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학기가 시작된 지 한 달이 된 지금 우린 학기 초 만든 루틴(Routine)을 얼마나 실천했을까. *MZ세대의 루틴은 자기 계발을 위해 계획을 세우는 행위를 의미한다. 이들은 매일 정해진 루틴을 지키고 타인과 목표를 공유하며 서로를 격려한다. 삶에 사소하지만 확실한 변화를 주는 루틴 문화는 이상적인 삶을 위한 방법으로 떠오르고 있다.

 

MZ세대를 깨운 ‘루틴’
MZ세대의 루틴(Routine) 문화는 새로운 자기 계발 트렌드가 됐다. MZ세대 소비자를 집중 연구하는 대학내일20대연구소의 ‘MZ세대의 여가 생활과 자기개발 트렌드’ 연구에 따르면 전체 참가자 900명 중 약 77%가 루틴을 실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대 소비트렌드 분석센터는 지난해 10월 「트렌드 코리아 2022」를 출간했다. 해당 도서는 올해의 키워드(Keyword) 중 하나로 루틴을 실천하는 사람을 의미하는 ‘바른생활 루틴이’를 선정했다. 

MZ세대는 새벽 시간을 활용해 루틴을 만들기도 한다. 오전 6시 전 기상하는 ‘미라클 모닝(Miracle Morning)’은 지난 2016년 동기부여 전문가 할 엘로드(Hal Elrod)가 출간한 동명의 도서에서 유래했다. 코로나19로 일상이 정체된 지난 2020년 출간된 지 4년 만에 다시 화제가 된 「미라클모닝」은 지금까지 MZ세대에게 큰 영향을 주고 있다. MZ세대는 새벽 시간에 공부, 물 섭취, 침구 정리 등 다양한 루틴을 실천하고 있다. 박서연(수학 21) 학우는 “시간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오전 6시에 기상한다”며 “오전 7시 30분까지 외출 준비를 마치고 등교하니 불필요하게 소모하는 시간이 적어졌다”고 미라클 모닝의 효과를 소개했다.

루틴 형성 앱(App)과 SNS는 루틴 문화가 활성화되는 창구다. MZ세대는 비슷한 목표를 가진 타인과 각자의 루틴을 공유하며 실천을 독려한다. 가입자 간 루틴을 공유하고 공감을 표시하는 자기 계발 앱 ‘그로우(Grow)’는 지난해 출시 1년 만에 누적 다운로드 수 33만을 돌파했다. 신지연 대학내일20대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커뮤니티형 루틴 앱에선 유사한 목표를 가진 사람의 루틴을 보며 자극을 받고 연대감을 느낄 수 있다”고 설명했다. MZ세대는 각종 SNS에 루틴 실천 모습을 담은 ‘챌린지 영상’을 게시하며 타인과 성취 과정을 공유한다. 지난해 한국체육학회지는 운동 챌린지 참가자들을 조사한 연구에서 SNS에 루틴을 공유하면 목표 성취에 도움이 된다고 발표했다. 윤서빈(컴퓨터과학 22) 학우는 “사람들이 앱이나 SNS에 루틴을 공유하며 목표를 이룬 경우를 봤다”고 말했다. 

앱으로 수치화된 목표 달성률은 루틴 형성에 도움을 준다. 루틴 앱 ‘챌린저스(Challengers)’의 사용자들은 목표 달성률에 따라 초반 지불한 참가비를 차등 환급받는다. 목표를 100% 달성해 루틴 형성에 성공하면 전액을 환불받을 수 있다. 본교 서용구 경영학부 교수는 “달성률을 확인할 수 있는 앱을 이용하면 사소한 루틴에도 성취감을 느낄 수 있다”며 “성취감을 느낀 사용자들은 앱에 더 오래 머물며 루틴을 이어간다”고 설명했다.

후회 없는 내일을 위해
MZ세대는 루틴을 통해 얻는 성취감으로 어려움을 극복하기도 한다. 지난달엔 대졸자 취업률이 11년 만에 역대 최저인 60.6%를 기록했다. 서 교수는 “일자리를 얻지 못하고 있는 현대의 청년 세대는 규칙적인 생활이 어렵다”고 말했다. 신 연구원은 “MZ세대에겐 루틴을 실천하는 과정 자체가 중요하다”며 “사소한 목표만 실천해도 심리적 안도감과 자기효능감을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욜로(YOLO)를 추구하던 청년들은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 루틴 문화를 택했다. 한 번뿐인 인생을 즐기잔 의미의 ‘욜로’를 통해 청년들은 미래보다 현재의 쾌락을 우선에 뒀다. 그러나 MZ세대는 이제 루틴을 통해 자기 계발을 도모한다. 신 연구원은 “욜로 열풍의 ‘오늘’은 후회 없이 즐겨야 하는 순간이었다”며 “코로나19 이후 ‘오늘’은 알 수 없는 내일을 대비하기 위해 자신을 가꾸는 순간이다”고 설명했다. 양흠석(경제 18) 학우는 “이전엔 휴식을 중요시했지만 사람들이 점차 자기 계발을 중요시해 루틴 문화가 유행한 것 같다”며 “실제 자기 계발을 시작한 사람이 많아졌다”고 얘기했다.

자기계발을 위해 마련된 루틴은 강박으로 변질할 위험이 있다. 코로나19 이후 무기력을 극복하기 위해 루틴을 실천한 경우가 늘었다. 신 연구원은 “불안정한 외부 상황 때문에 일상에 규칙을 세워 자신을 통제하려는 경향이 나타났다”고 말했다. 통제에 초점이 맞춰진 루틴은 본래 목적인 ‘내가 원하는 일을 하기’를 잊게 한다. 반유진(영어영문 20) 학우는 “루틴 문화는 새로운 삶의 기준을 만들어 냈다”며 “성취에 얽매이기보다 실천 가능한 선에서 루틴을 만들면 좋겠다”고 말했다.

 

MZ세대의 루틴은 일상의 새로운 활력이 된다. 루틴을 달성하며 느낀 성취감은 자기 계발의 밑거름이 되기도 한다. 윤서빈(컴퓨터과학 22) 학우는 “친구들이 미라클 모닝을 통해 긍정적인 태도로 하루를 시작하고 있다”며 “루틴을 실천하면서 삶을 대하는 마음가짐도 바뀌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올 한 해 지켜나갈 루틴을 하나 정해보는 것은 어떨까. 작은 목표부터 이루다 보면 어느 순간 ‘내가 원하는 일’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MZ세대: 1980년대 초에서 2000년대 초 사이에 태어난 밀레니얼(Millennial) 세대와 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초 사이에 태어난 Z세대를 통칭하는 말임.

참고문헌
김유식, 이솔잎, 박세혁. (2021). 홈트 챌린지 참여자의 사회적지지가 성취목표성향 및 운동지속의도에 미치는 영향. 한국체육학회지, 60(5), 391-401.

저작권자 © 숙대신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