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칼럼]

임신한 중증 뇌병변장애인 현진(가명)에게 한 산부인과 의사가 “혹시 성폭행당하셨나요?”라며 황당한 질문을 던졌다. 그는 병원에 동행한 남성이 남편이며 결혼한 사이라고 반복해 설명했다. 현진은 왜 이런 모욕적인 말을 들으며, 결혼한 사이임을 직접 설명해야 할까.

임신한 장애인은 주변으로부터 축복은커녕 우려와 차별이 담긴 시선을 받는다. 실제로 그는 결혼부터 순탄치 않았다. 시아버지는 아들을 “호적에서 파버리겠다”며 결혼을 강하게 반대했고 혼인신고 후에도 현진을 며느리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는 장애 없이 태어난 손자를 시아버지 품에 안겨드린 뒤에야 며느리로 인정받았다. 하지만 그를 향한 차별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산부인과 의사는 성폭행으로 임신했냐는 질문을 스스럼없이 던졌다. 보험사에 태아보험 가입을 신청했지만 단 한 곳도 받아주지 않았고 산후조리원도 구할 수 없었다.

장애 임산부는 병원을 이용하는 것도 쉽지 않다. 지난 2018년 국가인권위원회가 실시한 ‘장애인 모·부성권 증진을 위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답변자 중 30.6%가 장애를 이유로 임신 및 출산 시 차별을 당한 경험이 있다. 또한 의료기관에서 장애인 이용 거부가 '있다' 또는 '보통이다'라고 답한 비율은 30.1%를 차지했다. 의료기관 종사자로부터 장애인 차별을 경험한 적 ‘있다’ 혹은 ‘보통이다’라고 응답한 비율은 38.4%에 달했다. 소규모 산부인과의 의료진은 장애 임산부에게 큰 병원으로 갈 것을 권유한다. 장애로 인한 출산 후의 결과를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여성 장애인 출산을 도운 경험이 있는 병원은 대부분 규모가 큰 병원이다. 그렇기에 장애 임산부들은 많은 출산 비용을 감당하며 대형 병원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장애 유전에 관한 지나친 우려도 장애 부모에겐 상처다. 중증 지체장애인 지민(가명)은 시험관 시술로 재작년 아들을 낳았지만 처음부터 곱지 않은 시선을 받았다. 시술을 위해 근무를 빠질 때면 상사와 동료는 “꼭 아기를 가져야 하냐”며 그에게 눈치를 줬다. 시술이 성공하자 축하는 받았지만 “애는 멀쩡하냐”는 차별적인 시선은 여전했다. 장애 부모는 아이를 키우면서도 차별을 마주한다. 지체장애인 지주(가명)는 딸이 다쳐 함께 응급실에 갔지만 의료진은 그를 눈앞에 두고도 보호자를 찾았다. 휠체어에 앉아 있는 그를 보호자로 생각하지 않은 것이다. 장애인이 누군가를 보호할 수 없단 편견에서 비롯된 차별이다. 부모로서의 자격 자체를 의심받는 셈이다.

신체적 장애가 있다면 육아는 당연히 힘들 수밖에 없다. 하지만 아이를 가지는 것은 전적으로 이들의 자유이자 권리다. 그들은 자신의 선택을 책임 지기 위해 혼신의 노력으로 아이를 키우고 있다. 진심으로 그들이 걱정되고 그들의 아이가 겪을 아픔이 우려될 수 있다. 하지만 좋은 의도로 건넨 우려의 한 마디가 상대에게 상처가 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낳기 전에 유전 여부를 알 수 없냐” “장애가 있는데 애를 낳을 필요가 있냐”와 같은 말들은 진정한 우려가 아니다. 도를 지나친 오지랖과 무례, 오만일 뿐이다.

참고문헌
권기석 권민지 이동환. (2022.02.16). “결혼 꼭 해야겠니…아이는 어떻게 키우려고” 선 넘는 질문들 [이슈&탐사] <국민일보>.

한국어문 19 박연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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