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경하는 여성이라면 월경 전 증후군으로 신경이 곤두서거나 부종으로 불편을 겪었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월경용품으로 질염이나 외음부 통증을 호소하는 경우도 있다. 여기 이러한 고민을 함께하는 월경용품 기업 '듀이랩스(Dewey Labs)'가 있다. 스스로를 ‘페미닌 헬스케어 스타트업(Feminine healthcare startup)’이라고 소개하는 임지원 듀이랩스 대표가 추구하는 가치는 무엇일까.


발로 뛰며 발견한 월경용품의 사각지대
임지원 ‘듀이랩스(Dewey Labs)’ 대표는 대학 시절부터 여성 장애인을 위한 월경용품에 관심을 가졌다. 중앙대에서 산업디자인을 전공한 임 대표는 "학부 공부 덕에 제품 기획은 익숙했어요"라며 "동기와 함께 세상에 필요한 물건을 고민하다 월경용품을 떠올렸죠"라고 창업을 준비했던 당시를 회고했다. 그는 친구와 함께 시중에 판매되는 월경용품은 장애 여성이 사용하기엔 어려울 것이란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발달 장애인은 정혈대를 주기적으로 교체하거나 속옷에 세로로 부착해야 한단 개념을 인지하기 어려울 수 있어요"라고 설명했다. 그는 "발달 장애인에겐 정혈대 날개 부분의 스티커가 지나치게 작아 조작하기 번거롭죠"라고 덧붙였다.

대학 시절 임 대표는 방학 동안 복지관을 찾아가 장애 여성의 월경 경험을 직접 들었다. 그와 대화를 나눈 이들 모두 ‘월경용품 사용이 불편했다’고 답했다. 그는 “장애 여성과 보호자들이 기성 월경용품의 대체재가 없어 불편함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었어요”라고 회상했다. 그는 인터뷰 현장에서 월경용품 시장에 약자를 위한 제품이 부족하단 것을 깊이 체감했다. 그는  "한 명이라도 그들의 불편에 공감한다면 문제가 빨리 해결될 거라 믿었어요”라며 월경용품 연구를 시작한 계기를 설명했다.

임 대표는 금전적 문제보다 월경용품 사업을 통한 선한 영향력을 더 중요하게 생각했다. 그는 졸업 이후 본격적으로 사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자금 부족이란 어려움을 겪었다. 임 대표는 "시제품 하나를 제작하는 데에도 돈이 너무 많이 들었어요"라며 “정부지원사업을 비롯한 여러 공모전에 출품해 월경용품 제작비를 지원 받을 수 있었죠"라고 말했다. 그는 매일유업이 매년 두 번씩 공장을 중단하고 희귀병을 앓는 아이들을 위한 특수 분유를 제작하는 사례를 언급했다. "듀이랩스도 매일유업처럼 사회적 약자를 위해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기업으로 만들고 싶었어요"라고 반추했다.

▲‘듀이랩스(Dewey Labs)’의 ‘포이컵(Poicup)’이 착용된 위치를 나타낸 그림이다. (사진제공=듀이랩스)
▲‘듀이랩스(Dewey Labs)’의 ‘포이컵(Poicup)’이 착용된 위치를 나타낸 그림이다. (사진제공=듀이랩스)

 

여성의 편의성 강조한 ‘포이컵’ 제작기
임 대표는 삽입형 월경용품 중에서도 '월경컵'에 주목했다. 월경컵은 질 내부에 삽입해 정혈을 받는 데 사용되는 종 모양의 도구다. 지난 2017년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월경컵 '페미사이클(Femmycycle)'의 사용을 처음으로 허가했다. 국내에 도입된 지 5년이 지났지만 삽입형 월경용품은 우리나라 여성들에게 아직 낯설다. 그는 "우리나라엔 여성기에 월경용품을 삽입한단 것에 거부감을 가진 사람들이 많아요"라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 2017년 ‘정혈대 유해물질 파동’을 지켜보며 월경용품에 더욱 관심을 갖게 됐다. 해당 사건으로 당시 시중에 판매되던 몇몇 정혈대에서 발암물질이 검출됐단 사실이 알려졌다. 그는 “유해물질이 검출된 정혈대 외의 다른 제품을 선뜻 선택하지 못한단 사실이 안타까웠어요”라고 월경컵 개발 계기를 설명했다.

지난 2021년 출시된 ‘포이컵(Poicup)’은 원반 모양의 '월경디스크(Menstrual disc)'다. 일반적인 월경컵은 종 모양이다. 그러나 포이컵은 납작한 형태와 가로로 밀어넣는 착용 방식이  플로피 디스크(Floppy disc)’와 비슷해 월경디스크라고 불린다. 임 대표는 "고객들이 종 모양이 아닌 새로운 형태의 월경컵을 필요로 할 거란 생각이 들었어요"라고 말했다. 현재 시중에 판매되는 대부분의 월경컵은 질 통로에 착용해야 한다. 그러나 월경디스크는 상대적으로 신경의 분포가 적은 질 천장부에 삽입해 이물감이 덜하다. 윗 부분을 살짝 누르기만 해도 부드럽게 질 내부로 넣을 수 있어 초심자에게도 부담이 적다. 그는 "포이컵을 만들 때 착용감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어요"라며 "여성이 월경으로부터 방해받지 않고 본인의 일과 삶에 집중하길 원했죠"라고 강조했다.

