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해진 시간에 맞춰 저절로 암막 커튼이 걷힌다. TV를 켜면 즐겨보는 채널이 자동으로 나온다. 더 나아가 인공지능이 사용자가 좋아할 만한 프로그램을 추천한다. 스마트폰을 이용해 잊고 나온 거실 불을 간단히 끄고 켤 수 있다. 당장이라도 실현 가능한 ‘스마트홈(Smart Home)’의 모습이다. 


과학, 집을 이루다
‘스마트홈’은 주거지에 결합된 다양한 정보 통신 시스템을 말한다. 영어로 ‘똑똑한 집’이란 의미를 가진 스마트홈엔 도어락, 초인종부터 인공지능 스피커, 스마트 냉장고가 활용된다. 박재성 한국스마트홈협회 부장은 “네트워크 기술이 2000년대부터 빠르게 발전하면서 각기 작동하던 가전기기들이 연결됐다"며 “생활을 편리하게 해준단 인식이 확산하면서 최근 스마트홈에 대한 관심이 더욱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스마트홈은 ▶사물인터넷 기기(Internet of Things, 이하 IoT 기기) ▶유·무선 네트워크 ▶사용자 인터페이스(Interface) ▶플랫폼(Platform)으로 구성된다. IoT 기기는 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외부로 공유할 수 있는 기계장치를 말한다. IoT 기기가 수집한 사용자의 생활패턴, 선호도와 같은 정보는 플랫폼을 거쳐 다른 IoT 기기와 공유된다. 플랫폼은 U+, 구글(Google) 클라우드(Cloud)처럼 정보가 공유되는 장을 의미한다. IoT 기기들과 플랫폼을 연결하는데 유·무선 네트워크가 활용된다. 정보가 수집되고 공유되는 모든 과정은 스마트폰, 인공지능 스피커와 같은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통해 제어된다. 스마트 냉난방을 예로 들 수 있다. 사용자가 외출하면 IoT 기기인 도어락이 데이터를 수집한다. 수집된 데이터는 유·무선 네트워크를 통해 플랫폼에서 또 다른 IoT 기기인 에어컨으로 전달된다. 에어컨은 전달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자동으로 실내 온도를 조정한다. 사용자는 이 모든 과정을 스마트폰과 같은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통해 제어할 수 있다.

우리는 스마트홈을 통해 다양한 편익을 얻을 수 있다. 지난 2018년 한국스마트홈협회의 조사에 따르면 ‘스마트홈 사용 이유’로 ‘생활 편의 향상’이 1위(62.9%)에 뽑혔다. 또한 사용자는 스마트홈을 통해 조명, 온도를 적절히 유지하고 에너지 낭비를 줄일 수 있다. 지난 2018년 출시된 에어컨은 센서를 통해 최근 2주간의 사용자 위치정보를 수집한다. 수집한 정보를 바탕으로 사용자가 자주 머무르는 주요 생활영역에 집중적으로 작동한다. 이는 실내 전체에 냉방을 공급하는 경우보다 최대 20.5%의 에너지가 절약된다.

 

더 똑똑해지는 우리집
IoT 기기는 플랫폼으로 수집한 정보를 상호공유하기 때문에 보안이 취약하다. 하나의 기기만 해킹해도 전체 플랫폼에 접속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엔 서울의 아파트 800여 세대의 월패드가 해킹됐다. 아파트 벽에 설치돼 도어락, 전화, 현관 CCTV의 역할을 수행하는 월패드의 영상 목록이 공개됐다. 윤재석 순천향대학교 사물인터넷학과 교수는 “스마트홈 사용자는 기기의 보안 유지를 위해 더 많은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미래의 스마트홈에선 타 기종 간 플랫폼 연결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스마트홈 산업을 주도하는 기업은 자회사 기기만 사용 가능한 플랫폼을 제공한다. 구글 스피커와 LG의 스마트 에어컨이 연결되지 않는 것이 그 예다. 윤 교수는 “지금은 소비자가 최초 선택한 플랫폼에 따라 사용할 수 있는 기기가 제한된다”며 “일부 대기업이 시장을 분할하는 파편화 문제가 야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서로 다른 플랫폼 간 데이터 공유를 지원하는 ‘인터워킹 프록시(Interworking Proxy)’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앞으로 스마트홈 기기는 더욱 복잡한 기능을 수행할 전망이다. 이를 위해 ‘임베디드 소프트웨어(Embedded Software)’가 연구되고 있다. 임베디드 소프트웨어는 단순한 기기가 PC 수준의 복잡한 명령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장치를 뜻한다. 엠베디드 소프트웨어가 설치된 자동차는 운전뿐만 아니라 차량 내 온도 제어, 내비게이션, 오락 등의 기능을 구현할 수 있다.


한 가정 내에서 작동하던 스마트홈은 오늘날 아파트 단지 수준으로 그 규모가 커지고있다. 지난 1월 부산엔 주거공간과 공공시설 전체에 스마트홈 기술을 적용한 스마트빌리지가 들어섰다. 스마트빌리지는 시설 정보, 거주자 건강 정보를 수집해 이를 관할 주민센터와도 공유할 예정이다. 시, 도 단위로 커져갈 스마트홈의 성장에 한발 앞서 동참해보는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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