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 배출량을 줄이고 흡수량은 늘려 순 탄소량을 ‘0’으로 만드는 탄소중립시대가 도래했다. 습지는 뛰어난 탄소 저장능력으로 탄소중립시대의 핵심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올해 환경부에선 ‘습지연구단’을 신설해 5년간 습지 확보에 전념할 계획이다. 김이형 한국습지학회 회장은 “습지가 늘어나면 인간이 생태계로부터 얻는 혜택도 확대된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습지의 의미와 가치를 알아보고 습지의 현재를 따라가 봤다.


우리 습지가 궁금해
국립생태원에 따르면 습지는 물이 흐르지 않고 고여 생성된 지역을 의미한다. 습지는 지구 면적의 약 2%에 불과하지만 전체 지구 생물의 40%가 서식한다. 김이형 한국습지학회 회장은 “물이 있는 곳엔 생태계가 자연스럽게 조성된다”며 “물에 젖어있는 땅은 모두 습지라고 부를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습지보전법’에 따라 전국에 총 29개의 습지보호지역을 지정하고 있다. 

습지는 크게 내륙습지, 연안습지, 인공습지로 분류된다. 내륙습지는 육지나 섬 안에 위치한 하천, 산지습지, 늪 등을 의미한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규모가 크고 오래된 우포늪이 내륙습지에 해당한다. 연안습지는 바다 주변에 형성된 습지로 우리나라에선 갯벌과 같은 뜻으로 쓰인다. 갈대 군락이 자리 잡은 순천만 갯벌과 동해안의 석호 송지호는 대표적인 연안습지다. 인공습지는 인위적으로 만들어지거나 인간에 의해 복원된 습지다. 이는 특정 지역의 생활 하수를 정화하는 역할을 한다. 시화호에 위치한 안산갈대습지는 우리나라 최초의 대규모 인공습지다.

우리나라엔 내륙습지와 연안습지가 발달했다. 해당 습지는 국토 약 10만제곱킬로미터 중 3000제곱킬로미터를 차지한다. 우리나라 내륙습지엔 하천형과 산지형이 있다. 강원도와 경상북도엔 퇴적층에 물이 고여 형성된 산지형 습지가 주로 분포한다. 삼면이 바다인 연안습지가 유독 발달한 우리나라의 서해안과 남해안에선 넓은 면적의 갯벌이 나타난다. 하류 경사가 완만하고 퇴적물이 잘 쌓이는 지리적 특성 때문이다. 동해안엔 해안선을 따라 자리한 석호가 대표적인 연안습지다.

 

지구의 휴식처가 되다  
습지는 ‘지구의 콩팥’이라 불릴 정도로 뛰어난 자정 능력을 지닌다. 습지에 사는 수생식물과 습지 미생물은 오염물질을 정화한다. 지난 2018년 환경부의 ‘습지 수질오염 저감 특성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수생식물과 습지 미생물은 습지에 유입된 오염물질을 약 50%까지 제거한다. 이들은 습지에 과도하게 쌓인 인과 같은 영양물질을 제거한다. 습지는 지구 탄소의 약 20%를 축적해 대기 중 탄소를 줄인다. *이탄습지에 사는 물이끼류는 연간 3억 7천만 톤의 이산화탄소를 저장한다. 

습지는 홍수와 가뭄을 조절하는 자연댐의 역할을 한다. 습지의 토양은 1제곱미터당 1.5톤의 물을 저장할 수 있다. 습지는 폭우 시 급격히 상승하는 수위를 조절한다. 토양에 저장된 물은 물이 부족한 시기에 방출된다. 댐이나 저수지, 관개시설을 줄이고 비교적 안정된 양으로 물을 유출해 생활용수로 이용된다. 김 회장은 “습지의 수생식물도 물의 흡수에 기여한다”며 “식물의 증발과 발산 기능이 대표적이다”고 설명했다. 

습지는 다양한 생명체가 번성하기에 적합하다. 지난 2018년 국립환경과학원에서 전국을 대표하는 5개의 습지보호지역을 조사한 결과 약 400개의 생물군이 서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멸종위기야생생물은 총 25개의 생물군이 발견됐다. 습지는 유기물이 풍부해 물가에 위치하는 정수식물과 물에 잠겨있는 침수식물에게 최적의 환경을 제공한다. 우리나라의 습지는 동아시아와 호주를 오가는 철새들에게 은신처와 먹이를 제공한다. 우리나라의 연안습지엔 겨울철에만 3백만마리의 철새가 오간다. 참수리, 흰갈매기, 큰고니가 대표적인 겨울 철새다. 습지는 다양한 해양 생물의 터전이기도 하다. 오대산엔 1급수에서만 번식하는 열목어와 3급수에 사는 잉어를 모두 발견할 수 있다.

