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케이팝(K-pop) 팬들을 중심으로 환경을 고려하는 케이팝 문화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지난해 3월 3일(수) 공식 홈페이지를 개설하고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 단체 ‘케이팝포플래닛(Kpop4Planet)’이 해당 예시 중 하나다. 케이팝 팬들은 세계적 문제인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해당 단체가 주관하는 각종 캠페인에 참여하며 환경 보호에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처럼 케이팝 팬들은 문화 향유와 동시에 환경 보호와 같은 사회적 문제 해결에 동참한다.


아이돌 산업의 꽃 ‘케이팝 굿즈’
대부분의 소비자는 음악 감상이 아닌 구성품 수집을 위해 앨범을 산다. 기획사는 음악감상용 시디(CD) 외에도 포토북, 가사북, 포토카드, 엽서, 스티커, 컬러링 페이퍼, 포스터 등 다양한 부가 상품으로 앨범을 구성한다. 지난해 상반기 한국 시디 판매량은 2970만 장으로 역대 최다 판매량을 기록했다. 그러나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지난 2021년에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들의 12.7%만이 앨범으로 음악을 감상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이주영(홍보광고 21) 학우는 “팬들 사이에서 앨범은 단순히 팬 사인회에 응모하거나 포토카드를 얻기 위한 수단으로 인식되고 있다”며 “앨범의 가치는 점점 하락하고 있다”고 말했다.

앨범 속 포토카드의 인기 상승과 함께 새로운 팬덤 문화가 나타났다. SNS를 중심으로 좋아하는 아이돌의 포토카드와 음식을 함께 찍는 행위인 ‘예절샷’과 포토카드를 PVC 재질의 보관함에 넣어 각종 스티커 붙여 꾸미는 ‘탑꾸(탑로더 꾸미기)’가 유행하고 있다. ‘예절샷’이나 ‘탑꾸’는 굿즈를 활용한 새로운 케이팝(K-pop) 팬덤 문화로 주목받고 있다. 황준희(정치외교 19) 학우는 “새롭게 나타나고 있는 팬덤 문화는 개인적 즐거움부터 팬들 간 소통의 수단까지 지닌 의미가 넓다”고 말했다.

굿즈 소비문화는 SNS를 통해 급속도로 퍼져 소비자들에게 무분별한 구매를 유도한다. 자신이 원하는 포토카드를 얻기 위해 앨범을 대량 구매하는 사례가 많아지자 이러한 행위를 일컫는 ‘앨범깡’이란 단어도 등장했다. 멤버의 포토카드가 무작위로 담겨있기에 원하는 카드를 얻기 위해선 앨범을 여러 장 구매해야한다. 김도연(법 21) 학우는 “SNS에서 보이는 예절샷이나 탑꾸를 따라 하기 위한 포토카드 및 부수적인 재료 구매는 과도한 소비를 조장한단 지적도 있다”고 말했다.


앨범 구매에 숨은 구조적 문제
음반 판매량으로 순위를 매기는 차트 방식은 앨범 과소비의 원인 중 하나다. 앨범 판매량은 한국음악콘텐츠협회가 운영하는 국내 공인음악차트인 ‘가온차트’에 반영된다. 해당 차트는 국내 주요 음악서비스 업체들의 온라인매출과 국내외 음반유통 판매량을 총 집계해 순위를 매긴다. 최광호 사단법인 한국음악콘텐츠협회 사무총장은 “가온차트 음원지표는 음원 판매당 저작권료를 기준으로 하고 있어 실물 앨범의 판매량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고 말했다. 황 학우는 “음악 차트의 순위 산출 방식 변화와 함께 기획사의 친환경적인 수익 창출 방법의 모색이 필요하다”며 “팬들 또한 대량구매를 지양하며 환경 문제를 가볍게 넘기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기획사의 음반 판매 전략은 ‘과잉 생산’ 및 ‘과잉 구매’다. 앨범 구성품의 종류를 여러 버전으로 출시해서 앨범마다 무작위로 지급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구성품을 무작위로 지급하면 소비자가 원하는 상품을 직접 선택할 수 없기 때문에 팬들은 원하는 물품이 나올 때까지 앨범을 구매한다. 팬 사인회 응모 또한 앨범 구매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현재 대부분의 팬 사인회는 앨범을 많이 구매할수록 당첨 확률이 올라가는 구조다.구매한 앨범 한 개당 응모권 하나로 집계한 후 추첨을 진행하는 ‘랜덤추첨’과 앨범 구매량을 기준으로 당첨자를 결정하는 ‘줄 세우기’가 있다. 

