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의 일침]

과거 필자가 대학에 취재하러 갈 일이 있으면 그 학교의 학보를 한 부씩 챙겨오곤 했다. 대학가의 이슈와 학생들의 생각을 알 수 있는 창구였기 때문이다. 이번 기회에 처음 접한 숙대신보에선 단순 소식지 이상을 만들어 내겠단 기자들의 열정과 노력이 느껴졌다. 여론면엔 송이의 부엌, 솔솔한 대화 등 형식적으로 변주를 준 코너가 많아 지루하지 않았다.

굳이 아쉬운 점을 꼽자면 기사들의 각이 더 날카로웠으면 한다. 제1420호의 1면 탑은 ‘2023학년도 단과대 학생회장단선거, 6개 단과대에 학생회 체제 구축되나’ 기사다. 사실 단과대 선거는 정례적으로 치러지기에 보도 가치가 크지 않다. 그러나 대부분의 단과대가 후보자 미등록으로 선거가 무산됐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그렇다면 이전에도 후보자가 미달된 적이 있는지, 미달 원인이 무엇인지, 후보자 미등록으로 선거가 무산되면 어떤 문제가 생기는지에 대해 분석하며 기사를 전개했어야 한다. 선거 일정이나 투표 방식은 표로 처리해도 충분하다.

팩트 디테일이 떨어지는 부분도 아쉽다. 1면의 ‘조강순 동문, 본교에 20억 펀드 기부’ 기사는 동문이 본교에 20억 펀드(Fund)를 기부했단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런데 막상 기사를 읽고 나니 궁금증이 더 커졌다. 펀드 운용사는 어디인지 궁금하다. 펀드 권리가 기부자의 사후에야 학교로 넘어온다면 기부자가 펀드를 해약하거나 처분할 수도 있는지도 묻고 싶다. 그렇다면 펀드가 아니라 펀드의 수익금을 기부했다고 표현하는 것이 맞다. 사소한 단어도 오보로 이어질 수 있기에 신중해야 한다.

가장 아쉬웠던 점은 대부분 기사에 학생의 코멘트가 있단 점이다. 사안에 대한 학생들의 반응이 분량을 할애할 만큼 중요한지 고민해봐야 한다. 의견이 첨예하게 갈릴 만큼 논쟁적인지도 따져봐야 한다. 가장 쉬운 취재 방식이 학생 인터뷰라 기계적으로 채워 넣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해보자.

마지막으로 기사의 형식이 다양해지면 좋겠다. 지금은 스트레이트와 기획 기사로 양분돼있지만 작성 문법이 크게 다르지 않다. 인터뷰, 리뷰, 르포, 팩트체크 등 다양한 형식을 적극적으로 시도해보자. ‘본교 전용서체 이름, 숙명인 손에서 탄생한다’ 기사 역시 서체의 개발 소식을 창작자 인터뷰로 풀었다면 더 재밌는 기사가 됐겠다.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하는 종합 일간지와 달리 학보는 독자가 명확하다. 독자가 누구인지 안단 것은 매체로서 엄청난 강점이다. 학보라고 청년 이슈만 다룰 필요는 없다. 그러나 여성 청년인 학보사 기자의 눈으로 본다면 분명 기존과 다른 관점의 기사가 나온다. 숙대신보의 경쟁력도 거기에 있다. 앞으로를 기대한다.


독자위원 심윤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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