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월) 국립국어원 공식 트위터 계정에 ‘한글날 맞이 국립국어원 누리소통망 댓글 기념 행사’를 안내하는 글이 게시됐다. ‘여러분은 야민정음을 어떻게 생각하시나요?’란 질문으로 시작하는 해당 게시글은 누리꾼들의 거센 항의로 약 2시간 만에 삭제됐다.

국립국어원에선 ‘야민정음’을 ‘인터넷 게시판 따위에서 특정 음절을 비슷한 모양의 다른 음절로 바꿔 쓰는 것 또는 그런 방식’이라고 정의한다. ‘멍멍이’를 ‘댕댕이’, ‘귀여워’를 ’커여워’로 사용하는 것이 그 예다. 국립국어원이 시민들에게 언어 유행에 대한 의견을 묻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오히려 언어 사용자의 습관을 수집하는 건 해당 부처가 응당 해야만 하는 일이다. 세대를 거듭하면서 언어가 새롭게 창조됐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하는 건 언어의 역사성에 의한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국립국어원은 해당 게시글을 왜 삭제할 수밖에 없었을까. 이유는 ‘야민정음’의 어원에 있다. 네이버 국어사전은 ‘야민정음’의 ‘야’가 ‘野(들 야)’를 사용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야민정음은 ‘야구 갤러리’와 ‘훈민정음’이 합쳐진 단어로 ‘디시인사이드 국내야구 갤러리’에서 많이 쓰여 이름 붙여졌다. 누리꾼들은 공공기관이 특정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유행한 단어를 사용했단 사실에 반발했다. 또한 한글의 소중함을 기려야 할 한글날 기념 행사의 의미가 퇴색시켰단 점, 야민정음을 다른 단어로 대체하지 않았단 점을 지적했다.

공공기관은 올바른 언어를 사용해 시민들에게 발화 의도를 정확히 전달해야 한다. ‘야민정음’은 시민들 사이에서 분명 유행하고 있는 단어지만 공공언어를 사용해야 하는 국립국어원이 공표하기엔 적절치 못하다. ‘공공언어’란 공공기관에서 공공의 목적을 위해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쓰는 언어를 의미한다.

한 나라의 문화 수준은 그 사회 구성원들이 사용하는 문장의 수준으로 짐작할 수 있다. 따라서 공공기관은 시민들의 건전한 언어 습관 형성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국립국어원의 공식 SNS에 올라오는 글은 특정 커뮤니티를 표방하는 은어 없이 순화된 우리 말로만 구성돼야 하지 않을까. 더 바르고 정교한 언어로 사회 구성원 간의 화합을 도모하는 기관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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