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즈가 뭐죠?(What is jazz?)” 지난 1976년 미국의 그래미(Grammy) 시상식에서 재즈 가수 멜 토메(Mel Torme)가 엘라 피츠제럴드(Ella Fitzgerald)에게 한 말이다. 해당 물음에 엘라 피츠제럴드는 스캣(Scat)으로 화답했다. 스캣은 멜로디에 ‘슈비두와’ ‘다바디와’ 같은 단어를 붙여 노래하는 재즈의 한 창법이다. 이처럼 자유롭게 선율을 만드는 재즈(Jazz)가 우리나라에 상륙한 지 올해로 약 100년이 됐다. 그러나 재즈는 아직 대중에게 ‘까다로운 마니아의 장르’로 인식된다. 김지영(앙트러프러너십 21) 학우는 “재즈는 다른 장르보다 대중적이지 않다고 느껴 잘 찾지 않게 된다”고 말했다. 재즈는 정말 감상하기 어려운 장르일까. 재즈의 역사를 돌아보며 그 답을 찾아보자.

 

예측불허 ‘즉흥의 음악’
재즈는 20세기 초 다양한 인종이 모인 미국 뉴올리언스(New Orleans) 지역에서 탄생한 장르다. 재즈는 뉴올리언스에서 거주하던 흑인과 혼혈인종 크레올(Creole)이 교류하며 만들어졌다. 당시 흑인과 크레올이 향유하던 ‘래그타임(Ragtime)’과 ‘블루스(Blues)’가 재즈에 영향을 줬다. 래그타임은 피아노를 활용한 음악의 한 장르로 재즈와 유사한 엇박 연주법을 구사한다. 블루스의 연주자는 특정 음을 의도적으로 낮게 연주해 음악의 긴장을 유도한다. 재즈 연주를 구성하는 트럼펫, 트롬본은 크레올이 자주 활용하던 악기다. 이후 재즈는 ▶스윙재즈(Swing Jazz) ▶비밥(Be Bop) ▶쿨재즈(Cool Jazz) ▶보사노바(Bossa nova) ▶퓨전재즈(Fusion Jazz) 등 하위장르로 나뉘며 발전했다.

재즈의 대표적 특징인 즉흥성에선 ‘무질서 속의 질서’를 엿볼 수 있다. 연주자들은 곡에 어울리는 선율을 매번 다르게 표현한다. 재즈 공연에선 피아노, 드럼, 색소폰, 트럼펫 등의 즉흥독주가 펼쳐진다. 임원빈 재즈 클럽 ‘천년동안도’ 대표는 “재즈 연주자들은 무대 위에서 즉석으로 작곡과 편곡을 한다”며 “어떤 악기부터 독주를 시작할지 모르기 때문에 연주의 흐름이 매번 달라진다”고 말했다. 무질서해 보이는 즉흥연주에도 나름의 규칙이 있다. 강재훈 재즈피아니스트는 “연주자들은 합의 하에 정해진 마디 안에서 즉흥연주를 한다”고 설명했다.

재즈의 특징인 당김음과 프레이징(Phrasing)은 청자에게 듣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당김음과 프레이징은 ‘재즈풍 음악’을 완성하는 요소다. 당김음은 기존의 박자에서 벗어난 소리를 내 청자에게 신선한 자극을 준다. 프레이징은 음악의 박자를 불규칙하게 쪼개는 연주법이다. 연주자가 프레이징을 활용하면 예상치 못한 부분에서 노래가 시작하거나 멈춰 음악에 긴장감이 더해진다. 

 

K-재즈 연대기
재즈는 1920년대부터 우리나라에 전파되기 시작했다. 유학생 백명곤은 당시 유행하던 재즈를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들여왔다. 그는 우리나라 최초의 재즈 밴드 ‘코리안재즈밴드’를 만들어 지난 1926년 첫 공연을 펼쳤다. 1930년대에 들어 재즈는 점차 대중화됐다. 최초의 재즈 전문 가수 복혜숙은 지난 1930년 ‘종로행진곡’ ‘그대그립다’를 발표했다. 최초의 재즈 평론가 홍난파는 지난 1938년 발표한 글에서 ‘재즈가 신예술의 형태로 음악의 한 분야를 점유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우리나라의 재즈는 일제강점기였던 1940년대부터 흥망성쇠를 거듭했다. 지난 1939년 제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자 일본은 적대국인 서양에서 유래한 재즈를 금지곡으로 지정했다. 이에 우리나라의 재즈는 해방 후에야 전성기를 맞이할 수 있었다. 지난 1945년부터 주한미군 제8군을 대상으로 재즈 공연 ‘미 8군 쇼’가 정기적으로 열렸다. 성황리에 진행된 해당 공연은 재즈 음악가들의 중요한 생계 수단으로 급부상했다. 그러나 1960년대 중반 베트남 전쟁으로 주한미군의 수가 줄어들며 재즈는 암흑기에 들어섰다. 팝과 록 장르의 인기가 높아진 점도 한몫했다. 당대 음반 회사는 재즈 음반의 상업성이 낮다고 판단했다. 이에 그들은 음악가들에게 재즈 음반에 가요 곡을 넣는 ‘끼워팔기’를 요구하기도 했다.

