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8일(토), 본지 기자단은 키움 히어로즈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 관람을 위해 잠실야구장을 찾았다. 탁 트인 야구장에 들어서자 유니폼을 입고 응원용 방망이를 들고 있는 관중이 눈에 띄었다. 경기가 시작되자 관중은 다 함께 입을 모아 응원가를 부르며 경기의 순항을 위해 단합했다. 야구 경기를 열광적으로 응원하는 문화, 그 속으로 들어가 보자.
 

▲지난달 8일(토)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키움과 두산의 경기에서 팬들이 응원하고 있다.
▲지난달 8일(토)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키움과 두산의 경기에서 팬들이 응원하고 있다.

우리가 야구장으로 가는 이유
야구 응원문화는 관중의 방문을 독려하는 가장 큰 매력 요소다. 지난 2018년 한국프로스포츠협회가 야구팬 701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프로스포츠 관람객 성향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1.1%가 경기장 방문 동기를 ‘응원이 재미있어서’라고 답했다. 김채린(경영 19) 학우는 “응원문화는 규칙이 어렵고 경기 시간이 긴 야구의 진입 장벽을 낮춘다”고 설명했다. 야구 응원문화의 주역은 관중과 응원팀이다. 응원팀은 구단에서 지정한 응원단장, 장내 진행자와 치어리더로 구성된다. 응원단장은 경기의 흐름을 파악해 선수와 관중의 사기를 높이는 역할을 한다. 박민수 SSG 랜더스(이하 SSG) 응원단장은 “경기가 지고 있을 때도 응원은 계속돼야 한다”며 “현장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경기 중간마다 외칠 사소한 멘트까지 준비한다”고 말했다. 

야구 경기를 효과적으로 응원하기 위한 도구도 다양하다. 응원도구로는 막대풍선, 클래퍼(Clapper), 응원용 방망이, 슬로건, 유니폼 등이 있다. 대표적인 야구 응원도구인 막대풍선은 엘지 트윈스(이하 엘지)에서 지난 1994년 처음 도입했다. 각 구단은 각 팀을 대표하는 다른 색상의 막대풍선을 사용하고 있다. 두산 베어스(이하 두산)는 흰색, 삼성 라이온즈(이하 삼성)는 파란색이다. 관중은 응원팀의 지도에 맞춰 응원도구를 다양하게 사용한다. 관중들은 팀 응원가가 나올 때마다 구단 이름이 적힌 슬로건을 일제히 들어 응원 전력을 높이기도 한다.

각 구단에서 판매하는 유니폼, 모자와 같은 굿즈(Goods)는 팬들이 구단에 더 몰입할 수 있게 돕는다. 지난 2019년 한국프로스포츠협회의 통계에 따르면 프로스포츠 팬들의 유니폼 보유 비율은 프로야구 62.9%, 프로축구 46.1%, 여자농구 32.5%, 남자농구 34%, 남자배구 25.1%, 여자배구 22.8%로 야구가 가장 높았다. 이는 타 스포츠보다 뛰어난 야구팬의 충성도를 보여주는 지표 중 하나다. 엘지를 응원하는 이혜원(독일언어문화 18) 학우는 “선수 개인을 아끼는 마음으로 특별제작된 기념일 유니폼이나 콜라보 제품도 구매한다”고 말했다.


“안타, 홈런!” 경기장을 채운 뜨거운 진심
응원가는 프로야구 응원 활동의 핵심이다. 응원가는 관중과 응원 소리가 있어야 선수가 제 실력을 발휘하는 현상인 ‘관중효과’를 불러온다. 지난 2년간 코로나19로 무관중 경기가 이어지자 대다수의 팬들은 허전함을 호소했다. 삼성을 응원하는 이승연(법 22) 학우는 “코로나19로 육성 응원이 금지됐을 때 선수들은 외롭게 경기했다”며 “육성 응원이 다시 허용돼 선수들에게 큰 힘이 될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응원가는 각 구단의 응원단장이 기성 가요를 개사·편곡하거나 새로 작곡한다. 박 단장은 “누구나 따라 부르기 쉽고 즐길 수 있는 곡을 만들고자 한다”고 말했다. 한편 선수별 응원가를 제작해 따라 부르는 문화는 우리나라에만 존재한다. 에릭 테임즈(Eric Allyn Thames) 미국 프로야구 선수는 엔씨 다이노스 활동 시절 응원가를 수입해 자국 경기 복귀 후에도 사용했다.

경기 중 때에 맞춰 암묵적으로 전개되는 단체 응원도 있다. 8회가 되면 팬들은 휴대폰 플래시를 켜 각 구단의 대표곡을 큰 목소리로 부른다. ‘약속의 8회’라고 불리는 이 응원은 역전 승리를 기원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두산은 가수 ‘봄여름가을겨울’의 ‘브라보 마이 라이프’를, SSG는 ‘김트리오’의 ‘연안부두’를, 기아 타이거즈(이하 기아)는 ‘남행열차’와 ‘최강 기아를 위해’를 열창하며 단체 응원을 펼친다. 함께 부르는 대표곡은 팬들의 소속감을 고취한다. 이혜원 학우는 “응원하는 구단뿐만 아니라 다른 구단의 응원가도 외우고 있다”며 “응원가를 크게 따라부르는 게 경기 관람의 가장 큰 재미다”고 말했다. 

