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왜 이럴까?(Why am I like this?)’ 지난 4월 공개된 드라마 <하트스토퍼(Heartstopper)>의 주인공 ‘닉’이 자신의 성적 지향을 고민할 때 나오는 노래 가사다. <하트스토퍼>는 OTT 서비스(Service) 넷플릭스(Netflix)에서 공개된 직후 급상승 작품 1위를 차지했다. 과거엔 비주류로 여겨지던 ‘퀴어 콘텐츠(Queer Contents)’가 인기를 끈 이유는 무엇일까. 새로운 바람을 일으킨 퀴어 콘텐츠 중 드라마와 예능의 흐름을 짚어 봤다.

 

선명해진 우리 곁의 퀴어 
퀴어 콘텐츠는 성소수자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변화하며 제작되기 시작했다. ‘괴상한’ ‘기묘한’이란 뜻의 ‘퀴어(Queer)’는 1960년대부터 성소수자를 의미하는 단어로 사용됐다. ‘퀴어 콘텐츠(Queer Contents)’는 성소수자가 주체가 돼 성 정체성과 성적 지향을 고민하는 내용을 포괄한다. 한국콘텐츠학회에 따르면 국내에선 1990년대부터 ‘동성애’란 개념이 널리 사용됐다. 같은 년대 후반부턴 미디어에서도 동성애를 가시화하는 변화가 나타났다. 지난 1995년 방영된 MBC 드라마 <두 여자의 사랑>과 SBS 드라마 <째즈>는 국내 지상파 방송 중 최초로 동성 친구 간의 사랑을 묘사했다.

과거와 달리 동성애를 이야기의 중심 소재로 사용하는 콘텐츠가 증가하고 있다. 지난 2007년 방영한 MBC 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에서 주인공 ‘최한결’은 같은 남성인 줄 알았던 ‘고은찬’을 사랑해 자신의 성적 지향을 고민한다. 그러나 ‘고은찬’이 남장 여자임이 밝혀지며 해당 드라마는 이성애 드라마와 동일한 줄거리로 전개됐다. 지난 2010년 SBS에서 방영된 <인생은 아름다워>에선 대가족의 큰아들인 ‘태섭’의 커밍아웃(Coming Out)과 동성연애 장면이 방송됐다. 해당 드라마는 동성애 요소를 간접적으로 차용했던 과거 작품과 달리 성소수자를 전면에 드러내 변화된 양상을 보였다. 

실제 성소수자가 예능에 등장하기도 한다. OTT 서비스(Service) 웨이브(Wavve)는 게이 관찰 연애 예능인 <남의 연애>와 국내 최초 성소수자 연인 관찰 예능인 <메리 퀴어>를 제작했다. 두 방송은 지난 7월 16일(토) 기준 ‘웨이브 신규 유료 가입 경로 순위’에서 각각 1위와 2위를 기록했다. 이나현(경영 20) 학우는 “메리 퀴어에서 다양한 성소수자의 현실적인 연애를 볼 수 있어 흥미로웠다”고 말했다. 두 프로그램의 제작자인 임창혁 PD는 성소수자가 겪는 일상적인 차별과 평범한 사랑 이야기를 보여주고 싶었다며 제작 의도를 밝혔다. 

 

편견 타파와 재미, 두 마리 토끼를 잡다
퀴어 콘텐츠는 다양성을 추구하는 국제적 흐름을 따르고 있다. 유엔(United Nation, UN) 사회권위원회는 사회적 다양성을 존중하는 ‘차별금지법제’에 새로운 내용을 반영했다. 해당 법제엔 ‘성별 표현과 성특징을 이유로 차별하지 말아야 한다’는 문구가 명시됐다. 지난 2020년을 기준으로 전 세계 12개국이 ‘성적 지향’을 차별 금지 사유로 지정했다. 사회적 변화에 발맞춰 지난해 OTT 서비스 넷플릭스(Netflix)는 ‘다양성 및 포용 보고서’를 처음으로 제작했다. 해당 보고서는 넷플릭스에 발표된 작품 속 등장인물과 제작 인력의 인종, 성별, 성적 지향, 장애 여부 등을 조사했다. 조사 결과 성소수자가 주인공인 작품의 비율은 2.3%로 낮은 수치였다. 그러나 넷플릭스가 콘텐츠 다양성을 존중하고자 정보를 수집했단 것은 큰 의의를 지닌다.

OTT 서비스는 과열된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퀴어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다. 지난 1월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표한 ‘디지털전환시대 콘텐츠 이용 트렌드 연구’에 따르면 1인당 약 2.7개의 OTT 서비스를 구독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OTT 서비스가 발달한 시대엔 개인 맞춤형 콘텐츠를 제공하는 채널이 경쟁력을 갖춘다”며 “퀴어 콘텐츠처럼 소수가 향유하는 작품을 만들 수 있는 기반이 충분히 마련됐다”고 설명했다. 장민지 경남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는 “현재 시청자와 제작사 모두 소수의 취향을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퀴어 콘텐츠는 성소수자의 존재를 체감하게 한다. 성소수자들은 콘텐츠를 통해 자신과 같은 성소수자의 존재를 만날 수 있다. 장 교수는 “성소수자를 내세운 콘텐츠가 등장해 비슷한 고민을 가진 사람들이 연대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며 퀴어 예능의 의의를 설명했다. 비가시화됐던 성소수자가 미디어에 노출되며 혐오 담론이 두드러질 것이란 우려도 있다. 이 학우는 “퀴어 콘텐츠를 비난하는 댓글을 본 적 있다”고 말했다. 

퀴어 콘텐츠의 미래는 시청자와 제작자의 태도에 달렸다. 제작자는 재미와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 PC)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 성소수자를 둘러싼 편견을 타파하면서도 콘텐츠 자체의 흥미를 잃지 말아야 대중적인 작품이 될 수 있다. 장 교수는 “퀴어 콘텐츠가 상업적인 목적으로 제작된단 사실을 간과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장 교수는 “시청자는 작품 속 성소수자의 모습이 전부가 아님을 인지해야 한다”며 “제작자도 작품이 성소수자 인식에 미칠 영향력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작품에 대한 건강한 담론은 바람직한 콘텐츠가 생산될 수 있는 기반이다. 대중은 퀴어 콘텐츠의 화제성보단 작품성에 주목해야 한다. 유체라(독일언어문화 21) 학우는 “퀴어 콘텐츠만이 갖고 있는 독특한 연출이 좋아 기대되는 작품이 많다”며 콘텐츠를 향한 애정을 표현했다. 마음에 드는 ‘퀴어 콘텐츠(Queer Contents)’를 하나 골라 편하게 즐겨보는 건 어떨까.

 

참고문헌
정혜윤. (2014). 일반인의 성소수자 인식에 미디어가 미치는 영향. 국내석사학위논문 중앙대학교 대학원.
이진. (2013). 성소수자를 향한 한국 주류 미디어의 시선. 국내석사학위논문 고려대학교 대학원.
이혜미, 유승호. (2018). 문화콘텐츠의 인정 효과: 성소수자에 대한 인식변화를 중심으로(1920-2017). 한국콘텐츠학회논문지 18.7 : 84-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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