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어른들은 모르는 고딩엄빠’ 프로그램은 방영 전부터 논란이 끊이질 않았다. 해당 프로그램은 미성년 부모의 일상을 보여주며 ‘미성년의 임신’을 다룬다. ‘미성년 성관계’ 가 금기시 되는 우리나라에서 프로그램의 논란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프로그램 제목엔 두 세대가 등장한다. ‘고딩엄빠’로 소개되지만 고등학교에 다니지 않는 미성년들과 ‘어른들’이다. 아무것도 모른다는 어른들은 고딩엄빠에게 어떤 말을 하고 있을까. 

방송 초반 진행자는 프로그램 취지를 밝혔다. ‘고딩엄빠의 행동을 지지하고 정당화하려는 것이 아니다’란 간단한 말 한마디로 어른들은 방송의 책임을 회피했다. 이후 어른들은 고딩엄빠들의 모든 것을 보여준다. 폭력적인 남편을 만나 23살에 미혼모가 된 엄마를 둔 한 미성년자. 과거 그가 날카로운 물건으로 목을 그은 장면이 자세하게 재연된다. 자해 흔적과 정신병원에 두 건의 입원 내역 또한 모두 공개된다. 그들의 행동을 지지해 줄 생각이 없는 어른들 앞에서 아무것도 모르는 미성년들은 자신의 모든 것을 내보였다.

한 전문가는 청년기 때 배우자를 잘 만나면 지난 상처가 치유될 수 있다는 조언을 전한다. 고등학생 시절 가정 불화로 힘들어하는 친구에게 “너와 잘 맞는 남자친구를 사귀어봐” “남편을 만들면 상처가 나을 거야”라며 위로한 적이 있는가. 자아 형성과 성적 성숙이 이뤄지는 청년에게 과연 누가 배우자를 만나는 것이 옳은 일이라 조언할까. 

PD는 한 인터뷰를 통해 ‘고딩엄빠는 자신의 선택에 책임을 다하는 당당한 사회의 구성원이다’고 전했다. 부모의 책임을 논하기 전에 어른의 책임을 살펴보는 건 어떨까. 제작진은 무수한 악플이 도배되는 인터넷에 미성년 부모와 아이의 얼굴 및 실명을 모두 공개했다. 아이 양육에 관한 모 프로그램은 ‘금쪽이’로 아이 실명을 대체한다. 이후에 자라날 아이가 겪을 아픔을 최소화하기 위한 장치다. 그러나 해당 프로그램 속 어른들은 어떠한 보호장치도 마련하지 않았다.

고딩엄빠들이 나서기에 아직 이 사회는 냉혈하다. 차가운 사회의 시선을 뚫고 나가려는 그들의 모습은 응원받아 마땅하나 현실은 더욱 처참하다. ‘아이 키울 돈이 부족해서 출연을 결심했다’는 출연진은 21살 남편이 매일 아침 주는 4천 원으로 끼니를 때운다. 해당 출연진은 부모님이 출산을 허락해주길 바란다며 웃음 짓는다. 그러나 어른들의 속내를 아는 한 어른은 같이 웃어줄 수 없다. 그들을 향한 시선이 지금보다 조금 더 따뜻해지고 더욱 좋은 정책과 사회가 마련되길 바란다. 그때 비로소 그들과 함께 웃음 짓고 싶다. 

저작권자 © 숙대신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