각 구단마다 고유한 응원문화가 존재한다. 롯데 자이언츠(이하 롯데)의 팬들은 주황색 비닐봉투를 머리에 쓰는 독특한 응원문화를 만들었다. 이 문화는 구단이 관중에게 지급한 쓰레기 수거용 봉투가 응원에 활용되며 시작됐다. 구단의 연고지에 따라 세대·지역별로 화합하는 효과가 나타나기도 한다. 부산이 연고지인 롯데의 경우 부산 사투리가 포함된 응원가를 사용한다. 정지원(역사문화 21) 학우는 “야구장에서 응원할 때 많은 관중과 하나가 된다”며 “지역 소속감과 자부심을 가질 수 있어 가치 있다”고 설명했다.


최상의 환경에서 최고의 응원을
야구 관람이 성행하며 쓰레기 문제가 대두되자 각 구단은 친환경 응원문화를 추구하고 있다. 지난 2017년 환경부에서 발표한 ‘제5차 전국폐기물 통계 조사’에 따르면 야구장의 폐기물 배출량은 연 2203톤으로 스포츠 경기장 중 가장 많다. 지난 5월 SSG는 ‘제로웨이쓱트’ 캠페인으로 야구장을 찾는 이들에게 텀블러나 다회용기 사용을 독려했다. ‘SSG 닷컴’ 배송에 쓰이는 포장용 종이 봉투의 디자인을 변경해 응원도구로 재사용하기도 했다. 엘지와 두산은 지난 8월 23일(화) ‘제로웨이스트 서울 조성을 위한 잠실야구장 다회용기 사용 활성화 업무협약’을 체결해 쓰레기를 줄이는 데 앞장섰다. 관중은 경기장에 비치된 다회용기 맥주 컵과 접시를 사용해 야구장 내 일회용품 줄이기에 동참했다. 현재 무료로 배부되고 있는 막대풍선과 클래퍼도 다음 시즌부턴 경기장에서 찾아볼 수 없다. 오는 24일(목)부터 ‘자원재활용법 시행규칙’으로 일회용품 사용이 제한되기 때문이다.

일부 구단은 수년간 사용하던 응원가에 저작권 문제가 발생해 의견을 조정 중이다. 프로야구 팀들은 지난 2001년부터 2014년까지 한국음악저작권협회와 계약해 응원가로 가요를 사용해왔다. 그러나 원곡자의 저작물 침해 소송으로 지난 2017년부터 일부 곡을 쓸 수 없게 됐다. 원곡자들은 자신의 곡이 개사 및 편곡돼 *동일성유지권을 침해당했다고 주장했다. 저작물이 본래의 형태로 활용되지 않고 변형됐단 것이다. 박 단장은 “현재 사용되는 응원가는 구단 응원팀 내에서 자체적으로 제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기장과 주거 단지가 인접한 경우 주민과의 갈등이 발생하기도 한다. 지난 2015년 9월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경기장 인근 아파트 주민은 경기 중 소음·빛 공해로 불편을 호소하며 구단에 보상을 요구했다. 각 구단은 인근 주민과 공생하기 위해 합의점을 찾아 나가고 있다. 기아는 재판 이후 음향기기 음량을 30%로 낮췄다. 지난 2009년부터 잠실야구장은 오후10시 이후부턴 음향기기 없이 육성 응원만 진행하고 있다. 박 단장은 “SSG의 홈 구장인 인천SSG랜더스필드도 오후10시 이후엔 음향기기의 출력을 반으로 낮추고 있다”며 “팬들의 목소리만으로 경기장의 열기를 이어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구단과 관중은 바람직한 응원문화를 확립하고자 한다. 관중과 선수의 안전을 지키고 음주피해를 막기 위한 대책이 마련됐다. 한국야구위원회는 지난 2015년부터 쾌적한 경기 관람을 위해 ‘SAFE 캠페인’을 시행 중이다. 해당 캠페인으로 경기장 내 병·캔·1리터 초과 음료와 주류 반입이 금지됐다. 관중은 열정적인 응원이 선수 개인을 향한 무분별한 분노 표출로 이어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박 단장은 “응원 중 선수에 대한 욕설이나 맹목적인 비난 없이 선의의 경쟁을 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우리나라 프로야구는 올해로 출범 40주년을 맞았다. 전 엘지 트윈스 소속 박용택 선수는 자신의 에세이 「오늘도 택하겠습니다」에서 ‘팬이 당연히 우리를 응원해주는 존재라고 생각할 때도 있었다’며 ‘그러나 나이를 한 살 한 살 먹고, 특히 2년 내내 코로나19를 겪으면서 팬의 소중함을 절실하게 느꼈다’고 언급했다. 경기장을 달구는 팬들의 열정이 있었기에 우리나라 프로야구가 오랜 기간 굳건히 유지될 수 있었다. 야구장을 방문해 뜨거운 열기 속에 몸을 맡겨보는 건 어떨까.


*동일성유지권: 저작물의 내용·형식·명칭을 동일하게 유지해야 하는 권리로, 제3자는 저작자의 동의를 받지 않고 저작물을 변경할 수 없음을 뜻함.

참고 문헌
김지훈, 김로빈. (2020). 진지한 여가로서 우리나라 프로야구 서포터즈 문화. 한국사회체육학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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