재즈의 인지도는 지난 1988년 서울 올림픽 이후 다시 높아졌다. 올림픽을 계기로 해외 문화가 다수 유입됐고 외국 재즈 음악가들의 내한 공연이 성행했다. 지난 1990년 재즈 가수 레이 찰스(Ray Charles Robinson)와 기타리스트 비비 킹(Riley B. King)의 무대는 국내 재즈 공연 최초로 전석 매진을 기록하기도 했다. 또한 지난 1999년 ‘식품위생법’이 개정돼 간단한 음식과 함께 재즈를 즐기는 문화가 정착됐다. 해당 개정으로 클럽이나 바(Bar)에서의 재즈 연주가 합법화됐다. 임 대표는 “법 개정 전엔 2인 이상의 연주자가 음식점에서 공연할 수 없었다”며 “이에 부당함을 느껴 헌법소원을 제기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헌법소원이 받아들여져 음악가들이 연주할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났다”고 덧붙였다. 

 

▲공연이 진행되고 있는 재즈 바 ‘부기우기’의 모습이다.
▲공연이 진행되고 있는 재즈 바 ‘부기우기’의 모습이다.

 

재즈와 친해지고 싶은 당신에게
재즈를 쉽게 즐기기 위해선 먼저 그 선율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전문가들은 식당, 카페의 배경음악으로 자주 쓰이는 재즈에 온전히 집중해보길 권한다. 류희성 재즈 잡지 ‘재즈피플’ 기자는 “재즈를 단순한 배경음악이 아닌 하나의 감상 대상으로 존중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한 재즈 산업 종사자들은 재즈가 ‘어려운 장르’란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슬로우제이 재즈 바 ‘부기우기’ 운영자는 “부기우기에선 재즈의 문턱을 낮추기 위해 입장료를 따로 받지 않는다”고 말했다. 부기우기의 관객은 공연을 관람한 뒤 원하는 만큼 돈을 낼 수 있다.

재즈를 접하고 싶은 이들은 라이브 연주가 펼쳐지는 재즈 클럽과 축제에 방문하면 된다. 재즈 바 부기우기에선 다양한 재즈 장르를 포함한 연주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부기우기에서 재즈 공연을 관람한 경험이 있는 전지우(문헌정보 21) 학우는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연주자에게 호응하며 해방감을 느꼈다”고 소감을 말했다. 우리나라에선 지난 1992년 개최된 ‘제1회 대한민국 재즈 페스티벌’을 시작으로 여러 재즈 축제가 진행되고 있다. 지난 27일(금)부터 29일(일)엔 오프라인 ‘서울 재즈 페스티벌’이 3년 만에 재개됐다. 강 피아니스트는 “앞으로 재즈 라이브 공연이 더 늘어났으면 한다”며 “음악가와 관객이 자주 만나 소통한다면 우리나라 재즈가 오래 사랑받을 수 있을 것이다”고 얘기했다. 

 

지난해 개봉한 영화 <소울>엔 ‘재즈한다(Jazzing)’란 대사가 나온다. 해당 대사는 일상 속 사소한 변화를 포착하고 즐기란 메시지를 준다. 작은 변주로 채워진 재즈는 우리의 일상과 맞닿아 있다. 재즈가 어려운 음악이란 편견은 잠시 내려놓고 ‘즉흥적으로’ 재즈 클럽이나 바에 방문해보자. 알고 있던 음악이 새롭게 들리는 순간 재즈의 매력은 배가 될 것이다.

 

참고문헌
정호분. (2002). 재즈의 역사와 음악적 특성. 건국대학교.
박형근. (2015). 한국 재즈의 현황과 국내 정착방안 연구. 성균관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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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미. (2021). 재즈 보컬 스캣 솔로와 기악 솔로의 비교 분석: 리듬 프레이징 중심으로. 추계예술대학교
박성건, 「한국 재즈 100년사」, 이리, 2016
테드 지오이아, 「재즈를 읽다」, 시그마북스, 2017
세실리아, 「재즈 가이드」, 동락,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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