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가 2년 동안 지속되며 코로나 블루(Corona Blue)를 앓는 사람이 많아졌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정신건강의학과 내원 인구는 지난해 대비 9.9% 증가했다. 이처럼 정신 건강과 치료에 관한 관심이 커지고 있는 요즘, 음악으로 학생들의 마음을 다독이는 이은선 음악치료사가 있다. 동문이기도 한 그는 음악치료부터 음악극까지 다양한 활동을 지속하고 있다. 그의 음악 세계에 함께해보자.


■음악치료를 처음 만난 순간 
음악치료란 음악에 관한 경험을 통해 정신 건강을 향상하는 치료법을 의미한다. 본교 음악치료대학원을 졸업하고 현재 음악치료대학원 교수로 재직 중인 이은선 음악치료사는 음악치료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는다. 그가 음악치료사가 되기 위해 지나온 길을 따라가 봤다.

음악치료사로 활동하게 된 계기와 과정이 궁금해요.
대학생 때 우연히 본교 음악치료대학원에서 주최한 음악치료 연주회를 관람하게 됐어요. 음악치료를 받은 아이가 참여하는 연주회였죠. 연주가 시작되기 전 방을 맴돌며 소리 지르는 아이의 과거 영상이 재생됐어요. 영상이 끝나자 아이가 무대로 나와 피아노를 연주했어요. 음악을 통해 아이가 변하게 된 과정이 궁금해졌죠. 저도 음악으로 다른 사람을 도울 수 있으면 좋겠단 마음에 음악치료사의 길을 결심하게 됐어요. 이후엔 음악치료 이론 책을 공부하고, 노래하며 동시에 반주하는 실기 연습을 꾸준히 하며 치료사 자격을 취득하고자 노력했어요.

심리치료 분야 중 음악치료를 선택한 이유가 무엇인가요?
음악의 ‘무한한 가능성’과 ‘다양성’ 때문에 음악치료를 택했어요. 음악의 멜로디, 리듬, 가사는 우리 뇌의 다양한 부분을 자극해요. 멜로디는 우뇌의 정서적인 측면을, 가사는 좌뇌의 인지적인 측면을 자극하죠. 또 느린 박자의 음악은 신체의 이완을 돕고, 빠른 음악은 우리 몸을 활동 상태로 활성화해요. 이런 행동의 변화가 지루한 공부나 훈련이 아닌 오직 음악 감상을 통해 가능하다는 게 엄청난 장점이에요. 또한 음악은 문화와 언어, 나이를 넘어 모든 사람의 경험을 담아낼 수 있어요. 같은 음악을 들어도 누군가는 즐거움을, 누군가는 슬픔을 느끼죠. 다양한 사람을 음악에 담아낼 수 있단 요술 상자 같은 가능성 때문에 음악을 치료의 도구로 선택하게 됐어요.

학생을 치료하는 일에 특별한 관심을 두고 계신 이유가 있을까요?
예전엔 ‘건강하다’란 말의 기준이 질병의 유무와 관련됐다면, 지금은 정신과 삶의 질까지 확대됐어요. 많은 정신과 환우분들을 만나며 느낀 것은 건강한 성장의 중요성을 깨달았어요. 특히 대학생 시기는 청소년기를 지났지만 그렇다고 완전한 성인도 아닌 ‘낀 세대’ 같단 생각이 들었죠. 앞으로도 학생들이 불안함 속에서도 건강하게 성장해 미래의 일꾼이 될 수 있도록 음악치료를 통해 돕고 싶어요.


■치료사의 악보를 펼치다
만성 피로에 시달리는 현대인이 늘어나며 일반적인 의료 환경이 아닌 대체치료를 찾는 사람들도 늘어났다. 대체치료란 경험 관찰을 통해 얻은 사실을 건강 관리의 기술로 활용하는 것으로 아로마 테라피(Aroma Therapy), 원예치료, 미술치료, 요가 등이 포함된다. 음악 치료도 대체치료의 한 분야로 음악을 통해 서로의 감정을 교류하며 사회성을 충족할 수 있는 치료법이다. 우리에게 아직 낯선, 그러나 우리의 가장 깊숙한 곳을 공감시키는 음악치료의 매력은 무엇일까.

음악치료란 무엇인지, 어떻게 진행되는지 궁금해요.
음악치료란 음악 감상 및 재창조, 즉흥 연주 등을 통해 삶의 질을 높이고 정신을 치료하는 예술 치료법 중 하나예요. 먼저 치료가 필요한지에 대한 평가와 면담을 마치고 어떤 방향으로 치료를 진행할지 목적을 정한 뒤 시작해요. 치료 기간은 대상에 따라 짧게는 10주부터 길게는 6개월 이상까지 진행되죠.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최종 평가까지 거치면 치료가 완료돼요.

