·시위는 한국의 민주화 운동을 이끌었다. 당시 전두환 군사정권의 등장을 계기로 각계각층의 시민이 집회⋅시위에 가세했다. 민주주의의 도래를 꿈꿨던 지난 1987년엔 6·10 민주항쟁 관련 집회·시위가 열렸다. 초기 소규모로 전개되던 민주항쟁은 이날을 기점으로 전국적으로 확산했다. 반독재 구호를 외치던 집회·시위는 ‘5년 단임의 대통령 직선제 개헌’이란 결과를 가져왔다. 정 교수는 “우리나라가 민주화의 길을 걷는데 집회·시위가 중요한 기여를 했다”고 설명했다.


우리 사회를 비추는 거울
2000년대 이후 전개된 집회는 ‘정치적 이념 표출’과 ‘집단의 이익 증대’란 두 가지 목적을 지닌다. 정치적 이념을 표출하는 집회의 사례엔 ‘촛불집회’와 ‘태극기 집회’가 있다. 촛불집회는 시민들이 촛불을 켜 의견을 표출하는 야간 집회를 가리킨다. 해당 집회의 형태는 지난 2002년 미군 장갑차에 치여 숨진 중학생 ‘효순이·미선이 사건’을 추모하며 시작됐다. 지난 2016년 10월 시작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요구 촛불집회엔 주최 측 추산 2016년 11월 12일 기준 누적 100만 명이 참석했다. 보수 단체가 태극기를 흔들며 행진하는 태극기 집회는 촛불집회에 대항해 생겨났다. 지난 2016년 11월에 시작된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무효 집회는 주최 측 추산 2016년 12월 17일 기준 누적 100만 명이 참여했다.

집단의 이익을 지향하는 집회·시위로는 노동자 근로조건에 관한 집회가 대표적이다. 지난해 11월 23일(화) 시작된 ‘간호법 제정 촉구 집회(이하 간호법 집회)’도 이에 해당한다. 참가자들은 매주 수요일 국회의사당과 국민의힘 서울시당 앞을 행진한다. 대한간호협회가 주최한 해당 집회는 간호사의 업무 환경과 체계 등에 관한 단독법 제정 촉구를 목적으로 한다. 본 시위에 대해 대한의사협회와 대한간호조무사협회 측은 ‘간호사만의 단독법은 그들의 업무를 무한으로 확장해 타 보건의료 직업군의 위상을 약화한다’며 반대 입장을 드러내고 있다. 백찬기 대한간호협회 홍보국장은 “지난 2005년, 2019년에 간호법이 국회에 발의됐지만 입법되지 못했다”며 “법이 제정될 때까지 집회를 계속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현재 간호법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최근엔 기후 위기의 경각심을 촉구하는 집회·시위도 열리고 있다. 환경운동연합, 녹색연합 등 약 400개의 기후·환경단체는 지난 9월 24일(토) ‘9·24 기후정의행진’을 개최했다. 해당 행진에 참여한 약 3만5000명의 시민은 ‘기후재난, 이대로 살 수 없다’란 슬로건을 내걸고 정부와 기업의 탄소중립 실현을 요구했다. 시민들은 서울시청 앞에 모여 숭례문에서 종각역까지 총 5킬로미터 거리를 왕복 행진했다. 참가자들은 행진 도중 일정 시간 동안 죽은 듯 땅에 누워 있는 ‘다이-인(Die-In)’ 활동도 펼쳤다. 참여자들은 앞으로 닥칠 기후 위기를 염려하는 마음을 몸으로 표현했다.


불편함이 변화가 되기 위해
일부 시민들은 집회⋅시위에서 유발된 소음 공해로 고통을 호소한다. 경찰청에 따르면 종로경찰서에 접수된 집회 소음 관련 민원은 지난 7월 46건에서 9월 117건으로 증가했다. 지난 8월 6일(토)부터 종로구의 광화문 광장이 재개장해 집회⋅시위가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집회가 열리는 국회의사당 인근 가게를 운영 중인 익명을 요구한 한 상인은 “시위가 일어나는 날엔 소음이 예상돼 가게 근처 유동 인구가 줄어든다”고 매출 감소를 우려했다. 손유정(법 22) 학우는 “합법적인 시위더라도 과도한 소음은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교통 마비로 인해 어려움이 발생하기도 한다. 지난해 12월부터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는 장애인 이동권 보장 및 권리예산 반영을 요구하기 위해 지하철 시위를 펼치고 있다. 해당 시위는 휠체어를 타고 열차를 반복적으로 승하차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전장연은 삭감된 장애인권리예산을 조정하고 지하철 역사 내 휠체어 리프트 시설을 제대로 보수하길 요구하고 있다. 이유진(식품영양 21) 학우는 “시위의 목적은 옳다”면서도 “해당 시위로 통학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시위 장소나 방식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얘기했다. 윤서현(아동복지 21) 학우는 “지하철 지연으로 일찍 집을 나서야 한다”면서도 “해당 시위는 전장연이 이동권을 보장받기 위해 필수적인 수단이다”고 말했다.

집회·시위를 통제할 경찰 기동대는 인력 부족과 초과근무에 시달리고 있다. 기동대란 집회·시위 등의 대규모 행사를 관리해 돌발사태에 대처하는 경찰 조직이다. 서울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8월 서울의 경찰 기동대(이하 기동대) 정원은 5236명이나 실제 소속 인원은 4552명으로 684명 미달했다. 근무 시간 또한 과중한 상황이다. 현재 기동대의 1인당 초과근무 시간은 86.7시간으로 44.4시간 근무하는 다른 부서보다 두 배가량 많다.

집회·시위는 시민이 참여할 수 있는 가장 적극적인 정치 방법이다. 시민은 자신의 권리를 보장받기 위해 능동적으로 집회·시위에 나설 수 있다. 집회·시위는 국민의 이해관계가 간과될 수 있는 대의민주주의 체제의 한계를 보완해준다. 손 학우는 “건강한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선 시민의 목소리를 큰 소리로 들려주는 시위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얘기했다.


기존의 것들이 새롭게 바뀌는 과정엔 갈등과 어려움이 동반된다. 사회에 변화를 요하는 의견의 표출 과정 역시 시민들에게 불편을 야기할 수 있다. 그러나 목소리 내는 것을 망설이거나 타인의 외침을 억압해선 안 된다. 미국의 헌법학자 토머스 에머슨(Thomas Emerson)은 민주주의 사회가 제대로 정착하기 위해선 표현의 자유가 필수적으로 보장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집회와 시위가 성숙한 소통의 장으로서 활발히 지속되길 바란다.

참고문헌
정우열, 김주완(2014). 집회·시위문화의 역사적 전개과정과 특징에 관한 연구. 한국행정사학지. 35(0), 257-2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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