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칼럼]

필자가 인턴 생활할 때의 이야기다. 당시 팀장님은 추가 근무를 단호하게 거절하는 신입사원을 보고 이렇게 말했다. “쟤는 MZ라 상사가 야근을 하는데 뒤도 안 돌아보고 퇴근하나 봐”. 이 말을 들을 때마다 또 다른 MZ인 필자는 머리를 쥐어뜯고 싶은 심정이었다. ‘도대체 MZ가 존재하긴 하는 것인가? 존재한다면 무엇이길래 나를 이렇게 힘들게 한단 말인가?’

‘MZ’는 밀레니얼(Millennial) 세대와 Z세대를 함께 지칭하는 단어다. 지난 1980년대부터 1990년대 중반에 출생한 세대를 밀레니얼 세대라고 부른다. Z세대는 1990년대 중반부터 2010년대 초반에 출생한 세대를 뜻한다. MZ란 단어는 지난 1980년부터 2010년대 초반 출생 세대까지를 포괄한다. 40대와 10대가 한 세대인 셈이다. 과장급 직장인부터 대학생, 고등학생까지 모두 MZ 안에선 하나다.

그래서 필자에게 MZ는 현실과 동떨어진 단어처럼 느껴졌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0년 기준 MZ세대는 전체 인구의 32.5%를 차지한다. 총인구의 1/3이 같은 세대로 정의된다. 나이대의 범주가 넓다 보니 MZ세대가 공통으로 갖는 역사 문화적 경험은 희미하다. 그들의 경험은 같은 특성을 공유한 듯 보여도 조금씩 다르다. 예컨대 MZ세대 모두 디지털에 친숙하다. 디지털 격변기에 나고 자란 밀레니얼 세대는 성장기 이후 싸이월드(Cyworld)와 블로그(Blog) 등을 통해 디지털을 배웠다. 반면 Z세대는 태어날 때부터 디지털 기기에 둘러싸여 성장한 ‘디지털 네이티브(Digital Native)’다. 실제로 올해 한국리서치에서 시행한 세대 인식 조사 결과 밀레니얼 세대의 47%와 Z세대의 61%가 ‘MZ를 하나로 묶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라고 응답했다.

MZ가 필자에게 와닿지 않았던 또 다른 이유는 MZ 세대론으로 인해 청년을 둘러싼 다른 문제들이 경시되기 때문이다. MZ 세대론은 청년의 다양한 삶의 형태를 일반화한다. 이 왜곡된 인식은 청년 세대에 대한 진지한 분석과 담론을 어렵게 한다. 세대를 포괄적으로 범주화하면 세대 내 세부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을 내놓기 어려워진다. ‘플렉스(Flex)를 좋아하고 자기주장이 강한 MZ세대’란 사회 인식은 이미 보편화됐다. 그러나 사회는 청년 노동자 사고와 같은 문제를 상대적으로 외면한다.

세대 구분이 항상 나쁜 것은 아니다. 우리 자신을 이해하는 데 있어 효율적인 방법이고 일정 부분 도움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출생 연도만으로 세대를 구분 짓고 고정관념과 박약한 근거로 일반화하는 것은 위험하다. 기존의 세대 구분엔 분명한 한계가 있다. 표면적인 구분이 아닌 불안정한 청년 사회에 대한 깊은 분석과 고민을 포함한 세대 설명이 필요하다.

필자 또한 MZ란 단어에 갇혔던 적이 있다. 20대라면 플렉스를 해야 할 것 같은 강박에 원하지 않음에도 과소비를 했던 경험이다. 사회가 말하는 MZ와 필자는 다르단 걸 증명하기 위해 더 열심히 야근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MZ세대란 프레임에 갇히지 않기 위해 필자 자신을 또 다른 프레임에 집어넣은 것이다. 이제는 MZ란 프레임에서 벗어나 진정 자신이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또 원하지 않는 것은 무엇인지 묻고 싶다.

사회심리 19 박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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