음악치료는 다른 심리치료에 비해 낯설어서 오해도 많을 것 같아요.
음악치료에 대해 가장 많이 하는 오해는 약을 처방받듯 음악을 처방받을 수 있단 생각이에요. ‘우울할 땐 어떤 음악을 들으면 좋을까요?’에 대한 답을 내려주는 게 치료가 아니란 뜻이죠. 음악치료는 전문적으로 훈련받은 치료사가 이론에 근거해 음악 경험을 제공하는 과정이에요. 음악을 들으며 내면을 탐색하기도 하고, 나만의 가사로 노래를 만들며 즉흥 연주를 하기도 해요. 또 악기를 다룰 줄 모르는 사람은 음악치료를 받을 수 없을 거란 오해도 있어요. 그러나 음악치료사는 내담자가 악기 실력이 미숙해도 치료에 참여할 수 있도록 계획하고, 음악을 편곡해 쉬운 악보를 만드는 훈련을 받으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내담자에 따라 치료법이 달라진다고 하셨어요. 구체적인 과정이 궁금해요.
음악치료는 내담자의 특성과 행동주의, 정신 분석 등 여러 심리학 이론을 고려해 방법을 선택하게 돼요. 장애아동, 청소년, 성인, 노인 등 다양한 대상에 맞게 세분돼있죠. 무엇보다 중요한 건 치료사만의 철학이에요. 예를 들면 장애아동의 인지 향상과 적응 행동을 돕기 위해 행동주의 음악치료를 적용하기도 하지만, 치료사의 철학에 따라 인본주의 음악치료를 진행하기도 하죠. 치료사들이 자신만의 철학을 쌓을 수 있도록 석사 과정에서 여러 임상 과정을 거치게 돼요. 가끔 동료 치료사들과 ‘대학원을 졸업하고 나면 복합적인 사람이 되는 것 같다’는 농담을 주고받기도 할 정도예요.

기억에 남는 내담자와의 일화가 있는지 궁금해요.
약 2년 동안 치료를 함께한 친구가 떠올라요. 그 친구는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 장애와 게임 과몰입 증세를 함께 보였어요. 현실에서 보상받지 못한 부분을 게임에서 충족하려 했죠. 잘 다루는 악기는 없었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의 음악은 즐겨 들었어요. 그래서 첫 시간엔 그 친구가 좋아하는 가수의 음악을 함께 들었어요. 친구는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공감받지 못하다가 음악을 함께 들어주는 어른이 있단 사실에 놀랐고, 저와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죠. 치료를 통해 게임이 아닌 다른 것에 몰두할 수 있도록 도우며 서서히 게임 시간도 줄여나갔어요. 2년의 치료를 마치며 가족을 초대해 작은 음악회도 열었는데 음악이 소통의 통로가 돼줬다고 느꼈죠.

음악치료사로 일하면서 가장 보람찼던 순간은 언제인가요?
치료받는 아이들의 작은 변화를 관찰할 때 가장 보람차요. 대표적인 예로 언어 장애를 앓던 아이가 노래를 통해 말할 수 있는 단어가 늘어갈 때, 아이들이 신난 얼굴로 음악치료실에 뛰어 들어오는 모습을 볼 때가 있어요. 사소한 변화지만 확실한 행복이 전달되는 순간이 가장 뿌듯해요.


■음악이 가진 부드러운 힘으로
내담자와 상담자 사이 음악이란 매개체가 존재하지만, 결국 치료하는 주체는 사람이다. 어떤 상담자가 치료하느냐에 따라 그 음악의 치료 효과는 천차만별이다. 이 치료사는 전문성에 앞서 치료사 인격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어떤 노력으로 내담자에게 다가가고 있을까.

치료사님께서 생각하는 음악치료의 미래는 어떤 모습인가요?
음악은 인간에게 가장 친근한 도구예요. 우리는 선천적으로 음악에 반응하는 ‘본능 음악아(Music Child)’를 가지고 있어요. 태아가 뱃속에서 엄마의 목소리에 반응하거나 선천적으로 말하지 못하는 아이도 음악엔 반응하는 것이 그 증거예요. 음악치료는 인간에게 내재한 음악아를 이끌어내요. 이처럼 음악은 치료 도구로 사용될 가능성이 무한하기에, 앞으로 더 많은 사람에게 적용할 수 있는 치료법이 되리라 생각해요.

치료사님께서 생각하시는 ‘좋은 음악치료사’란 무엇인지도 궁금해요.
좋은 음악치료사는 전문성을 바탕으로 자신을 관리할 줄 아는 사람이에요. 이론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치료 방법을 사용하고, 질 높은 음악을 제공해야 해요. 치료 과정 전반의 계획부터 진행, 평가까지 담당할 수 있는 전문성이 필요하죠. 이런 전문성을 개발하기 위해선 치료사 자격을 취득한 후에도 꾸준한 노력이 필요해요. 학회에서도 치료사를 대상으로 추가 교육을 진행하기도 하죠. 치료사의 인격 또한 전문성에 포함돼요. 내담자의 성장을 위해 진심으로 마음을 다해야 하죠. 음악치료를 진행하는 음악치료사 자체도 하나의 치료 도구가 되기 때문에 좋은 인격을 갖춘 사람이 되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고 느껴요.

음악치료사를 꿈꾸는 학우들에게 조언 한마디 부탁드려요.
본교 음악치료대학원에 입학하고 보니 전공이 매우 다양하게 나뉘어 있었어요. 그래서 미리 무엇을 준비하기보단 학부 시절을 즐기길 바라요. 치료사가 되기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개인의 정신 건강이에요. 주어진 환경을 감당하며 공부에 매진하고, 다양한 친구와 교제하거나 봉사에 참여하는 등 내면 강화를 위한 시간을 가지는 게 중요하죠. 음악치료사를 꿈꾸는 학생들이 값진 날을 보내고, 그런 날들이 모여 좋은 치료사의 밑거름이 된단 것을 잊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음악은 굳이 말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실제로 음악치료는 말하고 표현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에게 감정을 느끼는 방법을 일깨워주는 효과적인 치료법이다. 이은선 음악치료사는 상담자와 내담자가 함께 음악을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둘 사이엔 깊은 관계가 형성된다고 말한다. 정보 과잉의 시대, 쏟아지는 말들로부터 잠시 멀어져 음악에 귀를 기울이며 치유의 시간을 보내는 건 어떨까.

▲기타, 우쿨렐레, 윈드 차임, 핸드벨 등 악기 앞에 앉아있는 이은선 음악치료사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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