앨범 제작에 이용되는 소재는 재활용이 어렵단 특성으로 인해 환경오염을 일으킨다는 지적이 있다. 음원을 담고 있는 시디는 특수 화학처리를 거친 혼합 플라스틱으로 분리배출 시 일반쓰레기로 분리된다. 앨범의 겉면은 투명 폴리염화비닐(PVC)로 포장되는데 이는 생산·사용·폐기과정에서 유독물질이 다량 발생한다. 앨범에 함께 들어있는 굿즈도 재활용이 쉽지 않다. 음반 포토북과 포토카드, 가사지 등은 필름으로 코팅되거나 플라스틱 합성지로 만들어져 종이로 분리배출 할 수 없다. 이 학우는 “앨범 대량생산 및 대량구매로 인한 환경 오염이 걱정된다”며 “소장하지도 않고 버려지는 앨범으로 환경 오염이 발생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고 말했다.


팬들의 친환경 움직임, 앨범에 수록되다
케이팝포플래닛(Kpop4Planet)은 지난해 7월 ‘죽은 지구에 케이팝은 없다(No K-pop on a Dead Planet).’ 캠페인을 시작했다. 또한 SM·YG·JYP·하이브(HYBE) 등 국내 주요 연예기획사에 환경 보호 동참을 요청했다. 이들은 기획사와 가수에게 ▶음반 및 굿즈 생산 시 플라스틱 사용 최소화 ▶탄소배출이 적은 방식으로 공연 기획 ▶아티스트의 기후위기를 알리는 행동 ▶환경 메시지를 담은 케이팝을 제안했다. 본교 김세준 문화관광외식학부 교수는 “피터 싱어의 합리적 소비자 개념에 따르면 소비자는 이타성을 가지고 있다”며 “자신의 소비가 가져올 주변의 변화까지 고려한다”며 소비자들이 환경 문제를 고려하는 현상을 설명했다.

최근 음악 산업 내에서도 ESG 경영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케이팝 아티스트들은 기후 위기에 민감한 팬들의 요구에 따라 친환경 행보를 보이고 있다. MNH엔터테인먼트 소속 가수 ‘청하’는 지난해 2월 플라스틱과 코팅을 최소화한 음반 패키지를 선보여 환경친화적 마케팅을 시도했다. YG엔터테인먼트 소속 가수 ‘블랙핑크(BLACKPINK)’는 지난해 8월 친환경 플라스틱 소재를 사용해 굿즈를 제작했다. 김 교수는 “소비자들의 환경 문제 제기는 소속사가 환경을 고려하는 경영을 택하도록 만들 수 있다”며 “소속사는 소비자의 의견을 반영해 ESG경영 등 친환경적인 방향을 고려하게 된다”고 말했다. 

키노 앨범이나 플랫폼 앨범 등 다양한 형태의 앨범이 생겨나고 있다. 키노앨범이란 스마트폰에 작은 키노키트를 연결해 음악을 들을 수 있도록 만든 앨범이다. 플랫폼 앨범이란 앱(APP)으로 작동 가능한 온라인 앨범으로, 구매 시 포토카드와 같은 앨범의 구성품만 배송된다. IST엔터테인먼트 소속 빅톤(VICTON)은 세 번째 싱글 앨범을 일반 피지컬 앨범과 플랫폼 앨범 형태로 발매했다. 김 학우는 “환경 오염을 줄이기 위한 형태의 음반 발매를 보고 케이팝 산업도 변화하고 있단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환경문제의 해결책으로 가온차트는 환경친화적 앨범 판매차트인 ‘클린차트’ 개설을 검토 중이다. 가온차트는 클린차트를 통해 환경 오염에 대처할 수 있는 대중문화 산업을 목표로 한다. 최 사무총장은 “실물 앨범 소재에 대한 환경 문제가 존재하므로 해당 문제에 가온차트가 좀 더 책임있는 모습을 보여야한다고 생각했다”며 “클린차트 개설을 통해 기획사, 아티스트, 팬들이 현재 시장에서 조금 더 명분 있게 친환경적인 행보에 동참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가온차트는 추후 국내 주요 연예기획사들과 협의체를 구성해 기후환경 문제 해결을 위한 방안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시작된 케이팝(K-pop)은 이제 전 세계적인 위상을 가지고 있다. 케이팝을 중심으로 기후변화의 심각성 및 환경 오염을 알린다면 선한 영향력을 전 세계로 확산시킬 수 있다. 현재 케이팝 산업은 순위 집계방식과 기획사들의 대량구매 유도 마케팅으로 일부 소비자들의 비판을 받고 있다. 불필요한 생산을 줄이고 소비자와 기획사 및 아티스트 모두가 환경을 고려하는 것이 케이팝 소비문화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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