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권대학언론연합회 소속 단국대, 숙명여대, 한국체육대, 한양대 연합취재팀은 수도권 소재 대학생을 대상으로 정치·금융·미디어 리터러시·성인지 교육 관련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신뢰도 90%, 오차범위 5.79%p) 지난달 17일(월)부터 28일(금)까지 진행된 본 조사엔 총 204명이 설문에 응답했다.

금융사회에서 허우적대는 청년들
코로나19 확산을 기점으로 저금리정책이 이어지자 많은 2030 청년들은 주식과 코인 열풍에 빠져들었다. 올해 상반기 금융위원회 조사에 따르면 올해 가상 자산에 투자한 2030 세대의 비율이 전체 투자자의 약 55%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투자로 많은 이익을 거둘 것이란 예상과 달리 올 상반기 고물가·고환율·고금리로 인한 경기 침체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이러한 현실은 투자에 뛰어들었던 사람들에게 거대한 빚과 숙제로 돌아왔다.

지난 4월 30일(수) 금융감독원과 한국은행이 발표한 ‘세대별 다중채무자 숫자’에 따르면 지난 2019년 말 대비 2021년 말 20대 *다중채무자는 21%가량 증가했다. 타 연령대의 비율은 줄어든 것에 비해 압도적인 증가 폭과 증가율이다. 여신금융협회와 금융감독원의 최근 3년간 ‘여신사 2030 가계 대출 신규 취급 추이 조사’ 결과 지난해 20대가 **여신사에서 빌린 돈은 1조2천억 원 가량으로 전 연령층에서 가장 많았다. 
 

청년층 “금융 지식 부족해” 어려움 호소 증가
이러한 상황에서 청년층의 금융 지식은 굉장히 낮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금융감독원과 한국은행은 지난 2020년 전국 만 18~79세 성인 2400명을 대상으로 ‘2020 전 국민 ***금융이해력 조사’를 실시했다. 조사 결과 청년층(18~29세)의 금융이해력은 64.7점으로 전체 평균인 66.8점보다 낮은 수준인 것으로 밝혀졌다. 손정식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사회생활의 80% 이상이 경제생활인데도 금융교육이 소외돼 온 것은 문제다”며 “금융이해력 부족은 적절한 저축이나 투자를 하지 못하는 것부터 신용을 쌓지 못하는 것까지 광범위한 문제를 야기한다”고 지적했다.
 

현행 금융 교육의 실태는?
이러한 문제가 발생하는 이유는 교육기관에서 이뤄지는 금융교육이 미비하기 때문이다. 현재 초·중등 교육과정에선 금융교육을 필수로 시행하고 있지 않다. 지난 2019년 금융위원회 조사에 따르면 초·중등 교육에 금융 과목의 비중은 연평균 9시간에 불과했다. 특히 고등학교 수능 과목엔 ‘경제’ 과목이 유일한데 필수과목으로 지정되지 않은 탓에 수강인원이 적어 개설조차 되지 않는 경우도 많다. 지난해 11월 교육부가 발표한 ‘2022 개정 교육과정’에 따르면 비교적 선택 인원이 적은 경제 과목은 일반선택과목에서 빠지면서 금융교육의 비중이 더욱 줄어들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입시 위주로 이뤄지는 초·중등 교육을 원인으로 지적한다. 이소연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연구위원은 “경제교육의 필요성은 인지하고 있으나 대학 입시 위주의 교육으로 인해 뒷전이 된 경우가 많다"며 "학교에서 체계적인 경제 교육을 받지 못해 사회에서 경제주체로서 역할을 하기 충분하지 않다"고 말했다.

대학에서도 학생들에게 도움을 주는 금융 수업이 부족하다. 대학에서 금융교육을 받기 위해선 경제·금융 관련 학과의 전공 수업을 들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비전공생들이 경제 전공 수업을 듣기엔 무리가 있다. 한국외대 이수진(EICC 21) 씨는 ”경제학 비전공생이라 경제수업을 들을 때 이해하기 어려운 경우가 발생한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손 교수는 “대학들은 경제학 전공생과 비전공생을 대상으로 하는 경제 교육을 구분해 개설하지 않아 비전공생들이 상대적으로 강의를 듣기 어렵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실생활에 필요한 금융 지식을 대부분 뉴스나 인터넷에서 얻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자체 설문조사에 따르면 ‘교육기관에서 금융 지식을 습득했다’고 답한 비율은 35%에 불과했다.  교육기관에서 충분한 금융 교육이 이뤄졌다고 답한 비율은 17%에 그쳤다. 이화여대 한재희(사회 21) 씨는 “유튜브나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얻고 있다”며 “잘못된 정보로 사기에 연루되거나 금전적 손해를 겪은 사례를 본 적 있다”고 말했다.
 

금융 문맹, 눈 뜨고 코 베이지 않으려면
전문가들은 금융교육의 양적·질적 제고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현재 다양한 금융기관에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금융교육을 진행하고 있으나 부족한 점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각 금융기업에서 진행하는 ‘1사 1교 금융교육’이나 금융감독원의 온라인 금융교육은 한정된 인원만 수강할 수 있어 많은 학생이 교육을 제공받기 어렵다. 또한 단발성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짧은 시간에 금융 지식의 수준을 높이기엔 한계가 있다. 최미수 서울디지털대 금융소비학과 교수는 “경제 과목을 고등교육과정 필수과목으로 지정하는 등 금융거래 시작 이전에 적절한 수준의 금융이해력을 갖추도록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손 교수는 “초·중·고등학교에선 학생들의 이해를 도울 수 있도록 현실 경제 자료와 사례를 많이 활용해 설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실생활에서 응용할 수 있는 금융 지식을 지도해 질적 향상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입시교육을 우선시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바뀌어야 한단 의견도 제시된다. 신은미 한국은행 경제교육실 경제교육기획팀 과장은 “고등학생들이 입시 위주의 수업을 받다 보니 경제교육을 신청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국개발연구원에서 지난해 실시한 ‘전 국민 경제이해력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8%가 ‘금융교육이 필요하다’고 답변했다. 지난해 조선일보에서 고등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선 응답자의 97%가 ‘금융교육이 금융 생활에 도움이 될 것이다’고 답했다. 이처럼 금융교육의 필요성을 느끼는 사람들은 많이 존재한다. 이에 맞춰 우리 사회의 인식 또한 변화가 필요해 보인다. 
 

*다중채무자: 여러 곳의 금융권에서 돈을 빌린 사람을 의미함.
**여신사: 대출의 기능만을 갖춘 금융사를 의미함. 카드사나 캐피털이 이에 속함.
***금융이해력: 합리적이고 건전한 금융 생활을 위해 필요한 금융 지식·행위·태도 등 금융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 정도를 의미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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