 

▲(위) 밤섬에 서식하는 생태교란 식물 가시박을 제거한 모습이다.  (아래) 가시박으로 뒤덮인 모습이다. (사진제공=서울특별시 한강사업본부)
▲(위) 밤섬에 서식하는 생태교란 식물 가시박을 제거한 모습이다. (아래) 가시박으로 뒤덮인 모습이다. (사진제공=서울특별시 한강사업본부)

람사르협약, 자연을 되살리다
오늘날 습지는 생태교란종의 먹이사슬 파괴와 인간의 무분별한 개발로 훼손되고 있다. 덩굴식물인 가시박과 민물 어류인 큰입배스는 습지에 서식하는 대표적인 생태교란종이다. 가시박은 하루에 약 20cm씩 빠르게 성장해 주변 식물을 덮어 질식시킨다. 미국에서 유입된 큰입배스는 30cm까지 자라면 육식어종으로 변한다. 이들은 가시고기와 같은 우리나라 토종어류를 위협한다. 지난 2018년 국립습지센터에 따르면 훼손이 확인된 165곳의 습지 중 90%가 인간의 개척으로 사라졌다. 습지를 찾는 조류는 버려진 연줄이나 낚싯줄에 걸려 상처를 입기도 한다. 유정칠 경희대 생물학과 교수는 “지난해 3월엔 밤섬의 멸종위기종 참매가 연줄로 추정되는 명주실에 걸려 부상을 입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세계 각국은 람사르협약을 체결해 훼손돼가는 습지를 보전하고자 한다. 지난 1971년 이란의 람사르(Ramsar)에서 채택돼 람사르협약이란 이름이 붙었다. 람사르협약이 체결된 습지는 ‘습지관리제도’에 따라 보호되고 국제 협력의 대상이 된다. 협약에 따라 당사국은 보전, 현명한 이용, 국제 협력의 3가지 의무를 부담한다. 우리나라에 지정된 24곳의 람사르습지를 보호하기 위해 생태공원을 조성하고 철새보호협정을 체결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였다. 람사르습지는 생물다양성, 물새, 어류 등의 9가지 기준을 고려해 지정된다. 대부도 갯벌은 2만마리 이상의 물새를 보유해 람사르습지에 등록됐다. 일본의 신지코호는 고유어종 신지코문절망둑으로 람사르습지에 지정됐다. 

우포늪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규모의 람사르 습지다. 지난 1998년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등재됐다. 총면적 2500제곱킬로미터인 우포늪은 경상남도 창녕군의 3개의 면에 걸쳐 자리 잡고 있다. 노란부리저어새, 황조롱이, 황새는 우포늪을 찾는 대표적인 천연기념물이다. 지난 2019년 창녕군 따오기복원센터에서 관리하는 따오기가 우포늪에 방생되기도 했다. 지난해 5월부턴 야생에서 따오기를 만나볼 수 있다.

▲밤섬의 백로가 물가에서 쉬고 있다. (사진제공=서울특별시 한강사업본부)
▲밤섬의 백로가 물가에서 쉬고 있다. (사진제공=서울특별시 한강사업본부)

한강 북부에 위치한 밤섬은 지난 2012년 람사르습지로 등록됐다. 밤섬은 서울 도심 속 최대 철새도래지로 꼽힌다. 여름철엔 백로류가 집단 번식하고 늦가을부터 겨울까진 가마우지, 황조롱이와 같은 조류를 발견할 수 있다. 밤섬엔 2급수 이상의 맑은 물에서만 사는 피라미, 서울시 보호어종인 강주걱양태가 살고 있다. 서울시 보호종인 긴병꽃풀과 국립수목원 지정 특산식물인 능수버들, 키버들도 서식해 밤섬의 다채로운 식물군을 유지시킨다. 밤섬은 36년간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아 생태적 보존 가치가 더욱 크다. 유 교수는 “밤섬의 식물 분포를 고려한 관리 계획을 수립해 특색을 보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람사르협약에 가입된 172개 국가는 습지를 보호하기 위해 마음을 모았다. 람사르협약은 습지 환경 보호하는 목적을 비롯해 현명한 습지 이용을 목표로 한다. 우리가 누리는 혜택을 미래 세대와 공유하기 위해선 습지 보호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 하나의 생태계를 공유하는 전 인류가 공동으로 노력하면 지구 환경을 수호할 수 있다. 습지의 건강한 내일을 위한 길에 관심을 가지는 건 어떨까.

 

*이탄습지: 미생물 분해되지 않는 생물이 쌓여 일반 습지보다 많은 탄소를 흡수하는 습지를 의미함

 

참고문헌

(주)한국습지학회, 「습지학」, (주)라이프사이언스, 2016.

강병국, 「우포늪 : 원시의 자연습지 그 생태보고서」, 지성사,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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