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권대학언론연합회 소속 단국대, 숙명여대, 한국체육대, 한양대 연합취재팀은 수도권 소재 대학생을 대상으로 정치·금융·미디어 리터러시·성인지 교육 관련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신뢰도 90%, 오차범위 5.79%p) 지난달 17일(월)부터 28일(금)까지 진행된 본 조사엔 총 204명이 설문에 응답했다.
▲서울권대학언론연합회 소속 단국대, 숙명여대, 한국체육대, 한양대 연합취재팀은 수도권 소재 대학생을 대상으로 정치·금융·미디어 리터러시·성인지 교육 관련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신뢰도 90%, 오차범위 5.79%p) 지난달 17일(월)부터 28일(금)까지 진행된 본 조사엔 총 204명이 설문에 응답했다.

지난 5월 경제협력개발기구(이하 OECD) 연구 결과에서 우리나라 학생들의 비판적 사고 역량이 부족하단 결과가 나왔다. OECD ’국제 학업 성취도 평가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중·고등학교 학생들의 ‘사실과 의견을 식별하는 역량’은 현저히 낮았다. 연구 과정에서 실시된 역량 검사에선 우리나라 학생의 정답률은 25.6%로 OECD 국가의 평균인 47.4%의 절반 정도에 그쳤다. 이런 상황에서 대학생의 미디어 사용량은 눈에 띄게 증가했다. 지난해 통계청에서 발표한 ‘2021 청소년 통계’에 따르면 90.8%에 달하는 대학생이 SNS를 이용하고 있었다. 
 

한국 미디어 교육, 여전히 걸음마 단계
우리나라는 최근 들어서야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에 대해 논의하기 시작했다. 미디어 리터러시란 정보와 콘텐츠에 적절히 접근해 비판적으로 이해하고 이를 윤리적으로 활용하는 태도를 의미한다. 지난해 11월 교육부에서 공개한 ‘2022 개정 교육과정 총론’에 미디어 리터러시와 관련된 디지털 교육이 포함됐다.

하지만 여전히 전문가들은 내실 있는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이끌 협의체가 부재하다고 지적한다. 이성철 부산어린이창의교육관 교육연구사는 한 매체에서 “교육과정 개정은 학문적 지식과 교육학적 방법론을 바탕으로 대상자의 수준과 관심, 시대적 변화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전하며 교육 협의체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실제로 국내에선 언론진흥재단이나 방송통신위원회 산하 시청자미디어센터가 기관 단위 교육을 실시하고 있지만 체계성이 부족하다. 기관별 교육 내용이 일부 중복되거나 기관 간 협력체계가 구축돼있지 않다. 김지원 단국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미디어 교육 연구엔 학제적 협력이 부족하다”며 “미디어와 이용자에 집중하는 미디어학 관점과 교육의 학습체계를 구성하는 교육학 관점을 연계해 학습체계를 정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본교 심재웅 미디어학부 교수 또한 “여러 미디어 교육 기관을 일원화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학에서도 현재 실질적인 미디어 교육은 교육 과정에 포함되지 않은 상태다. 본교와 한양대엔 컴퓨터와 스마트폰 중독을 예방하는 디지털 교육이 존재하지만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과는 거리가 멀었다. 단국대엔 필수 및 선택 교양 모두 관련 과목이 부재한 상황이다. 한국체대는 선택 교양에 관련 과목이 개설돼 있지만 이 또한 필수가 아니다.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 ‘미디어 리터러시’
전문가들은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한다. 미디어 속 검증되지 않은 정보를 분별하고 알고리즘에 따른 미디어 편식을 예방하기 위해선 미디어 교육이 선행돼야 하기 때문이다. 심 교수는 “판단력이 미숙한 청소년들은 미디어 속 허위 정보로 인해 피해를 볼 수 있다”면서 “계속해서 비슷한 유형의 미디어만을 소비하는 미디어 편식이 지속되면 자신의 신념과 일치하는 정보만 받아들여 콘텐츠를 다각도로 바라볼 수 없다”고 말했다.

사회 의제에 활발히 참여하는 건강한 시민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도 미디어 교육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김 교수는 “미디어를 통해 정보를 편향적으로 습득하면 편향된 지각이 만들어질 위험이 크다”며 “이는 잘못된 선택과 행동으로 이어져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기 어렵게 만든다”고 말했다.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의 효과성은 이미 입증됐다. 지난 2017년 한국방송학보가 발표한 보고서 ‘뉴스 리터러시가 의사소통 역량과 공동체 역량에 미치는 영향’에선 뉴스 활용 교육을 받은 집단이 뉴스를 더 비판적으로 해석한단 결과가 나왔다. 심 교수는 “미디어에서 정치나 시사 정보를 얻은 경험이 많은 청소년일수록 정치적 의사 표현과 사회 참여가 활발할 수 있다”며 “어릴 때부터 미디어 교육에 노출돼야 미디어가 우리 삶에 미치는 영향력을 자연스레 고민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청년들도 미디어 교육 필요성에 공감
대학생들도 미디어 교육의 필요성과 중요성에 공감하는 분위기다. 자체 설문조사에 따르면 ‘가짜 뉴스와 같은 부정확한 정보를 학습하는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미디어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냐’는 질문에 54%가 ‘매우 그렇다’, 32%가 ‘그렇다’고 답했다. ‘무분별한 미디어 모방 행위를 예방하기 위해 미디어 교육이 얼마나 필요하냐’는 질문엔 57%가 ‘매우 그렇다’, 25%가 ‘그렇다’고 답했다. 서울시립대 유하늘(영어영문 21) 씨는 “4차 산업 시대의 도래와 함께 지속해서 미디어를 접하고 있는 만큼 미디어 교육을 선택이 아닌 필수 교양으로 지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익대 박찬혁(경영 19) 씨도 “수용자가 비판적인 사고를 견지할 수 있도록 미디어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며 “알고리즘의 원리가 편향적 지식을 이끌 수 있단 점 또한 교육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청소년에만 국한되지 않고 각 세대와 계층에 적합한 교육 프로그램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심 교수는 “국가, 학교, 가정이 효과적인 교육 방안을 함께 개발하고 공유해 미디어 교육을 위한 하나의 유기적인 체계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프랑스 시인 폴 발레리는 ‘거짓말과 그것을 쉽게 믿는 성질이 하나가 돼 여론을 만들어 낸다’고 말했다. 해당 구절은 미디어를 비판 없이 수용하는 태도의 위험성을 보여준다. 시대에 발맞춘 교육기관의 역할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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