임 대표는 월경컵 제작 외에도 여성을 위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듀이랩스는 자사 홈페이지에서 ‘포이컵 사용자 공유 게시판’을 운영한다. 해당 게시판엔 포이컵 실사용자들의 후기가 가감 없이 담겨있다. 임 표는 "다양한 환경에 놓인 사람들에게 월경에 관한 이야기를 직접 들어봐야 해요"라며 "제품 개발에도, 우리 브랜드를 고객들에게 공고히 각인시키는 데에도 도움이 되는 작업이죠"라고 설명했다. 임 대표가 기획한 '듀이가 만난 사람들(이하 듀만사)'은 여성의 다양한 월경 경험을 글로 담아내는 프로젝트다. 해당 프로젝트는 모든 여성에게 알맞은 월경용품을 제작하겠단 포부를 담고 있다.


여성의, 여성을 위한, 여성에 의한 기업
고객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태도는 그가 추구하는 기업 가치 중 하나다. 임 대표는 ‘100명의 여성이 있다면 100가지의 월경 경험이 존재한다'라는 신조를 고수한다. 그는 월경용품을 사용해본 고객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인다. 임 대표는 듀이랩스 개발자들의 사용 경험을 토대로 포이컵 사용법을 상세하게 설명한 ‘포이컵 사용가이드’를 마련했다. 해당 안내문엔 월경디스크 착용부터 제거, 세척까지의 과정이 모두 그림으로 설명돼있어 사용자가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임 대표는 "처음엔 사람마다 질의 모양, 외음부부터 자궁 경부까지의 길이가 모두 달라 월경컵 제작을 시도하기 두려웠어요"라면서도 "구매한 고객들이 포이컵을 쓰길 잘했단 얘기를 해주실 때마다 짜릿했어요"라고 뿌듯했던 경험을 덧붙이기도 했다. 고객과 교류하려는 임 대표의 노력으로 듀이랩스는 지난 2019년 독일국제발명박람회 'iENA'에서 금상을, 지난 2020년 여성창업경진대회에서 특별상을 수상했다. 

임 대표는 제품을 개발할 때 여성의 편의를 가장 우선순위에 둔다. 현재 그는 '1O8(One-o-eight, 이하 원오에잇)' 개발에 착수하고 있다. 해당 제품은 탐폰(Tampon) 형태의 일회용 월경컵이다. 원오에잇을 질 내부에 삽입하면 내장된 컵이 자동으로 펴진다. 컵이 안전하게 자리 잡을 때까지 손가락을 집어넣지 않아도 돼 편리하다. 그는 “원오에잇은 매달 열탕 소독할 필요 없이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어요”라면서도 “의료용 실리콘의 단가가 높아 아직 개발 중이에요”라고 설명했다. 그는 과거 기획했던 장애 여성을 위한 정혈대 또한 계속 연구하고 있다. 해당 정혈대는 여러 장이 겹친 형태로 발달장애 여성이 한 장씩 떼어내며 사용할 수 있단 장점이 있다.

듀이랩스의 활동으로 임 대표는 사각지대에 있던 월경용품 시장이 확대되길 바라고 있다. 그는 “듀이랩스는 여성을 위해 헌신하는 기업이에요”라며 “월경용품에 국한되지 않고 여성의 삶을 향상할 수 있다면 뭐든 기획할 생각이죠”라고 강조했다. 임 대표는 지난 5월 28일(토) 세계 월경의 날을 맞아 본교와 업무 제휴를 맺기도 했다. 해당 제휴를 통해 본교 학우들은 포이컵 할인과 공동 구매 등의 혜택을 받았다. 그는 “여성대학 재학생들이 듀이랩스가 추구하는 여성주의적 가치에 많이 공감해 구매율이 높은 편이에요”라고 설명했다.


'제품이 사람에게 맞춰야지 사람이 제품에 맞춰져선 안 된다'. 임지원 ‘듀이랩스(Dewey Labs)’ 대표가 본지와의 인터뷰 중 한 말이다. 그는 본교 학우들에게 “자신이 진정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일에 시간을 투자하길 권해요”라며 “포이컵(Poicup)이 출시된 것처럼 막연하게만 느껴지는 일도 언젠가 형태가 생겨날 거예요”라고 긍정했다. 임 대표의 말처럼 옳다고 믿는 일이 있다면 일단 시도해보는 건 어떨까.
 

▲임지원 ‘듀이랩스(Dewey Labs)’ 대표가 자사 제품 ‘포이컵(Poicup)’을 소개하고 있다.
▲임지원 ‘듀이랩스(Dewey Labs)’ 대표가 자사 제품 ‘포이컵(Poicup)’을 소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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